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 양구 국토정중앙교회 목사

▲ 이도형 양구 국토정중앙교회 목사
▲ 이도형 양구 국토정중앙교회 목사
한국 교회 신앙의 선배들은 아름다운 두 가지 전통을 후손들에게 남겨 주셨다.바로 날 연보와 성미다.날 연보란 쌀이나 헌금을 드리기 어려운 교우들이 자신의 날(日)을 하나님께 바치는 것을 말한다.성미는 지극히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들이 부엌에서 쌀(보리)을 씻기 전 식구 인원대로 한 숟가락씩 성미 봉투에 담으며 가족의 평안과 안녕을 위해 기도했던 헌물 정신이다.이렇게 거둬진 성미는 교회 교역자의 양식과 교회 운영비로 사용됐다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다.(이덕주 저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참조)

필자가 섬기는 양구 국토정중앙교회는 선배들이 남겨주신 이러한 아름다운 신앙 정신을 현대적 의미로 바꿔 어려움을 당한 이웃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그간 7차례의 이웃사랑헌금을 해왔다.오지랖 넓은 목사를 만나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쌈짓돈까지 내어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헌금 봉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지난 달 초 강원도민일보에 실린 몇 장의 사진 기사를 보며 먹먹해지는 마음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태풍 미탁 강원피해 규모 눈덩이…2명 사망 이재민 862명’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기사에는 삼척시 근덕면 초곡마을이 토사에 잠긴 내용이 보도됐다.흘러내린 토사로 집 마루에까지 흙더미가 밀려든 모습에 가슴이 아파 적은 금액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그러던 중 전남 여수시 거문도의 유촌교회가 화재로 전소됐다는 소식도 함께 접하게 됐다.그래서 교회 주보를 통해 태풍피해 돕기와 유촌교회 복구 이웃사랑 헌금 실시를 교우들에게 공지했다.몇몇 지인들에게는 동참 요청 SNS도 보냈다.

“안녕하세요.연이어 한반도 남부와 동해안 지역을 강타한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는 신문 기사를 보며 오지랖이 발동했습니다.송구하고 뻔뻔함을 알면서도 연락합니다.태풍피해 복구와 전남 거문도 유촌교회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한 이웃사랑 헌금을 실시합니다.혹시 동참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제게 답장주셔요.환절기에 건강조심 하셔요.오지랖 넓은 목사 드림.”

외부 교우 세분과 본 교회 교우 18명이 정성껏 헌금해주신 이웃사랑헌금을 결산해 보니 101만원이었다.외부 교우 한분은 30만원의 헌금을 보내주시며,“목사님의 오지랖에 동참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적은 금액이나마 함께 하겠습니다.기쁩니다.때마다 꼭 끼워주세요”라는 메시지까지 보내오셨다.한 숟가락의 쌀 같은 101만원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유촌교회에 교회 이름으로 보내졌다.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고통당하는 어려운 이웃들의 아픔과 짐을 나누고자 하는 농촌교회 성도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어 절망의 자리가 희망의 자리로 바뀌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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