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국회의원

▲ 김진태 국회의원
▲ 김진태 국회의원

강원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도청이전 논란은 민망하고 불쾌하다.본래 도청 건물이 노후해 어떻게 신축할지 검토 중이었다.물론 춘천시 내에서 다른 어느 곳으로 옮길지,아니면 그 자리에 그냥 다시 지을지 선택의 문제였다.그러던 중 어느 시의회에서 도청 이전을 희망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곧이어 다른 시·군도 뒤질세라 가세했다.

강원도청이 본래 원주에 있었는데 6·25 전란 중 ‘엉겹결에’ 춘천으로 옮겨진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하지만 강원도청은 1896년 갑오경장 때부터 춘천에 있었다.이미 123년 전 대한제국 시절부터 강원도의 수부도시로서 춘천시민의 자부심과 함께 면면히 이어 내려온 것이다.

물론 도청이 꼭 그 자리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경북도청은 대구에서 안동·예천으로,전남도청은 광주에서 무안으로,충남도청은 대전에서 홍성으로 각각 이전했다.하지만 이것은 모두 해당도시가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광역시청이 생기니 도청은 스스로 내준 경우에 해당한다.광역시청과 도청이 함께 있다보니 인구 과밀,행정 중복 등의 문제가 제기돼 비교적 ‘한산한’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 것이다.지금 강원도처럼 우리가 ‘더 잘나가니’ 우리 쪽으로 옮겨달라는 그런 민망한 사례는 없었다.이 선량한 강원도에서도 약육강식,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하자는 것인가?

강원도청이 춘천에 있어 문제가 있으니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강원도민의 컨센서스(consensus·합의)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따라서 이 문제는 어디가 도청의 적임지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지금 도청 이전 콘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하다.도정 책임자가 이 문제를 명확히 해주면 된다.원래 당초의 계획대로 춘천 내에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면 그만이다.그런데 무슨 눈치볼 일이 그리 많은지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논의를 중단하고 결정을 보류했다.도청사 신축문제가 지역갈등을 유발하고 정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이 결정에 춘천시민은 허탈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나아가 춘천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이것이 왜 정쟁의 대상이 된단 말인가?그냥 예정대로 발표하면 될 것을 오히려 총선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발표를 보류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지역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보라,이제 결정을 연기했으니 너도나도 도청을 유치하겠다고 나설 것이다.내년 총선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할 것이다.벌써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것이야말로 지역갈등을 유발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이렇게 헛된 기대감만 줬다가 나중에 어떻게 수습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강원도청을 다섯 개쯤 만들 생각인가?그렇지 않다면 도청사 신축논의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춘천 내 신축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무대접 속에서도 강원인은 맨주먹,맨발로 여기까지 왔다.이제야 중앙무대에서 강원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지금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지 나뉘어 싸울 때가 아니다.이것 말고도 당장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인구감소,고령화,지역경제 침체,청년실업 등등 넘쳐난다.도청 이전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지역 갈등으로 지샐 때가 아니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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