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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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병들의 이름을 새어나가지 말게 하라.그들은 그저 아무개다.그 아무개들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이름 석자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아무개 불꽃들이 있습니다.유인석,민긍호,이은찬,박용만,민용호…. 강원도 곳곳을 누볐던 의병대장 아래 수많은 불꽃들이 꺼져갔습니다.1945년 8월 15일은 그 불꽃들이 뿜어냈던 빛들을 다시 찾은 날입니다.그리고 74년.2019년에 맞는 올해 광복절은 유독 아픕니다.

70년이 넘도록 우리가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쿠릴열도 아래 깊은 바닷속에서,중국 하이난의 무성한 풀숲 묘비로부터 처절한 메아리를 다시 듣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그 메아리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커녕 없던 일로 치부하는 아베정권에 분노합니다.그 와중에 편가르기가 난무하는 국내정치권은 어떤가요.

또 하나,과연 우리는 아무개 불꽃들의 정신유산을 얼마나 잇고 있는가에 대한 자문입니다.임진왜란이 끝나고 일본은 패전의 이유를 공부했지만,조선의 공부는 부족했습니다.임진왜란의 참혹함을 기록한 유성룡의 ‘징비록’은 전쟁을 막지못한 조선의 반성문이지만 일본에서 더 널리 읽혔다고 합니다.결국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다시 찾아왔고 일본 식민지배의 수모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참회록’에서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고 썼습니다.민족의 정신유산을 스스로 높여야 진정한 극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웠습니다.이기려면 알아야 합니다.‘No Japan’을 외치는 뜨거운 분노의 크기만큼 ‘Know Japan’을 위한 냉철한 공부도 필요합니다.

감정에 따라 좌지우지 되지 않는 것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입니다.우리 앞에 놓인 ‘구리 거울’에 ‘파란 녹’이 끼어있는지 들여다 볼 때입니다.그 녹을 닦아낼 찬란한 문화유산과 의로운 정신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조선최초 여성의병장 윤희순 의사는 ‘일생록’에서 ‘매사를 시대에 따라 옳은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아무개 신분에서도 불꽃들은 타올랐습니다.진정한 제2의 광복을 위해 불꽃처럼 타오르지는 못할지라도,각자 품 속의 빛(光)부터 다시 찾아(復) 밝혀볼 일입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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