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과 땔감이 풍부한 양구 방산지역에는 도자기를 굽는데 필수 요소인 질좋은 백토까지 있어 고려말부터 백자를 생산했다고 한다.방산면 일대 도요지 지표조사결과 장평리,칠전리,현리, 송현리,오미리,금악리 등 6개 지역과 양구읍 상무룡리까지 포함한 7개 지역에서 40기의 가마터가 확인됐다. 순백자와 청화백자를 제작하던 칠전리 가마터에서는 대접, 접시, 항아리 등의 식기류와 향로 등 제기류, 벼루 등의 문방구류, 고불통 등의 일상 생활용품들이 주로 생산됐는데 그릇모양과 무늬는 조선의 마지막 도자기 국영공장이던 경기도 광주 분원 백자와 비슷하다.조선왕록실록에도 ‘조선 왕실의 백자를 생산하는 경기도 광주 분원에 양구백토를 공급했다’는 언급이 있다.

19세기 말 왕실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하던 공인 지규식의 ‘하재일기’에는 “1901년 6월 수라상에 들어갈 그릇 외에 나머지 물건들은 모두 양구에 주문해서 궁궐에 보내도록 했다”고 적혀 있는 것을 보면 조선 왕실의 백자 생산지였던 분원이 해체되면서 그 맥이 양구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장평리에서는 일제시대인 1913년 ‘도자기개량조합’이 설립돼 전통적인 생산방식대신 근대적인 사기그릇을 제작하는 등 6·25이전까지 요업이 계속되면서 방산지역은 우리나라 도자기 산업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 역할을 하고 있다.

양구군은 양구백자와 백토의 역사성과 예술적 가치를 높이고 산업화 방안을 찾기 위해 수년전부터 ‘양구백자 브랜드화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국 10개 주요 도자 전문 박물관들과 도자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이에맞춰 방산지역의 백자생산 역사 600년을 보여주는 백자박물관은 다음달 1일까지 백토마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테이블웨어&푸드스타일 기획전도 개최하고 있다. 막바지 단풍으로 물든 방산에서 순백의 백자를 만나면서 만추를 느끼면 절로 ‘힐링’이 될 듯하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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