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운우

시작된 곳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직 계를 내고 찾아간 곳에서

우발성 발작이라며 의사는 과거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다



나이 들수록 가위 눌리는 일이 잦아지고 아침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최초의 기억



수국이 피는 노란 담벼락 난화처럼 헤매던 풍문

빈 못 자국 따라, 한 때 못 위를 장식했을 기억

방울방울 끓던 뜨거움 그대와 그대 사이 없었겠는가?



다만

빈 벽과 빈 벽 당신과 그대 사이

등 돌린 채 고였던 어둠 하나 툭 떨어져

빈 바람벽을 이고 가위 눌렸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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