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종남 소설가 발자취
김유정문학촌 사무국장 등 역임
강원고 교사시절 문인 양성 앞장
춘천 소재로 분단 아픔 표현 등
민중 사소한 삶 밀도있게 조명

▲ 고 최종남 소설가

[강원도민일보 김진형 기자] 지난 7일 늦은 밤 찾은 최종남(1946∼2019)소설가의 빈소는 한산했다.춘천예총 회장,강원문인협회 춘천지부장,김유정문학촌 초대 사무국장 등을 역임하며 춘천에 문학적 토대를 쌓아올린 문인이었지만 모인 사람들은 20여명 남짓.그러나 자리 한켠엔 강원고 교사로서 문예반을 이끌던 최돈선 시인과 노화남 소설가를 비롯해 제자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최준·전윤호·권혁소·최관용 시인,허영 더불어민주당 도당위원장 등이 최 작가의 유산같은 기억을 하나둘씩 풀어냈다.이들은 최 소설가의 넉넉한 인품과 재기 넘치는 입담을 회고했다.

최 작가는 1963년 춘천고 문예반 막내로 들어올 때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의 두각을 드러냈다.윤용선 시인,노화남·한수산 소설가를 이어 문예반 동인지를 이끌어 나갔다.춘천교대 입학 뒤에는 학보사 활동을 시작했고 한수산·이외수·이도행 소설가,박민수 전 춘천교대 총장,임동윤·최돈선·최승호 시인 등과 문학적 영향을 주고 받았다.

▲ 최종남(가운데) 작가와 전상국 소설가,최돈선 시인 등 춘천지역 문인들
▲ 최종남(가운데) 작가와 전상국 소설가,최돈선 시인 등 춘천지역 문인들
강원고 교사로 25년간 근무하면서 직접 학생들을 데리고 전국에서 열리는 문학 공모전에 입상을 시키면서 성과를 거뒀다.‘민주주의 잔혹사’ 등을 펴낸 홍석률 성신여대 사학과 교수를 많이 아꼈다고 한다.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위원도 그의 제자다.교직 퇴임 후에는 본지에 도내 본관 성씨들의 유래를 밝힌 ‘강원의 명문세가’시리즈를 연재했고,춘천환경운동연합의장을 맡아 왕성한 사회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김유정문학촌 초대 사무국장을 맡으면서 춘천에 김유정문학촌이 기반을 잡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그의 산문집 ‘사람’에서는 김유정 63주기 추모행사에 모인 기관장 소개에 앞서 문인들을 먼저 호명하며 문화예술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던 일화가 있다.

▲ 단둥역
▲ 단둥역

최 작가의 문학세계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은 2004년 펴낸 ‘겨울새는 머물지 않는다’다.북에 두고 온 남동생 ‘육손이’를 찾는 한 어머니 이야기다.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끈질긴 취재활동의 결과물이기도 하다.연재 당시 이산가족찾기 방송과 맞물려 큰 인기를 얻었으나 퇴고와 개작 등 여러 사정으로 출판 시기를 놓친 아쉬움도 남겼다.

지병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쓴 마지막 단편소설집 ‘단둥역’에서는 수록작 6편 모두 춘천을 소재로 활용했다.‘단둥역’은 중국의 한 북한식당에서 일하는 젊은 여인과 춘천에서 온 청년이 만나 사랑을 키우지만,결국 국경의 벽을 넘지 못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되는 이야기다.



▲ 겨울새는 머물지 않는다
▲ 겨울새는 머물지 않는다

작품에 등장하는 북한식당 지배인의 아버지는 춘천 후평동이 고향으로 자기 마을의 흙을 무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며 애틋한 고향 사랑을 드러낸다.이처럼 최 작가의 작품세계는 민족 분단이 빚은 비극적 상황을 능청스러우면서도 치열하게 드러내고 있다.

임종을 지킨 최돈선 시인은 “최종남은 평소 꼼꼼한 성격이고 긍정적이었다”며 “동포문학상을 받고 아주 자랑스러워한 것 같이 우리 민중의 사소한 삶을 밀도있게 조명했던 작가였다”고 했다.

최 작가가 숨을 거두기 며칠 전 최돈선 시인에게 남긴 한 마디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그동안 고마웠어.참 따뜻했지,우린…”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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