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마지막 빙하 DMZ’ 설악∼금강 잇는 평화의 녹색띠로

▲ 강원도형 그뤼네스반트는 남북강원도 대표명산인 설악산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국제생태평화 거점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은 금강산 구선봉 모습.
▲ 강원도형 그뤼네스반트는 남북강원도 대표명산인 설악산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국제생태평화 거점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사진은 금강산 구선봉 모습.


[강원도민일보 박지은 기자]총성은 멈췄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전쟁,6·25 전쟁은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고통,전쟁 이후의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분단의 상처로 남은 비무장지대(DMZ).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다가갈 수 없는 땅,DMZ는 전 인류에 ‘언젠가 한번쯤 찾아가야 봐야할 땅’,‘미래 세대가 가꾸고 보존해야 할 땅’으로 남겨졌다.동·서독 통일 30년을 맞은 현재,동·서독을 가른 철의 장막을 경계로 한 DMZ는 평화와 생명이 새롭게 움트는 그뤼네스반트(Grunes Band·녹색띠)로 변모,새 생명을 품어내고 있다.한반도 DMZ도 평화번영 시대를 맞아 ‘강원도형 그뤼네스반트’를 꿈꾸며 지속가능한 보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DMZ의 변신

철조망 너머의 ‘알 수 없는 땅’인 냉전의 유산 DMZ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우리 후세에게 어떤 유산으로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활용방안 논의가 한창이다.내년이면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로 DMZ보존방안에 대한 해법을 보다 실질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비무장지대인 DMZ(Demilitarized Zone)는 국제조약이나 협약에 의해 무장이 금지된 지역이다.우리나라 DMZ는 1953년 7월 27일 조인된 정전협정 제1조 1항(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에 근거해 1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쌍방이 이 선으로부터 각기 2㎞씩 후퇴함으로써 설정된 공간으로 정의된다.휴전 상태인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적 완충지대 역할을 DMZ가 하는 것이다.

DMZ는 군사분계선에서 남쪽과 북쪽으로 각 2㎞씩,총 4㎞폭의 공간이다.한반도를 가로지르는 DMZ의 길이는 서해의 임진강 하구에서부터 동해의 고성군 명호리에 이르기까지 약 248㎞(155마일)로 추산된다.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1.5배이며 한반도 전체 면적의 250분의 1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추산되고 있다.

냉전 시기 DMZ는 멈춰진 역사였고,전쟁의 공포가 서려있는 위협의 상징이었다.냉전의 ‘마지막 빙하’로 불린 DMZ는 지난해 잇달아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조금씩 훈풍이 불며 변화가 시작했다.

그 변화는 전 세계 유일분단도,강원도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DMZ에 대한 평화적 접근은 철원 화살머리 고지 내 한국전쟁 희생자 유해발굴 등의 남북공동작업으로 진행됐다.또 고성과 철원의 DMZ 평화의 길 첫 개방도 성과다.

자연생태를 매개로 한 평화정책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냉전이 만들어낸 독특한 생태계에 새로운 형태의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민통선 이북지역과 도내 접경지역 일부가 포함된 DMZ일원이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유네스코에 지난 6월 등재됐다.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은 향후 금강산을 중심으로 한 북측의 생물권보존지역과 연결,남북DMZ 희귀생물종 등에 대한 공동 연구가 이뤄질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관계자들이 튀링겐주 그뤼네스반트에서 진행 중인 시민 중심의 나무심기 운동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를 시작한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관계자들이 튀링겐주 그뤼네스반트에서 진행 중인 시민 중심의 나무심기 운동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형 그뤼네스반트

동·서독 통일 독일의 첫 전국적인 자연 보존 프로젝트인 그뤼네스반트는 냉전과 죽음의 공간인 분단의 현장을 화합과 생명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남북한 DMZ보존방안 마련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독일 그뤼네스반트의 약 절반이 집중된 튀링겐주는 튀링겐숲과 프랑켄숲에서 주변자연환경을 관광화,자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특히 동·서독 통일 이듬해인 지난 1990년부터 매년 11월 첫 째 주 토요일 단 한 번 열리는 시민 중심의 나무심기 운동인 ‘Aktion BAUMKREUZ(행동하라!나무십자가)’행사는 튀링겐주 아이제나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강원도형 그뤼네스반트도 이 같은 모델을 착안할 수 있으며 남북강원도 대표명산인 설악산과 금강산을 중심으로 국제생태평화 거점지로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제생태평화 거점화는 설악·금강을 국제평화공원 지정하고 산림복원을 통해 생태통일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또 공동의 산림문화 조성을 위한 DMZ공동생태 연구,대륙사슴 복원사업,국제생태평화 문화제 등으로 실제 통일 전,남북 생태통일을 먼저 이룰 수 있는 기반 조성이 가능하다.설악∼금강 평화생명 벨트는 북강원도 원산과 다각적으로 연결,이는 남북정상이 합의한 9·19평양공동선언에 채택된 동해관광공동 특구 조성과도 맞물려 남북 강원도의 통합관광 등 지속가능한 발전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를 추진한 독일 최대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카린 코볼(55)그뤼네스반트 프로젝트 팀장은 “한반도 DMZ 가치와 자원은 무궁무진하다.전 세계 유일분단도 강원도가 DMZ보존방안에 대한 해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할 때”라며 “DMZ보존 방안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남북의 생태학 연구진,환경운동가 등이 최우선적으로 교류,산림통일 이후를 대비해야한다”고 했다. <끝>

박지은 pje@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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