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속초 양미리 축제
10일까지 동명항서 양미리축제
구이·볶음·찌개 등 조리법 다양
칼슘·아스파라긴 등 영양 덩어리

▲ 불판에서 구워지고있는 양미리
▲ 불판에서 구워지고있는 양미리

[강원도민일보 박주석 기자]겨울철 별미 양미리가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속초 동명항은 활기가 넘친다.

이른 새벽 양미리 조업을 나갔던 어선이 동명항에 정박하면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뭍으로 올라와 잠시 휴식도 없이 배에서 항구로 그물을 끌어올린다.그물이 부두에 올라오면 바로 아낙들이 그물에 낀 양미리를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 진행된다.

부두에는 양미리를 파는 난전이 줄줄이 늘어선다.1호집부터 시작해 두자리가 넘는 수의 난전에선 양미리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시뻘건 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돈다.후각과 시각을 자극하는 유혹에 지역주민들과 외지인들이 이끌려오고 곧 장사진을 이룬다.난전들마다 미리 떼어놓은 양미리를 말리기 위해 대롱대롱 매달아 놓은 이색적인 모습도 동명항 부두에 생기를 더한다.

주둥이가 뾰족하면서 아래턱이 튀어나온 양미리는 속초를 비롯해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잡히는 물고기로 뼈째 소금구이로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사실 이 양미리는 양미리가 아니다.본명이 따로 있다.김장철에 액젓으로 많이 사용하는 까나리가 제 이름이다.서해안에서는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고 동해안에서는 산란기에 있는 다 큰 까나리를 잡아 굽거나 찌개 또는 졸여서 먹는다.양미리라는 생선이 따로 존재하는데 까나리와 모양이 비슷하다.실제 양미리는 까나리보다 훨씬 작다.멸치만하다.잘 잡히지 않아 먹는 사람도 없다.까나리가 동해안으로 와서 왜 양미리로 불리는지는 어부들도 모른다.

양미리의 산란기는 겨울에서 초봄 사이이며 냉수성 어종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 연안에 바싹 붙어 알을 낳는데 이때를 맞춰 그물로 거두는 것이다.양미리가 그물코에 박혀 있는 채로 뭍에 올리면 사람들이 그물에 붙어 양미리 떼는 작업을 한다.배를 타고 양미리 잡는 일은 남자가,그물에서 양미리 떼는 작업은 여자가 주로 한다.

요리 방법은 다양하다.깨끗이 씻어 소금을 뿌려가며 그대로 구워먹을 수도 있고,찬바람에 말려 꾸덕뚜덕해지면 볶음,조림으로도 먹는다.푹 익은 김치와 함께 찌개를 끓어 먹어도 그만이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양미리 요리의 백미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양미리를 석쇠에 올려놓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소금구이다.반찬으로는 물론 술 한잔 곁들인 안주로도 일품이다.양미리를 깨끗이 씻은 뒤 별다른 손질없이 통째로 구워 뼈째 먹는 것이 특징인 만큼 씹히는 맛도 독특하다.겨울엔 암컷의 몸엔 ‘살 반 알 반’이라 할 만큼 알이 가득하다.알은 구우면 입안에서 풀어지고 말린 것을 찌개에 넣거나 조리면 약간 쫀득한 식감이 난다.수컷엔 하얀 정액 덩어리(이리)가 들어 있는데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 건조되고 있는 양미리
▲ 건조되고 있는 양미리


게다가 양미리는 영양덩어리다.뼈를 바르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어 칼슘과 철분,단백질 등이 풍부하다.불포화지방산과 아스파라긴 등의 필수 아미노산과 DHA,핵산 등도 함유돼 있다.제철 보약인 셈이다.한편 속초에서는 오는 10일까지 동명항 부두에서 양미리 축제가 열린다.행사장에는 수십개의 포장마차가 운영되며 각 점포마다 양미리를 생으로 팔거나 현장에서 구워먹을 수 있게 공간을 제공한다.행사장을 찾으면 추위를 녹이는 동해안의 별미인 양미리를 맛보며 어촌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박주석
▲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는 아낙들
▲ 그물에서 양미리를 떼는 아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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