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순 작가,고향 배경 장편소설
태백 탄광촌 사람들의 애환 그려


[강원도민일보 신현태·김진형 기자]“내 목숨은 그냥 덤으로 얻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막장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점심 나눠 먹던 동료가 불과 몇 분 후 저 세상 사람이 되자 그 이후는 덤이란 생각이 든단 말이야”

평창군 대화면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심봉순 작가가 최근 탄광촌 사람들의 애환을 담아낸 장편소설 ‘탄(炭)’을 출간했다.작가의 고향인 태백 탄광촌을 배경으로 산업화 시대의 역군인 광부들과 그 자녀들이 감당해 온 삶의 애환,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검은 강,덤,연기,광부 아라레이 등 4장과 에필로그 청첩장으로 구성된 책은 광산사고 구조대의 최일선에 선 ‘무열’과 그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온 동네에 탄가루가 날리던 태백 월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월천에서는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처럼 자본이 몰려들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터지는 광산사고 속에서 광부와 가족들의 꿈은 모두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그런 의미에서 ‘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서 있던 태백 사람들을 위로하는 진혼곡처럼 읽혀진다.

2006년 문학시대 신인문학상에 단편 ‘피타고라스 삼각형’이 당선되며 이름을 알린 심 작가는 소설집 ‘소매각시’,‘라스베가스로 간다’와 장편소설 ‘방터골 아라레이’ 등을 냈고,2002년 산문 ‘출렁다리’로 김유정 전국 문예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2017년에는 단편소설 ‘제천’으로 현진건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심 씨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숲을 좋아하는 내 아버지를 위한 헌사였고 두려움에 떨면서 가족을 위해 날마다 굴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던 태백의 모든 아버지를 위한 헌사”라며 “이 모든 것을 함께 오롯이 겪어야 하는 가족의 맑은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 썼다.그러나 검은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작업복을 빨아보지 못한 손으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겠다”고 술회했다.도서출판 북인.1만3000원. 신현태·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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