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연


천년을 살아 내고 죽어서도

썩지 않는 붉은 뼈



오래된 죽은 나무 밑동을 톱으로 자르려 했더니

완강히 버티며 톱날을 거부하는

돌처럼 단단한 나무둥지



가을이 깊어지며 울타리 주목나무들

빨간 열매들이 푸른 잎 새 사이마다 오롱조롱 영롱하다

그 영혼이 얼마나 깊어지고

단단해 지면

저렇듯 붉은 루비 보석으로 열매를 맺는지



천 년의 눈물이 천 길의 마음 안에

켜켜이 쌓여 생(生)을 간직한 나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의 단심이 얼마나 붉고 붉어서

그 이름마저 주목(朱木)

붉은 나무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