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려면 입고,먹고,잘 곳이 있어야 한다.의식주(衣食住)라고 불러온 삶의 기본요건들이다.그러나 살아가는 데 필요조건으로 여겨왔던 3대 요소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전국의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한국의 소비생활지표조사 결과 의(衣)→식(食)→주(住) 서열에 균열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3대 요소로 확고한 자리를 지켜온 의(衣:의류)가 금융·보험에 그 자리를 내 줬다.이번 조사는 모두 11개 분야에 걸쳐 실시됐는데 처음으로 순위의 변동이 있었다.부동의 1위는 식(食:식품·외식)으로 21.4%로 나타났고,주(住:주거·가구)가 12%로 2위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그러나 의(衣:의류)는 9.1%로 금(金:금융·보험)에 밀려 병원·의료(9.9%),교육(9.3%)에 이어 6위에 머물렀다.

금융과 보험이 3대 소비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물론 시대 변화의 산물이다.고령화와 저금리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때문이라고 한다.우리가 의식주라고 불러 입성을 강조한 것은 외양과 체면을 중시한 전통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변화다.같은 동양권이면서도 중국은 우리와 달리 입는 것보다 먹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의식주가 가진 본원적 중요도를 뒤집는 것이라기보다는 생활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달리 보면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과제였던 어려운 시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의(衣)의 탈락이라기보다는 의식주에 금융과 보험이 추가돼 의식주금(衣食住金)의 시대가 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중국에선 이런 경향이 한 발 앞서 나타났다.인구는 많고 땅은 넓은 중국의 최대 고민은 교통이다.최대 명절 ‘춘제(春節)’기간에는 30억 명이 움직이는 대이동이 일어나고,‘춘윈(春運)’이라고 해서 한 달 이상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한다.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것이다.그래서 오래 전부터 중국은 의식주에 교통(行)을 더해 의식주행(衣食住行)이라 불러오고 있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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