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떠나시면서 하시던 말씀을 잊을 수 없다.“어머니 건강은 어떠신가?자네가 같이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신걸세.자네도 장애의 몸으로 병 수발하니 대단하고.나는 할매가 병원 가 있는 동안에도 모실 놈이 없어 요양원 가는 신세라 참 눈물 밖에 안 나오는구먼”/“너무 심려 마세요.3개월 금방 가니까 활짝 웃는 얼굴로 봬요”/“고맙네.어머니 잘 모시게!요양원 안 모시는 것도 정말 큰 효도일세.자네 싫어하는 사람 없는 걸 보면 이 늙은이 보기에도 너무 좋네”/“좋아하시니 저도 기쁘네요.”
“이봐!이리 와서 날 안아 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부탁에 조금 당황했지만 돌아가신 선친 생각도 나고 해서 가까이 가서 안겼다.그때 할아버지의 울먹이는 목소리.“자네가 내 아들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럼 아들 하지요.저도 아버지 생겨서 좋고요!” 마지막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올해 91세의 어머니는 호흡기 질환으로 바깥 출입이 어렵고 집안 일도 거의 못하신다.바늘과 실처럼 붙어 있어야 한다.영월읍내에서 효자라고 칭찬해주시는 분들도 많다.정말 내가 효자 자격이 될까?‘요양원 안 모시는 것도 큰 효도야.’그 말씀도 맞는 것 같다.내가 없었더라면 아마 어머니는 요양원에 가 계시겠지.
집안 어르신들에게 ‘우리 막내 복 받을껴!”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다짐한다.어머니를 절대로 요양원에 모시지 않겠다고.효자가 별건가?옆에 같이 있어주고,맛있는 것 같이 만들어 먹고,아프실땐 병원 모셔가고.‘있을 때 잘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지나버리면 후회만 남는 법.시대가 바뀐다 해도 ‘효’의 근본은 변치 않으리라.
김영화·영월(지체 및 시각 장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