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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생생한 경험·지역성, 영화제의 힘”

# 강릉국제영화제 국제포럼
각국 국제영화제 위원장 참석
지역 특색 살린 차별화 강조
배급되지 못한 예술영화 소개 등
영화제 역할·과제·전망 논의

김여진 beatle@kado.net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25 면

[강원도민일보 김여진·한승미 기자]“영화제는 온라인 감상이 대체할 수 없는 경험과 지역적 매력을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영화계도 탈세계화와 지역성에 주목하고 있다.홍콩과 뉴욕,모스크바,후쿠오카,콜롬비아…각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강릉에 모여 입을 모은 얘기다.지난 9일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 ‘강릉국제영화제 국제 포럼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에서다.이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시장의 급성장과 대규모 자본을 통한 배급 시스템 등 어려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한 키워드로 ‘지역성’과 ‘다양성’,그리고 ‘경험’을 꼽았다.서로 다른 콘텐츠를 각자의 마켓에 제공하는 뉴미디어의 혼돈 속에 영화제는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다시 묶어내야 한다’는 것이다.동북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제작 논의 등 문화교류 플랫폼으로서의 강릉국제영화제 가능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강릉국제영화제 국제 포럼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이 지난 9일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김한근 강릉시장,안성기 강릉국제영화제 자문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강릉국제영화제 국제 포럼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이 지난 9일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김한근 강릉시장,안성기 강릉국제영화제 자문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지역성과 다양성이 답이다

각국 영화제 감독들이 제시한 영화제 발전 방향은 “지역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잡아내고 보존하면서 교육적 역할과 협력체계 구축까지 일궈낼 수 있는 플랫폼”이다.가린 누그르호 욕자카르타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뉴미디어와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한 방법으로 영화제들이 기존의 문학을 각색한 영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영화제마다 각자의 정체성이 있는데 강릉도 문예도시로 알려진 만큼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영화제 개최 등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필리페 알쥬르 카르타제나콜롬비아국제영화제 예술감독도 “영화제가 살아남고 재정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성을 강조한 차별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지역 특색 강조가 산업·경제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동의했다.뉴욕 감독은 “영화계도 탈세계화와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강릉도 동아시아의 집중공간이 될 수 있다.매우 미국적 콘텐츠인 마블 시리즈가 아닌 아시아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의 콘텐츠를 묶어낼 수 있다”고 했다.


■ 영화제 키워드는 ‘경험’

패널들은 영화제는 경험을 공유하는 축제로서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희소성 있는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마르틴 떼루안느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영화산업은 음악산업에 비춰볼 수 있다.20년 전 CD로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휴대폰 등 어디에서든 들을 수 있는데도 관객들은 여전히 콘서트장에 간다”고 했다.로나 티 마카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키워드는 ‘경험’이다.영화제는 온라인이나 스트리밍이 제공할 수 없는 ‘생생한 경험’을 준다”고 했다.

윌프레드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온라인 영화 서비스로 관객들은 할리우드 등에서 배급된 똑같은 영화들만 감상하게 된다.배급되지 못한 훌륭한 예술영화를 소개해야 하는 것이 영화제의 역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알쥬르 감독도 “온라인 소통은 활발해졌지만 혼자 관람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사람들은 더 외로워지고 있다.감독,배우 취향이 비슷해지는 등 표준화가 생기고 있는만큼 영화제는 공동관람하면서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고 사회적 지식을 전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 지난 9일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강릉국제영화제 국제 포럼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통차를 마시며 네트워크 시간을 갖고 있다.
▲ 지난 9일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강릉국제영화제 국제 포럼 ‘20+80: 21세기 국제영화제의 회고와 전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전통차를 마시며 네트워크 시간을 갖고 있다.

■ 예산 따른 부침 극복…

패널들은 영화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한 경험도 공유하기도 했다.이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예산확보에 따라 영화제 정체성이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마에다 슈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4년간 지방정부 지원을 받았는데 중국·대만영화나 정치영화를 상영할 수 없다는 압력이 있어 항의하자 지원이 끊겼다”며 “5회째부터 개인 후원을 받고 예산을 줄여왔다.감독들이 자비로 오고 있지만 사명감은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이치야마 쇼조 도쿄 필름엑스 영화제 프로그램 디렉터도 “2년 전 스폰서가 지원을 끊어 정규직 직원 감축 등을 겪었다가 새로운 스폰서를 찾았다.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후원할 수 없다고 밝혀 개막이 불투명했지만 겨우 다른 스폰서를 찾아 비슷한 규모로 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웡 홍콩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도 “15년 전 정부가 지원을 끊으며 영화제가 힘을 잃었는데 민간 후원사 협력과 중국과의 협업을 통한 영화제작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했다.이같은 영화제들의 경험은 지자체 지원을 중심으로 첫 막을 올린 강릉국제영화제 역시 지자체 예산과 민간 후원 등 재정지원 주체간 균형점 모색이 지속 개최를 위한 과제라는 것으로 읽힌다.

■ 영화제의 ‘다보스포럼’될까

강릉국제영화제는 올해 처음 마련된 이번 포럼을 매년 확대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각 영화제 대표들 간 상견례처럼 마련된 자리가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진데 대해 고무적인 반응이 이어졌다.영화배우 안성기 자문위원장도 포럼 끝까지 함께 했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포럼의 의미를 강조하며 규모 확대를 희망했다.김 위원장은 “예산이 허락해준다면 내년에는 세계 영화제 40여명을 초대하고 시간도 늘리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싶다”고 밝혔다.그는 “매년 많은 영화제가 출범했다가 사라지면서 영화제들의 고충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계 어느 영화제에서도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는 부족했다”며 “강릉에서 영화제들의 생존전략을 논해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 뜻깊다.이번 첫 포럼을 정례,서로의 경험과 조언을 공유하는 시간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여진·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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