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과정 내실화 추진 불구
문화체험 등 프로그램 부족

[강원도민일보 박가영 기자]강릉의 한 고교에 다니는 고3 이모(19)양은 29일 4교시를 마치고 하교했다.1교시부터 4교시까지 모두 자습이어서 친구들과 잡담을 하거나 낮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냈다.그나마 지난주에는 기말고사가 있었지만 이번주부터는 그야말로 ‘교육 공백’이다.이 양은 “수능 이후 수업이 없어 4교시까지 친구들과 떠들다가 가는 것이 전부”라며 “이번달까지는 학교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못들었다”고 말했다.

춘천 모 고교의 고3 교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문화체험이 운영되고 있지만 횟수가 적어 자습으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박모(19)군은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은 돌아다니면서 떠들고 한쪽에서는 면접과 논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고3 학생들이 법정 수업일수를 채우려면 앞으로 한달 이상 학교를 더 나와야한다.한 교사는 “정해진 수업 일수 190일을 채우기 위해 수업 의욕이 떨어진 학생들을 계속해서 등교시켜야하는 상황”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당국이 올해 수능 이후 학사과정 내실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고3 교실은 예년처럼 어수선하고 뒤숭숭하다.프로그램 중 하나인 운전면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도내에서 원주 한곳 뿐이다.컴퓨터 자격증 필기시험 지원 프로그램도 춘천,원주,강릉,속초,동해 5개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금융진흥원과 연계한 금융교육은 예약이 밀려 현장 강의가 아닌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곳이 있다.도교육청이 수능 뒤 고3 교육 공백을 막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예산 지원에 나섰지만 이를 신청한 고교는 일반계고 85곳 가운데 55곳에 그쳤다.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을 신청하지 않은 학교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처음으로 자체 예산을 투입해 수능 이후 학사 과정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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