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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우리 모두 횡재합시다”

곽영승 전 언론인·행정학 박사

데스크 2019년 11월 18일 월요일 10 면
▲ 곽영승 전 언론인·행정학 박사
▲ 곽영승 전 언론인·행정학 박사

산에 올랐다.바람 따라 낙엽이 비처럼 흩날린다.싱그러움을 자랑하던 이파리는 말라 비틀어졌다.자연의 이치다.청춘의 모습으로 죽으려면 요절하는 수밖에.늙어 죽을 때는 모두 다 비슷한 몰골이다.청춘을 누린 대가다.

숲이 무성할 때 그 안에서 안온,사색의 행복을 맛봤다.바람이 얼굴을 스치면 상큼한 숲의 향기가 행복감을 더 했다.아∼세월무상.그런 행복은 순간일 뿐 벌써 입동이 지났다.도대체 세월보다 빠른 것이 있을까?세월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천하무적,감히 누가 대적하리요.

천변만화,무상을 알면 살만큼 산 것인가?세월을 제대로 보낸 것인가?바닷가 파도에 씻겨 아름답게 빚어진 돌멩이처럼.그대 이름은 자갈,자∼갈 자가∼알.작지만 단단하구∼나.

나무가 잎을 털면 다른 풍경,저 멀리 산 아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아득히 멀지만 내가 살아온 회색도시다.저 곳에서는 여전히 작은 욕망과 낙망(落望)들이 꼼지락거리겠지.간간이 청운의 꿈,비분강개,정의의 분노도 섞여있겠지.저녁이 되면 삼삼오오 술집에 모여 시대를 성토하고 세상을 비탄하고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겠지.인류가 아프리카 숲에서 땅으로 내려와 두발로 걷기 시작한 이래 그래왔듯이.

그런 노래들이 합창이 될 때 인류는 물줄기를 바꿨다.20년 살던 사람들이 100년을 살게 되다니!하늘이 놀랄 일이로다.무기물에서 한 점 유기물이 되고 그 유기물이 30억년 신비의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 됐으니 아∼위대하도다.더구나 거대 운석의 충돌,혹독한 빙하기의 재앙을 뚫고 살아남다니.

숲은 겨울에 대비해 잎을 털고 새봄을 기다린다.그런데 나는?우리의 삶은?사회와 국가는?초겨울의 스산함이 던지는 싸구려 감상에 젖으면서 산을 내려오면 그만인가?다시 꼼지락대면 되는 것인가?평정 평화는 아직도 꿈속에나 있나?그 많은 사색 각성이 헛되도다.

내려오는 길에 손톱만한 나비들이 아른거린다.이 계절에 웬 나비?먹을 것도 없을텐데 날갯짓은 왜 그리 부산한가?아차!그러고 보니 내 가슴 속에도 작은 나비들이 꼼지락대고 있구나.여전히 먹을 것을 찾는구나.이런,오늘 산행은 헛되도다.몸은 잎이 떨어지는 나무가 돼 가는데 마음속에서는 철 지난 나비들이 여전히 부산하다니.어찌 할꼬,어찌할꼬.

너무 걱정하지 말자.내 몸 속에는 30억년 진화의 신비가 DNA로 내장돼 있으니.그 DNA를 믿고 의지해보자.

어찌 알겠는가?꼼지락대던 나비가 찬란하게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횡재를 할지. 횡재는 바람의 조화(windfall),신의 은혜(godsend).바람과 신은 눈이 없다.얻어 걸리는 것이 횡재다.작은 나비들이 저 위로 훨훨 날아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위에는 횡재한 사람들이 많다.평생을 죽자 사자 애쓰는데도 바람과 신은 어쩐 일인지 그 사람들은 안 보고 저 위쪽만 편애하는 것 같다.눈 대신 촉수가 있나?신은 위에만 있나?밑바닥에는 바람도 안부나?아래 위가 바뀌는 천지개벽이 일어나야 하는가보다.36억년 동안 지구가 그래왔듯이.

지금은 갈라지고 층층으로 나뉘었지만 지구 땅덩어리는 원래 하나였다고∼오 이 연사 강하게 외칩니다.오랜 세월 파도에 두들겨 맞은 수많은 자갈들에게도 바람의 조화,신의 은혜가 다시 봄처럼 내리기를 간원한다.가만,오늘 빈산의 감상이 헛되지는 않았나?좋은 생각을 했으니 나,작은 자갈에게 시원한 맥주 한잔.건배사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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