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꽃을 솎는 일은 나무에게 미안한 일

나무 생각은 모른 체하고 눈을 질끈 감는 건

크고 실한 과일을 꿈꾸기 때문



파치를 위한 꽃은 따로 두어야 한다



농부에게 파치는 모자라지만 대견한 새끼들

비바람과 벌레와 새들에게 기꺼이 몸 내어준 것들



성한 과일들도, 실은

파치들 덕분에 온전히 살아남게 되었던 것



성한 게 성하게 되기까지 지켜준 것들

낡은 다라에 골라 놓으면

어느새 슬며시 서로에게 굴러가 기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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