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월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강릉 출신 작가 8년만에 소설집
30~40대 주인공 삶 세밀히 묘사
‘아직 일어나지…’ 등 10편 실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처럼 급작스러운 깨달음이었다.이제껏 그녀는 자발적으로 혼자였다.혼자 하는 여행을 선호했고 혼자 사는 삶을 즐겨왔다.그런데 별안간 혼자라는 사실이 지긋지긋했다.그녀는 무례한 외판원처럼 함부로 쳐들어온 그 감정을 어쩌지 못해 사진을 쥔 채 멍하니 서 있었다.” -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 중

고단하지만 빛나는 청춘을 깊고 따스하게 그려 온 김미월 소설가가 반갑게 찾아왔다.새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를 늦가을 선물로 들고.

김미월(사진) 소설가의 이번 소설집은 지난 소설집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이후 8년만에 나왔다.2013년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비롯해 ‘질문들’,‘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2월 29일’ 등 10편의 작품이 실렸다.

30∼40대가 주를 이루는 소설 속 인물들은 속이 깊어진 듯,여전히 불안하다.꿋꿋하게,혹은 꾸역꾸역 감정들을 삼키느라 그들의 속은 마치 그들의 삶처럼 부대낀다.누구보다 뜨겁게 살고 있지만,삼켜진 감정을 비우고 나면 휑하니 비워지는 헛헛한 속을 매일 마주하고,또 달래야 하는 청춘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신을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종말을 맞이하는 등 생각지 못했던 낯선 상황을 맞이한 청춘들의 내면 묘사가 섬세하게 반짝인다.

‘고단한 청춘’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진다고 느끼는 2019년 가을의 청춘들에게 따뜻한 긍정의 빛을 선사한다.그리고,여전히 자랄 수 있게 살며시 등을 받쳐주는 소설들이 실렸다.

김금희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김미월이 그간 그려내온 우리의 고단한 생활과 무거운 청춘,하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반짝이고 있는 일상의 빛과 특별한 윤리적 감수성은 세계를 향한 ‘질문들’의 중요한 답신이었다”며 “그가 내 기운 마음을 상냥하게 바로잡아주는 것을 느꼈다.우리 삶은 가장 특별하고 환한 삶의 한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다고,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우리는 분명 한번 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강릉 출신의 김미월 소설가는 춘천여고와 고려대 언어학과,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2011년 신동엽문학상,제1·3·4회 젊은작가상,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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