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14번째 시집 ‘따뜻한 편지’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서른일곱에 이 세상을 하직하겠다며 고뇌했던 시인은 일흔을 훌쩍 넘겼지만 순간순간 방점을 찍으며 그렇게 흘러왔다.그리고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을 시로 끊임없이 써내려 온 이영춘 시인이 14번째 시집 ‘따뜻한 편지(사진)’를 펴냈다.4부로 구성된 시집의 1부는 모더니즘시,2·3부는 서정시,4부는 사회성 짙은 시로 나뉘어졌다.현대적 감각으로 쓴 산문 시가 곳곳에 실려 따스하게,막힘없이 읽힌다.

시집에는 “바람처럼 건너갈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쇼펜하우어의 입을 빌리다’ 중)”와 같이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동생 등 주변 사람들을 잃은 시인의 경험과 닿아있다.1980년대 중반 “서른일곱에 이 세상을 하직하겠다던…”이라고 썼던 시 ‘강촌연가1’에 묻어나는 정서의 연장선으로도 보인다.아들에게 보낸 시 ‘따뜻한 편지’에서는 “사람 위에 사람을 보지 말고/사람 아래 사람을 보는 눈을 키워라”하고 삶을 건너가는 이들에게 조언을 건넨다.‘아들과의 산책’에서 ‘오래도록 숨 죽이며 내안에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 시인은 기독교 신자이지만 불교정신을 녹여내기도 했다.‘천궁(天宮)의 그림자’에 지난 해 입적한 무산 오현스님의 이야기를 썼고,‘문성오도’에서는 “눈 멀고 귀 멀었던 내 전생의 죄업이/터진 실밥으로 울고 있다”고 표현했다.‘내 안의 벽’에서 ‘나를 열고 닫을 수 있는 물의 금강경’을 원하기도 한다.방민호 평론가는 “이 시인은 자신의 삶을 둘러싼 죽음을 현실로서 날카롭게 인식하며 이를 여러 번에 걸쳐 드러내고자 한다”고 해설했다.이영춘 시인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시가 영원한 미지수이듯 이 역시 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으로 남는다”고 했다.출판기념회는 내달 1일 춘천 ‘클잎정’에서 열린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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