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규


빈집을 홀로 두고 나와

아무도 없는 소공원 벤치에 앉았다

수줍게 이마를 맞댄 지붕 사이로

어스레히 스미는 저물녘 빛이 몽롱하다

마른 단풍잎 하나 내 옆에 내린다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머물 곳 찾느냐 말 건네 본다

온종일 처음 해본 말



바람이 손짓하자

낙엽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훌쩍 떠나간다

비운 소주병이 낮게 흐느낀다



점점 적막해지는 골목길

내 빈집은 아직도 감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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