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멧돼지 포획 현장
춘천 봉의산 중턱서 4시간 수색
사냥개·장비 동원 흔적도 못찾아
산기슭 헤매다보니 곳곳에 상처

▲ 지난 2일 춘천 봉의산 멧돼지 총기포획 현장에서 30년 경력의 베테랑 엽사 이종철씨가 사냥개들과 함께 수색을 벌이고 있다.
▲ 지난 2일 춘천 봉의산 멧돼지 총기포획 현장에서 30년 경력의 베테랑 엽사 이종철씨가 사냥개들과 함께 수색을 벌이고 있다.

“멧돼지들의 지능이 높아 찾기도 잡기도 쉽지 않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와 시민 안전을 위해 멧돼지 총기포획이 진행된 춘천 봉의산 중턱.30년의 경력의 베테랑 엽사 이종철(61)씨가 멀리 나무와 수풀이 흔들거리는 방향을 주시한다.이어 이씨와 함께한 사냥개 ‘산타’와 ‘룰루’가 뛰어올라 갔다.자세를 낮춘 이씨가 어깨에 메고 있던 총기를 잡고 방아쇠를 당길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나 개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수색에 들어간지 1시간만에 느낀 수상한 낌새였지만 멧돼지는 없었다.

이처럼 멧돼지 포획에서 허탕을 치는 건 다반사다.이씨는 동행한 기자에게 “멧돼지는 지능이 높고 행동반경이 넓어 찾기 힘들 뿐만 아니라 장애물을 쉽게 뛰어넘기 때문에 잡기도 어렵다”고 전했다.다시 수색에 나서기 앞서 이씨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산타,룰루 위치를 먼저 확인한 뒤 멧돼지가 서식할만한 ‘포인트’를 둘러봤다.이어 수색에 들어간 이씨는 이동하면서 바닥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멧돼지를 찾는데 있어 발자국이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멧돼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길이 아닌 산 기슭과 음지로 다니는 멧돼지와 숨바꼭질을 하다보니 가시에 찔리고 긁혀 팔다리는 상처로 가득했다.수색 4시간 넘게 엽사들이 봉의산 옆 극동아파트 쪽으로 겹겹의 포위망을 좁혀가며 몰아갔지만 멧돼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이씨는 “흔적을 발견해 산 곳곳을 수색했지만 어디로 도망간건지 모르겠다”며 “깊은 곳에 숨어있거나 이미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를 포함한 엽사 6명을 비롯해 경찰,춘천시 공무원 등 50여명이 투입돼 한나절 동안 수색을 벌였지만 빈손으로 마쳤다.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한 야간수색에 들어갔지만 마찬가지로 멧돼지는 발견하지 못한채 자정을 기해 수색은 종료됐다. 구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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