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륙 위안부 소재 ‘꽃길’
대만 따다오청 국제예술제 초청
위안부 피해국 순회공연 일환
민족아픔 공감 관객 눈시울 붉혀
현지 극단 예술적 파트너 제안
대학 연극학과 추천연극 등 호평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극단 이륙(대표 안준형)이 최근 대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연극 ‘꽃길’을 공연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공연은 지난 달 진행된 ‘따다오청 국제예술제(Tua-Tiu-Tiann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만 나두 극장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무대에 올랐다.공연은 전석 매진됐으며 공연 수익은 대만 위안부박물관인 ‘아마 뮤지엄(할머니 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이번 공연은 ‘꽃길’을 직접 관람한 대만 축제 측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꽃길’은 연극으로 위안부 피해를 알리기 위해 2017년 극단 이륙과 춘천의 연극인들이 모여 처음 선보였다.이들은 ‘꽃길 프로젝트’를 결성해 6번의 공연을 펼쳤으며 공연 수익은 모두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한 활동에 사용했다.프로젝트 팀은 올해 초 일본 우익인사가 대만에 설치된 소녀상에 발길질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위안부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들은 대만 등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국가들을 보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자는 의미를 담아 위안부 피해국 순회공연을 기획했다.첫 공연 국가로 대만을 선택한 후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후원자 모집에 나섰다.당초에는 500만원을 목표로 모금했으나 730여만원이 모금되며 목표액의 146%를 달성했다.

대만 첫 공연은 올해 3월 진행,당시 아마 뮤지엄 관장 등 현지인들과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따다오청 국제예술제 관계자가 연극을 접한 것도 이 때다.연극 관계자는 “국제예술제 측에서 ‘올해 축제 콘셉트가 ‘인권’인데 전쟁 피해나 여성 인권에 대한 연극이 이번 축제 주제와 부합해 꼭 초청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고 전했다.이에 따라 ‘꽃길 프로젝트’ 팀은 3개월 동안 대만어 번역과 자막 제작작업을 진행했고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막을 통해 연극의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스크린도 준비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관객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공연을 본 대만 극단 ‘30 아트 오리지널’은 예술적 파트너가 되자고 제안,양 측이 앞으로 서로 작품을 교류하자는 내용의 협약도 체결했다.현지에 사는 한국 동포들도 프로젝트 팀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오고 있으며,축제와 위안부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향후 교류를 희망하는 러브콜이 이어졌다.

대만의 한 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는 이 공연을 학생들에게 추천,“연극 ‘꽃길’을 보고 레포트를 쓰라”고 과제를 내어 주기도 했다.지난 달 30일에는 학교로 초대해 예술학과 학생 50여명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해당 수업을 듣고 있는 한국 학생 박수지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극중에서 ‘북’과 ‘거울’이 등장 인물들의 감정과 현실,희망을 나타내는 도구로 사용한 발상과 연출에 감탄했다”며 감상평을 전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극단 이륙의 연극 ‘꽃길’이 대만 나두 극장 무대에 올라 현지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꽃길’은 원작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를 2인극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중국 만주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던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 대부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의 만행을 규탄하는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번 연극은 해방 이후 귀향을 앞둔 위안부 피해자들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1945년 어느 날 고향으로 향하는 트럭이 온다는 소식에 두 소녀는 기대감에 부풀어 서둘러 채비를 한다.하지만 고향에 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족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반겨줄지,그렇지 않을지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다.공연은 강렬한 북 소리로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고 거울을 통해 대사로는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는 피해자의 내면과 진실을 대변한다.

▲ 춘천 극단 이륙과 대만 극단 30 아트 오리지널은 교류협약을 체결하고 예술적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 춘천 극단 이륙과 대만 극단 30 아트 오리지널은 교류협약을 체결하고 예술적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이번 ‘꽃길 프로젝트’를 이끈 안준형 극단 이륙 대표는 “소수의 의지로 시작됐던 프로젝트가 두 번째 해외 공연을 마쳐 무한한 감동을 느낀다”며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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