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도착한 커피, 고종을 달래다
쇄국정책으로 뒤늦게 커피 들여와
1896년 고종 러시아 공사관 피신
비극적 상황서 커피로 안정 찾아

▲ 에스프레소 커피
▲ 에스프레소 커피

오늘은 한때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별칭을 가졌던 나라 대한한국의 첫 번째 커피이야기다.미국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은 한국에서 두 달여간 경험하고 체험한 내용을 담은 책,‘조선,고요한 아침의 나라(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을 1883년에 출간한다.이때부터 세상에 알려진 이름이 바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것이다.옛 이름 ‘조선(朝鮮)’은 아침 ‘조’에 고울 ‘선’자를 쓴다.한자를 풀면 ‘고운 아침의 나라’인 셈인데 자신의 느낌을 담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표현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는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아마도 외부의 문물을 받아드릴 여유를 갖지 못한 것 같다.문화교류나 문물교류를 할 수 있는 통상무역을 차단하는 쇄국정책을 펴면서 고립을 자초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 것 같다.특히 일본의 침략을 받고 1895년 명성황후가 처참히 시해되는 을미사변을 겪은 후 일국의 왕인 고종과 왕세자는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궁을 버리고 러시아의 공사관에 피신하는 망신을 당하게 된다.

결국 1910년 한일합병에 의해 국권을 빼앗기고 36년간 식민지가 되어 받은 치욕과 아픔은 여전히 진행형인 듯하다.일제강점기 동안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사과와 보상 등은 여전히 악재가 되어 현재까지도 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듯하다.어찌되었든 외교는 대의명분과 경제적 실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같다.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경제강국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1896년 고종은 일본군의 무자비한 행태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하여 약 1년간 머물게 되는데 이를 일컬어 아관으로 파천했다하여 ‘아관파천’이라 한다.아관파천 하는 광경은 아주 드라마틱하다.고종과 왕세자는 궁녀로 변신하여 궁녀가 타는 가마를 타고 어둠을 틈타 경복궁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이후 굳게 닫혀 있던 문은 2018년 122년 만에 복원사업을 통해 다시 열리게 되고,그 문을 따라 열린 길은 ‘고종의 길’이라 하여 현재는 표지판이 여행객들을 안내해주고 있다.

이 슬픔의 기간 동안에 고종을 달래 준 것은 바로 커피였을 것이다.처음 맛보는 쓴맛 가득한 커피는 어쩌면 고종의 쓰라린 마음과 닮았을지 모른다.시간이 흘러 점차 익숙해지면서 그 커피는 고종의 마음을 안정시켜주었고, 다시 궁으로 돌아가 나라를 재건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었을 것이다.누구에게나 항상 희망은 있다고들 한다.당시 조선 왕,고종의 치욕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에서 시작된 커피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위안과 행복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오늘은 당시의 쓰라림을 생각하면서 쓴맛 나는 무설탕 에스프레소 한잔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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