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살아 내고 죽어서도
썩지 않는 붉은 뼈
오래된 죽은 나무 밑동을 톱으로 자르려 했더니
완강히 버티며 톱날을 거부하는
돌처럼 단단한 나무둥지
가을이 깊어지며 울타리 주목나무들
빨간 열매들이 푸른 잎 새 사이마다 오롱조롱 영롱하다
그 영혼이 얼마나 깊어지고
단단해 지면
저렇듯 붉은 루비 보석으로 열매를 맺는지
천 년의 눈물이 천 길의 마음 안에
켜켜이 쌓여 생(生)을 간직한 나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단심이 얼마나 붉고 붉어서
그 이름마저 주목(朱木)
붉은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