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국과 모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대사(특명전권대사)는 ‘외교관의 꽃’으로 불린다.자신의 나라를 대표해 파견되는 만큼 상대국의 사전동의(아그레망)가 필수인 대사에게는 균형감과 세련미,절제,외교적 수사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요즘에는 주재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동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관료나 참모 스타일보다 기업의 시이오(CEO) 스타일의 대사가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가 특별하다보니 한국에 부임하는 주한미국대사 역시 다른 나라 대사와 달리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그런 면에서 현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활약상’은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미국 국무부 사상 첫 여성 주한대사를 역임한 캐슬린 스티븐슨 대사와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지역에 2년간 파견돼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스티븐슨 전 대사는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을 만큼 친한파 인사로 분류된다.부임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국대사로 있는 동안 달라진 한국의 실상을 잘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스티븐슨 대사는 ‘심은경’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책을 펴내는가 하면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등 한국인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친근감을 보여줬다.

반면 해리스 대사는 주재국을 무시하는 태도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해리스 대사는 초청 이유도 미리 밝히지 않은 채 우리나라 국회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초청해놓고 “방위비 분담금을 50억달러로 올려 내야 한다”는 말을 20번이나 되풀이했다고 한다.해리스 대사는 이같은 오만과 무례는 “총독처럼 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이미 외교가에서 악명이 높다.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이 감축돼도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해리스 대사의 무례한 행동이 계속되면 심은경같은 ‘공감’은 커녕 ‘반감’만 얻게 될 것 같아 안타깝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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