[주말매거진 off] 강릉 국제 영화제
강릉국제영화제 내달 8일 개막
거장과 신인감독·문학과 영화
예향도시 강릉서 야심찬 만남
한국영화 100주년 기대 더해

▲ 강릉국제영화제 폐막작 ‘돌아보지 마라’.
▲ 강릉국제영화제 폐막작 ‘돌아보지 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도시’와 ‘영화’가 만나면 그 도시의 가을은 얼마나 벅차고 감동적일까.

강릉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제1회 국제영화제(GIFF)’가 드디어 레드카펫을 펼친다.오는 11월 8∼14일까지 강릉아트센터를 중심무대로 CGV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경포해변 및 강릉시내 일원에서 30개국 73편의 초청작이 선보인다.

돌이켜보면 강릉은 문화가 최상의 가치를 뽐내도록 북돋는 ‘문화 장인’ 같은 매력을 품고 있는 도시다.

▲ 알렉산드르 아스콜도프 감독의 ‘코미짜르’.
▲ 알렉산드르 아스콜도프 감독의 ‘코미짜르’.

묘하게도 강릉과 인연을 맺은 문화 소재들은 거의 예외없이 세인들을 매혹시키는 ‘대박’ 상품이 됐다.예로부터 문향(文鄕)·예향(藝鄕)의 자부심이 넘쳤고,천년축제 ‘단오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커피’라는 외래종도 강릉에 들어서더니 불과 십수년 만에 ‘커피 성지’,‘커피도시’라는 최고의 찬사를 이 도시에 바쳤다.‘2018년 동계올림픽’은 사상 최대 흥행축제로 평가됐다.

‘영화’를 만나는 강릉은 또 어떤 모습으로 아우라를 뽐내게 될까.갑자기 ‘아시아의 칸’이 될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더욱이 올해는 1919년 서울 단성사에서 최초의 실사 영화 ‘의리적 구토’로 첫발을 뗀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강릉국제영화제 개최가 더욱 뜻 깊다.

▲ 최인호 회고전에서 선보이는 ‘별들의 고향’ 한 장면.
▲ 최인호 회고전에서 선보이는 ‘별들의 고향’ 한 장면.

이제 첫 단추를 꿰지만,영화제를 이끄는 라인업은 말 그대로 ‘엄지 척’이다.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조직위원장,‘국민 배우’ 안성기 씨가 자문위원장,충무로뮤지컬영화제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감독이 예술감독(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세계적 거장들도 줄지어 강릉으로 모인다.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윌프레드 윙 홍콩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조안 고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베로 베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비롯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을 강릉에서 만나게 된다.이들 세계 유수의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은 영화제 개막 이튿날인 9일(토요일)에 명주예술마당에서 ‘21세기 국제영화제 전망’을 주제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새로운 영화제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한다.

▲ 중국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
▲ 중국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

“강릉이 영화제의 다보스 포럼이 되도록 하겠다”는 김동호 조직위원장의 말이 의례적 수사가 아니라 실천적 선언 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강릉 영화제는 문학과 영화의 만남,거장과 신인감독들의 작품이 어우러지는 마스터즈&뉴커머스,그리고 ‘강릉,강릉,강릉’의 세가지 키워드로 운영된다.

‘문향’에서 펼쳐지는 영화제 답게 문학은 이번 영화제의 핵심 화두다.1960∼70년대를 빛낸 ‘문예영화’ 걸작들이 스크린을 펼친다.당시 문예영화는 국내 흥행보다는 해외영화제 수상이나 출품 경력을 토대로 ‘외화 수입쿼터’를 받아 흥행 외화를 수입하려는 ‘속셈’ 때문에 탄생했지만,역설적으로 엄혹했던 시절에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된 작품들이 많다는 점에서 영화사(史)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 무성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빅토르 셰스트륌’의 ‘유다의 돈’ 영화 장면.
▲ 무성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빅토르 셰스트륌’의 ‘유다의 돈’ 영화 장면.

또 ‘거장전’과 신예독립영화감독들의 작품전인 ‘아시드 칸’,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실험적 독립영화로 유명한 ‘김응수 감독 특별전’,칸 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주역인 피에르 리시앙(1936∼2018년)감독 추모행사 등이 강릉의 감동을 더한다.‘최인호 회고전’ 에서는 배창호,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 씨의 스페셜토크 자리가 마련되고,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박정자,손숙,윤석화가 출연하는 ‘연극배우 세여자의 영화 이야기’,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연주하는 ‘사랑은 영화음악처럼’ 등의 스페셜 콘서트 마당이 영화제를 맞는 설레임에 방점을 찍는다. 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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