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그림 그리는 약사 영월 정초롱씨
대학 때부터 그림 그리기 시작
약국 취직하며 본격적으로 공부
복약지도·소통·에피소드 소재
약국 오고가는 실존인물 등장
약사고시 준비 이야기 SNS 인기
“작가라기엔 아직 부족한 실력
웹툰 통해 친근한 약사 될것”

▲ 영월 약사세요 약국 정초롱 약사
▲ 영월 약사세요 약국 정초롱 약사

영월읍 중앙로 농협사거리에는 지난 5월 ‘약사세요약국’이라는 위트있는 약국이 들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특히 공감하는 약사를 꿈꾸는 정초롱(30) 약사는 본인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인스타그램 웹툰 ‘yaksaseo’로 팔로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며 또 다른 소통 창구를 만들고 있다.

영월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 덕성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정 약사는 고향 영월에 내려오기 전에는 2년 6개월 동안 제천과 천안에서 근무약사로 일했다.약대 5~6학년 즈음 처음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간단한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사서 혼자 방에서 끄적이다가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갖은 시기는 약국에 취직하면서부터다.

퇴근 후에 그냥 흘려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여러 가지 그림 도구를 사서 이것저것 그려 보고,스케치나 컬러링 방법을 유튜브나 블로그,그림 관련 서적을 통해 많이 배웠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부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약사 뿐만 아니라 약대를 준비하는 학생은 물론 다양한 팔로워들과 공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웹툰을 올리기 시작했다.평소에 약국에서 환자들과 소통의 아쉬움,복약 지도의 중요성,그 외 재미있었던 일 등을 자주 이야기 하고 있다.

▲ 영월 약사세요 약국
▲ 영월 약사세요 약국


전문적으로 그림이나 웹툰작업을 배운 경험이 없지만 초반에 그렸던 그림 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그림 실력이 느는지 그림체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다.매번 등장하는 단발머리에 미간 주름이 있는 여약사 캐릭터는 최대한 자신을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했으며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실제 주변 인물들이다.가끔씩 등장하는 환자들은 소재에 따라서 가상의 인물들로 표현하고 이야기 소재는 자신의 경험담이나 환자들에게 못다한 말들,전하고 싶은 메시지에서 찾는다.

팔로워 수 대비 가장 인기 있었던 웹툰은 ‘약사고시 이야기’와 ‘PEET시리즈’.웹툰 초반에 올린 것들이지만 요즘도 자주 ‘좋아요’나 공감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이에 대해 정 약사는 “제가 제일 힘들었던 경험들이기도 하고 현재 약사고시를 준비하는 약대생들,PEET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라 공감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 약사는 약국에서는 주로 간단한 콘티를 짜고 근무가 끝난 후에 그림을 그린다.처음에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 웹툰 한편을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잠자는 시간도 줄여 가면서 그린 경우도 있다.점차 테크닉적인 부분이 많이 익숙해져 웹툰 그리는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자 점점 웹툰 내용에 욕심을 냈다.그는 “약학과 약물,부작용 등 전문적인 정보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다소 웹툰이 무겁게 느껴지진 않을까 웹툰 방향을 잡는게 제일 어려웠다”며 “한 직업으로서 약사라는 주제를 전문적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사회의 한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일상을 너무 가볍지 않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을 구상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점”이라고 털어났다.



최근 yaksaseyo 페이지의 웹툰이 약사들의 많은 공감을 일으키며 팔로워 수가 늘어나자 고민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팔로워 수는 느는데 그에 맞는 퀄리티를 드리지 못한다는 부담이다.일주일에 3번씩 올리던 것도 2번,1번으로 줄어 들고 팔로워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걸 보면서 빨리 그림 그려서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조금은 있다.

전문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는 일반인 뿐만 아니라 약사들도 많이 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에 대한 부담도 있어 꼭 그리고 싶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있으면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정 약사는 “아무리 바빠도 환자와 말 한마디 더 하고,작은 것이라도 도움이 되는 약사가 되고 싶다”며 “많은 환자에 치여서 제가 원하는 이상향보다 늘 부족하지만,선한 대리인으로서 끊임없이 환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또 “환자들과의 소통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어 또 하나의 행운”이라며 “웹툰작가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 보다 더 많은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약사로서 웹툰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방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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