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철회’ 노린 승부수였지만 외교적 부담만 커져
한미간 방위비 협상·자동차 관세 등에 악영향 있을 수도

미국의 적극적인 만류에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예정대로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관계에 적잖은 후폭풍이 우려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일본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지소미아가 내일 종료된다”고 말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안보를 이유로 내건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시키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끝내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 종료된다면 결국 성과 없이 외교적 부담만 키우게 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이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직후부터 각급 채널을 총동원해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며 종료 결정 번복을 촉구했다.

갈수록 비판의 강도는 세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 문제(한일 과거사 갈등을)를 안보영역으로 확대했다”면서 지소미아 종료의 책임이 한국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한국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처를 한 일본에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중국·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의 상징이자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본 틀로 여기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을 방어하는 일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고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도 더 큰 위협에 놓이게 한다’는 국무부의 성명에서 보듯 자국 안보에 해를 끼친 행동으로까지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끝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면, 더 강한 비판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의 불만 제기가 ‘성명’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세미나 참석차 방미 중인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 측으로부터 매우 강한 성명이 나올 것 같다”면서 “성명만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있어 자동차 관세 문제 등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한미동맹에 악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국무부 성명을 바탕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이 간절히 원한 지소미아 종료 번복을 한국이 뿌리친 만큼 앞으로 한국이 아쉬워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이 드러내놓고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구체적인 한미 현안과 연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한미동맹에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고 미국은 또 이를 이용하려 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역학관계의 변화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다양한 현안에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내년도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올해(1조389억 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리한 금액을 요구하면서 3차 회의가 파행하는 등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로서는 한미관계가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위비 협상에서 지금보다는 수세적으로 몰릴 여지가 있다.

또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당초 제외가 유력했던 한국산 자동차가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계속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이날 외통위에서 ‘위험한 한미동맹이 되고 있다’는 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지적에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지소미아 종료 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에 있어 한미일 안보협력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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