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사회 정책방향 토론]
돌봄 사각지대 해소·통합 운영
학교·기업연계 청년 이탈 방지
신중년 특성 맞춤형 정책 마련
수도권 중심 정책서 변화 모색
결혼·출산 긍정인식 확산 병행

▲ 지난 26일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영
▲ 지난 26일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저출산 원인과 대책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영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인구정책이 안되면 경제활성화든 무엇이든 어떤 정책도 안먹힙니다”,“기존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야 합니다.”

최문순 지사가 지난 26일 박진경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사무처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최 지사는 “아기를 안낳는다는 말은 금기어가 돼야 한다.못낳는 것”이라고 했다.인구정책의 관점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도내에서 열린 인구관련 간담회와 모임마다 반복되고 있다.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은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위기의식 속에 수립된다.인구 증감 여부와 폭,변동 이유는 각 광역시·도는 물론 읍·면·동 별로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일률적 대책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정부가 계획 수립에 앞서 강원도를 포함한 17개 시·도를 순회하며 지역 의견을 밀착해서 듣는 이유다.

그 일환으로 지난 26일 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성평등 관점에서 본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방향 모색’을 주제로 진행된 강원지역 공동토론회가 열렸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보건복지부·강원도·도의회 주최,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여성가족연구원 주관,강원도민일보 후원으로 진행된 자리다.특히 토론회에 앞서 강원도민일보 등이 주관한 분과별 회의에서는 그간 쳇바퀴 돌듯 나왔던 반복적 논의를 최대한 배제했다.아동분과는 ‘아동중심 돌봄체계 구축’,청년분과는 ‘청년 지역정착’,신중년분과는 ‘노년 준비’로 주제를 좁혔다.각 생애주기마다 가장 필요하고 피부에 닿을 수 있는 정책들이 무엇인지 중점 논의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발제1 - 중앙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성과평가 방식 지양·국민 신뢰 향상 노력해야”

우리나라 인구변동의 핵심은 전체 인구 중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로 인구피라미드가 역삼각형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러한 변동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2016년부터 제3차 기본계획이 시행중인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며 재구조화 로드맵을 발표했다.3차계획은 국가주도적 관점에서 실질적인 정책 수요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앞으로는 출산율 회복 등 지표 중심의 접근이나 성과평가 방식을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국민신뢰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한 성과평가 및 환류체계 강화,기업·시민사회·지역·중앙정부 간 협의체 강화 등 정책 거버넌스 구축도 과제다.

▲ 유은경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 유은경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발제2 - 강원도 저출산 현황과 정책과제]

“일·생활 균형제도 추진 도 차원 방안 마련돼야”

저출산 원인으로 여성 고용유지 어려움,양육·돌봄 전담자로 여성 역할을 강조하는 불평등한 사회문화 등이 꼽힌다.한국은 OECD 국가들과 달리 육아로 인해 여성의 경력단절이 많고 복구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성평등지수의 격차는 실제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강원도의 성별임금격차는 전국 11위,가족관계만족도는 전국 15위로 일·생활 균형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탄력근무제도,자녀출산양육 제도 등이 특히 민간에서 이용되지 않고 있다.일·생활 균형제도의 실질적 추진을 위한 도 차원의 방안,기혼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는 정책개선이 필요하다.



[분과별 토론]

“돌봄체계 구축·청년 정착 위한 지역중심 정책 도입”

# 방치된 아이들이 없는 초등돌봄
△서영주 강원도 여성특별보좌관=초등돌봄은 맞벌이가정 증가로 인한 방학 중 아동 방치,급식 등 돌봄 사각지대가 가장 큰 문제다.도내 초교생 7만5000명 중 3만7000명이 맞벌이 가정 아동이다.중앙부처 3곳에서 5가지 형태의 돌봄을 추진하고 있으나 도내 돌봄수용률은 전체 아동수의 18.8%에 그쳐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중 도내 초등돌봄교실은 신청대비 수용률이 86%로 높은 편이지만 지역별로 보면 춘천,원주,강릉 등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현저히 떨어진다.도내 아동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 강원형 돌봄시범학교 추진,다함께 돌봄센터 확대,지역아동센터 정원 및 종사자 확대,돌봄협의회 역할 강화 등 4가지 방안이 필요하다.특히 강원형 돌봄시범학교는 강원도 실정에 맞게 권역별로 1곳씩 운영해야 한다.또 정부돌봄 업무가 3개 부처에서 분리 운영,초과수요에 대한 업무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만큼 단일 부처의 통합운영이 필요하다.


# 청년 정착·유입을 위한 지역사회 구축
△백학영 강원대 교수=늙어가는 강원도를 젊게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을 지역에 정착시킬 정책이 필요하다.도내 청년고용률은 전국과 비슷한 수치를 보일 정도로 개선됐지만 청년의 지역잔존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난다.도내에서 태어나거나 교육받은 연고 청년들의 전출 비중이 높아 선순환되지 못하고 있다.청년이탈 방지를 위해 지자체와 학교·기업을 연계한 프로그램이 적극 개발돼야 한다.

청년창업도 실제 창업률이 낮고 1인 창업은 통신판매업 등에 그치는 만큼 성공적 창업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무엇보다 현재 강원도 청년의 실태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가 없어 취업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청년 정책도 부처와 지자체 간 정책·지원제도가 따로 운영,활용도가 떨어지고 있어 ‘청년청’과 같은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유연한 근로환경 체계,청년 주거 지원사업 확대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 50+세대 생애주기에 따른 신중년정책
△김여진 강원대 교수=도내 신중년(50∼64세)이 38만여명으로 도내 인구의 25.3%를 차지,해당 세대가 증가하면서 맞춤형 정책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신중년은 향후 노인정책의 방향성까지 제시할 집단이므로 지금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신중년은 이전 세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경제활동 경험이 있고,부모 부양과 자녀 포용 의무감을 함께 갖는만큼 은퇴 후 경제활동 욕구가 강하다.

현재 강원도의 신중년 관련 정책 중 사회공헌 활동지원은 교통비·식비 지원 수준의 봉사 의미가 강하고 경력활용 지역서비스 일자리도 최저임금과 4대보험 정도를 지원한다.참여기관도 도내 6곳 뿐이라 도의 신중년 정책은 없다고 볼 수 있다.도내 신중년의 특성과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선호하는 것이 생계형 일자리인지,적정 소득과 함께 얻는 사회공헌과 성취감인지 알아봐야 한다.국가와 지자체별로 신중년을 정의하는 범위도 다른만큼 사회적 개념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 중앙 중심 출산 정책, 현장 중심 전환
△박상헌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강원도는 저출산 문제로 지역소멸의 단계까지 이르렀고 이는 지속될 전망이다.2∼30년 전에 빚어진 문제가 지금 나타난 결과다.당면 과제가 아닌 장기적이고 심도 있는 대책이 필요한데 이는 지역에서 자체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제4차 기본계획에 지역중심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강원도 차원의 지역회생노력이 있다해도 중앙의 수도권 중심정책이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수도권 규제완화와 제3기 신도시계획,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국방개혁 2.0,군위수지역 해제 등이 지속된다면 합계출산율이 높은 인제도 폐광지역 수준으로 떨어지고 타 지역 유출이 예상된다.

중앙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역이 피폐해지면 안된다.또 재정자립도 제고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이 필요하다.또 3차 기본계획이 삶의 질 개선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지역정책에서 합계출산율 등 가시적 목표치를 거론하지 않게된만큼 그 대안도 필요하다.

# 도민 패널 토론

노주비 관광두레 청년피디는 “청년들이 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것”이라고 했다.길근수 시니어클럽 ‘함께하는 꽃나눔’ 단장은 “춘천의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정신·육체적 건강과 보람을 얻었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사업폐지 위기를 겪고 있다.보다 다양하고 안정적인 사업진행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민선 저출산 수기 당선자는 “남성육아휴직제도가 있지만 퇴사를 각오해야 쓸 수 있다고 평가되는 만큼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이창주 강원도 ‘100인의 아빠단’ 활동가는 “춘천은 육아하기 좋은 도시지만 체험 프로그램이 부족해 부부만의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둘째를 고민하는 부부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이외의 실질적 정책 고민도 필요하다”고 했다.양원석 인구보건복지협회 강원지회 본부장은 “20∼30대에 대한 결혼·주택·일자리 등 파격적 지원과 더불어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정리=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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