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눈깨비 흩뿌리며 빈 들녘에 홀로 섰다
때 늦은 철새무리 날갯짓 망설이다
살얼음 강가에 내려
무딘 부리 닦는 새벽
못 박힌 부스러기 동강 난 목재모아
공사장 모닥불에 미련 없이 던져 넣고
이슬에 젖은 작업 복
입은 채로 말린다
일감은 끊어지고 풀려가는 먹이사슬
고향집 떠난 뒤로 헛짚는 보금자리
빛바래 지친 날개론
갈수 없는 먼 남쪽
버거운 걸음으로 징검다리 넘는 철새
외투 깃 높게 세워 등 돌린 골목 뒤로
강물은 살얼음 넓혀
긴 다리를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