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37만 유튜버 ‘산적tv 밥굽남’ 오진균 씨
홍천 산골서 유튜브 방송
2003년 귀농 후 농업 종사
멧돼지 숯불구이 ‘먹방’ 등
거침없는 콘텐츠로 인기
구독자 수 37만명 달성


▲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
▲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
[강원도민일보 박가영 기자]‘밥굽남’을 만나러 가는길은 멀고도 험했다.사과 축제가 한창이던 홍천 시내에는 사람이 북적거렸지만 굽잇길을 따라 산골로 20분을 가량을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주변은 인적조차 찾기 힘든 오지였다.산골 깊숙이 다다르자 나무들 사이로 폐허로 보이는 을씨년스러운 건물과 먼지만 휘날리는 글램핑장 앞에 설치된 통나무와 쇠사슬은 공포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요리할때 주로 쓰는 것으로 보이는 통나무에는 거대한 식칼이 꽂혀 있었고 쌓아올린 장작위에는 동물 가죽의 모양을 한 카펫이 눈에 띄었다.

산적이 살고있을 것만 같은 공간의 분위기에 압도될 때쯤 키 182㎝,몸무게 123㎏의 거구의 남성이 나타났다.아침 기온이 영하를 오고가는 날씨에 민소매를 입고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나타난 오진균씨는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유튜브 영상에서는 사냥한 멧돼지로 숯불구이를 해먹고,한우짝갈비를 통째로 구워먹는 야성을 보여줬던 그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딸과 아들을 둔 아버지의 면모가 비치는 듯 했다.

“내년 봄에 구독자 초대,
고기 대접해 보답하고파”


본인을 ‘21세기 산적’이라 소개한 오씨가 통나무 앞에 앉아 트레이드 마크인 호피무늬 자켓을 걸치자 영상에서 봤던 ‘밥굽남’이 눈앞에 아른거렸다.홍천 산골의 넓은 글램핑장 부지에서 통나무와 장작불 앞에 앉아 카메라를 켠 그의 사연은 23살의 나이에 홍천으로 귀농한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충청도에서 태어나 울산에 줄곳 살다가 부모님이 농삿일을 도와달라는 말에 무작정 홍천으로 올라온 그는 “요즘 애들은 성격이 급하다”며 그해 9월에 결혼해 이듬해 1월 딸이 태어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
▲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

자신은 사실 농업인이라고 말한 그는 2007년 젊은 농업인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강원도4-H연합회장까지 지냈다.

농업으로 홍천살이를 한 그였지만 오씨의 고기사랑은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2004년부터 소를 키웠다는 그는 2008년부터 8년가량 정육식당까지 운영했다.이후 글램핑장까지 운영을 하며 사업을 확장한 그지만 생각보다 관리가 힘들었고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이런 그에게 번뜩이며 스쳐지나간 것은 바로 유명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였다.“취미가 돈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영상을 시작한 그였지만 초반 몇개월은 반응이 밋밋했다.글램핑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등의 콘셉트가 애매했던 탓인지 모여드는 구독자가 2000여명에 불과했다.

▲ 구독자 37만명을 달성한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의 방송 모습.
▲ 구독자 37만명을 달성한 ‘산적tv 밥굽남’ 유튜버 오진균씨의 방송 모습.
오씨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게 뭘까’라는 고민을 거듭하다 당시 10명 정도 있었던 그의 진성 팬들에게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너의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이 매력적이다.본성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라”라는 답변을 들은 그는 비로소 산적 ‘밥굽남’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다.그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야외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생방송을 켜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소의 머리를 해체하고 커다란 솥뚜껑에 고기를 구워먹거나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재된 욕구를 건드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밥굽남’의 말대로 취미는 돈이 됐다.순식간에 37만명에 이르는 구독자를 달성한 그는 지난 한달간 영상 조회수로만 ‘5000만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1만명만 돼라며 시작했던 것이 점점 목표를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욕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목표하는 구독자 수는 강원도 인구의 3분의 2인 ‘100만명’”이라고 웃으며 전했다.

하루에 5시간동안 다른 유튜브 채널 연구에 몰두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는 그는 한번 ‘맛’을 본 순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그는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구독자분들이 좋아하는 모습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며 “내년 봄에는 구독자분들을 초대해 고기를 대접하며 받은 마음들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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