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가진 힘은 ‘감동’이다.승부를 떠나 그동안 흘린 땀과 열정이 보상받는 순간,뭉클함이 전해진다.스포츠가 가진 또 다른 힘은 ‘도전정신’이다.인간의 한계에 맞서 싸우며 역경을 이겨내는 불굴의 의지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이들에게도 희망과 함께 자신감을 불어넣는다.스포츠는 우리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올림픽과 월드컵을 비롯한 국내·외 스포츠 빅이벤트에서 그려내는 기적의 드라마로 국민들은 울고 웃으며 ‘화합’을 다진다.그리고 그 중심에 강원도가 낳은 스포츠 영웅들이 서 있다.

유망주에서 슈퍼스타로, 지금은 ‘손세이셔널’ 시대

  장기 불황으로 시름하고 있는 국민들을 모처럼 웃게하는 소식이 이달초 저멀리 유럽에서 날아왔다.낭보를 보낸 주인공은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세계적인 축구스타 반열에 오른 ‘손세이셔널’ 손흥민이다.손흥민은 유럽 프로축구 통산 한국인 최다 골 신기록의 새 역사를 쓰며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지난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를 통해 유럽무대에 데뷔한 손흥민은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현재 뛰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차츰 주목을 받았다.한해 가량 주전 경쟁을 가지며 적응을 마친 손흥민은 매시즌 무서운 기세로 골퍼레이드를 벌이며 프리미어리그에 이어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접수’했다.손흥민은 제2의 손흥민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고향인 춘천에 손흥민 축구공원도 만들고 있다.

총알 한발에, 스윙 하나로 웃고 울린 강원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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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그라운드를 주름잡고 있다면 빙판 위에서는 심석희(강릉 출신)가 이름을 날리고 있다.어린 시절 5살 터울의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장을 찾은 심석희는 연전연승하며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성장했다.쇼트트랙 강국 대한민국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건 국제대회 입상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하지만 그는 2012~2013시즌을 시작으로 2018~2019시즌까지 7시즌 연속 태극마크를 달았다.2012년 동계유스올림픽 2관왕,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 3관왕에 등극하며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이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심석희는 평창올림픽 직전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에게 폭행을 당해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빙판 위에 올라 개인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사격의 신 ’진종오(춘천 출신)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한 진종오는 숨겨놓은 입담을 과시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훈련에 소홀하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진종오가 그동안 쌓은 성적을 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이다.진종오는 역대 한국 선수 중 올림픽 최다 보유자다.2008년 베이징올림픽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2연패를 달성했고,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로 3연패의 위업을 일궈냈다.통산 올림픽 메달은 금 4개,은 2개로 양궁 김수녕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세계선수권 역시 그의 무대였다.2010년 뮌헨,2014년 그라나다,2018년 창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의 주인공은 진종오였다.청년 총잡이에서 어느새 불혹의 나이에 들어선 진종오는 다가온 2020 도쿄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으로 잡아 총구를 겨냥하고 있다.

 강릉 출신 오혜리는 태권도 종주국 한국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하지만 그가 걸어온 태권인생은 만만치 않았다.초교 2년에 도복을 입은 오혜리는 관동중 2년 때부터 국가대표를 꿈꾸며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지만 태극마크는 쉽게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서 2위에 머물러 훈련 파트너를 맡는 설움을 맛봤고,4년 뒤 런던 올림픽 선발전에서는 허벅지 근육 파열로 좌절하는 아픔을 겪었다.연이은 악재였지만 포기는 없었다.2014년 고향팀인 춘천시청 실업팀에 둥지를 튼 오혜리는 박계희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으며 재정비,다음해인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르며 이름 석자를 알렸다.그리고 1년 뒤 찾아온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프랑스의 하비 니아레를 꺾으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오혜리는 “아직도 많은 분들이 한마음으로 응원을 해준 모습이 기억이 난다”며 “당시 경기를 마친 뒤 그동안 훈련 해왔던 순간들이 물밀듯이 스쳐 지나갔었다”고 전했다.오혜리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그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리우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각오다.오혜리는 “강원도민으로서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처음 국가대표가 됐을때 자세와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홈런 경쟁을 벌이는 거포들이 즐비한 두산베어스에서 부동의 4번 타자인 김재환(속초 출신)은 야구 불모지 강원도가 배출한 굵직한 ‘슬러거’이다.속초 영랑초교 4년 시절 배트를 잡은 김재환은 설악중을 진학한 뒤 3학년 말 상인천중으로 스카우트 돼 인천고에 들어갔다.낯선 타지 생활이었지만 김재환은 주눅들지 않았고,2학년 때 청룡기에서 홈런상을 받으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프로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잠실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투혼으로 써낸 감동의 드라마, 한국 체육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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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의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는 20여년 전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두팔을 벌이고 결승라인을 향해 뛰어들어오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마라톤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세레모니였다.그 주인공은 황영조(삼척 출신)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몬주익 언덕에서 모리시타 고이치를 따돌린 뒤 홀로 몬주익 스타디움에 들어서 ‘몬주익 영웅’으로 불리기도 하는 황영조 감독이 목에 걸은 메달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금메달 1개에 그치지 않는다.한국이 정부 수립 이후 거둔 올림픽 육상 첫 금메달이다.또 일제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뛴 손기정 이후 56년만의 따낸 마라톤 금메달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올림픽 당시 스타디움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기정 옹의 목에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걸어준 모습은 언론을 타고 전해져 전세계인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2008년 ‘강원도의 힘’이 새삼 다시 세계에 알려졌다.그해 원주 출신 장미란이 베이징 올림픽 여자역도에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우뚝 섰다.그때부터 장미란에게는 ‘여자 헤라클레스’라는 수식어가 붙었다.중3에 들어서 뒤늦게 바벨을 잡은 장미란은 1년 만에 고교무대를 평정했고,2002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에는 베이징에서의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선수권 4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역도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했다.장미란은 2013년 은퇴 뒤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고,현재는 미국에서 스포츠행정을 배우며 ‘열공’하고 있다.

 세계 양궁을 휘어잡고 있는 한국이지만 유독 강원도에서는 이름있는 궁사가 드물었다.그 침묵을 깨건 횡성 출신 이승윤으로 둔내초교 3년에 처음 활을 잡은 뒤 강원체중·고에 진학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특히 2012년 국내 고등부 양궁대회 모든 금메달을 싹쓸이하는 진기록을 세웠다.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대선배인 오진혁을 누르고 한국양궁의 대들보임을 확인시켰다.

 녹색 필드에서는 ‘골프 여제’ 김효주(원주 출신)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어린 시절 유독 공을 좋아했던 김효주는 데뷔년인 2013 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세계 정상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지난 6월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공동 7위를 시작으로 5차례 연속 톱10에 진입했고,지난달 열린 타이완 스윙잉 스커츠 LPGA와 10일 끝난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는 각각 7위와 준우승을 차지하며 랭킹을 끌어올렸다.현재 세계랭킹 13위로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지금의 김효주가 있기까지 묵묵히 뒷바라지한 부친 김창호씨도 골프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김씨는 딸의 모든 경기를 참관하고 로드매니저도 자처해 운전까지 한다.특히 대회 때마다 밥솥을 들고 다니며 든든한 식사를 챙기고 있다.

 ‘배추보이’로 유명한 스노보더 이상호(정선 출신)는 한국스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초교 1년 때 스노보드를 접해 정선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에서 훈련을 한 그가 10여년 뒤 ‘일’을 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상호가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서 따낸 은메달은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이었다.이상호는 평창올림픽에 앞서 가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세계 쟁쟁한 스노보더들에게 기죽은 않은 자신감을 드러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그는 “부상 없이 잘 준비해서 강원도민에게도 자랑스러운 강원도 출신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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