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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의 권력은 핏줄 따라 세습된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의 선택을 거쳐 위임된다. 그렇다고 집권의 정통성은 절대적이지 않다. 통치의 정당성을 잃은 왕은 일개 도적놈으로 저잣거리에서 모가지가 잘려 나갔다. 21세기에는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권좌에서 축출된다. 한때 선출 권력이 국민을 겁박하던 일이 있었다. 여당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 4일 TV 뉴스 프로에 나왔다. “행정부의 임명된 권력은 선출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야 하는데 거꾸로 돼 있어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정의 안정
명경대
남궁창성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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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총성이 멎은 지 70년이다. 강산이 일곱 번이나 바뀐 세월 속에서도 간간이 총성은 울렸다. 완전한 평화는 아니었던 셈이다. 불안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성장을 거듭하며 눈부신 발전을 했다. 오늘날 이만큼 살 수 있었던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의 염원에 힘입은 바 크다. 돌이켜 보면, 숱한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그때 우리가 떠올린 것은 동족상잔의 6·25였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은 국군(경찰 포함) 62만 명, 유엔군 15만 명 등 77만 명이 전사하거나 다쳤다. 북한군 80만 명, 중공군 123만 명을 포함하면 무려
명경대
천남수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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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다 보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의문이 “옛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 하는 것이다. 한 해 농사는 해빙과 동시에 겨우내 뭉친 흙덩이를 부숴 땅을 고르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거름을 뿌리고, 논·밭을 갈고, 이랑과 고랑을 만들고,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 것이 그다음이다. 이어 물을 대고, 순치기와 적과 등을 하면서 작물을 키우고, 김매기와 추비를 하는 등의 고된 노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요즘 같은 장마철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농사를 경험한 사람들은 장마철 잡초의 생육 속도에 진저리를 친다. 부직포를 덮어도 빈틈을 귀신
명경대
최동열
202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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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운 것 같다. 지난 21일이 중복이었고, 어제가 대서(大暑)였으니, 그야말로 삼복더위를 체감하는 요즘이다. 보통 대서는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한창일 때의 절기다. 대서 즈음에는 “더위 때문에 염소 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예로부터 이맘때가 되면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계곡이나 강을 찾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텁지근한 찜통더위는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다시 장맛비가 내렸다. 장마전선이 늦게까지 한반도에 동서로 걸쳐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경대
천남수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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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의 자료는 방대하다. 총 1893권 888책이며, 내용의 풍부함과 상세한 묘사 등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인 편년체 역사서로 평가받는다. 권수나 책수로는 동시대 중국의 명·청 실록에 비해 적지만, 글자는 4965만 자로 대명실록 1600만 자의 3배에 달한다. 국가의 정무뿐만 아니라, 국왕과 신하들의 인물 정보, 외교와 군사 관계, 의례의 진행, 천문 관측, 천재지변, 법령과 전례, 호구와 부세의 통계자료 등 당시 조선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외교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동네 개가 벼락을 맞았다’는 기록이
명경대
이수영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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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하며 기도하라.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곡기까지 끊고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 그런데 좋지 않은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니, 이 무슨 저주란 말인가. 상식을 뒤집어 놓는 레바논의 격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기도가 모두 통한다면 그건 악다구니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세상이 당신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고 믿지 마라. 세상은 당신에게 빚진 게 없다. 세상은 당신보다 먼저 여기에 있었다.’ 미국의 목사 로버트 버디트(1844~1914년)의 말이다. 그렇다. 세상이 나의 삶을, 우리
명경대
남궁창성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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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과 11일 북한 노동당 김여정 부부장의 두 차례에 걸친 담화에서 남측을 ‘대한민국’이라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김 부부장은 미국 공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면서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 족속, ‘대한민국’ 군부라고 한 것. 이는 그동안 북한이 우리를 같은 민족으로 통일의 대상으로 여겨 ‘남조선’이라고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표현이다.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지칭할 때 한국이라고 하지만, 대외적인 공식 호칭은 ‘대한민국’이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는 선수단을 가리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명경대
천남수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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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공경에 관해 얘기하자면,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을 빼놓을 수 없다. 세종은 즉위 14년째인 1432년 8월에 궁궐에서 양로연을 개최, 이후 의례로 법제화하고 전통이 이어지도록 했다. 80세 이상이면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았고, 노인들이 모두 연회장에 들어올 때까지 왕이 서서 기다리고, 연로한 노인들이 왕에게 여러 번 절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해 약식으로 진행토록 하는 등의 배려가 더 파격적이다.충북 진천의 김덕숭(金德崇·1373∼1448년)과 세종 임금과의 일화도 유명하다. 노부모 봉양을 위해 한산군수직을 버리고 고향에
명경대
최동열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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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장마는 “비 내리는 날은 파전에 막걸리가 제격”이라는 말도 꺼낼 수 없게 됐다. 이번 장마 기간 집중호우로 벌써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의 이재민과 엄청난 재산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에 갑자기 유입된 물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졸지에 물에 잠긴 사고는 많은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장마철이면 크고 작은 피해를 보게 되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인해 귀한 생명을 잃는 일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이번에 큰 피해를 준 것도 집중호우가 원인이었다. 집중호우는 짧은 시간에 비교적
명경대
천남수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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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해안선과 옥빛 물결을 자랑하는 삼척 장호항은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붙은 작은 항구다. 이곳 주민들은 가자미와 오징어, 대구, 대게, 도루묵 등을 잡아 생계를 이어간다.지난달 28일 마을에 화제가 될 만한 소식이 들렸다. 항구 앞 바다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그물에 죽어 있는 밍크고래 한 마리가 올라온 것이다. 이날 잡힌 고래는 길이 4.04m, 둘레 2.09m, 무게 약 541㎏ 크기로, 동해해양경찰서에 신고 후 2200만원에 위판됐다. 밍크고래는 멸종 위기종으로 포획이 금지돼 임의로 잡으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다른 고기
명경대
이수영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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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전 8시30분. 서울 합정역 앞에 버스 한대가 섰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50대 네 명이 올랐다. 오전 9시10분쯤 버스가 서울 선정릉역 앞에 다시 섰다. 70대 후반의 노신사가 먼저 올랐다. 차에 앉아있던 이들이 벌떡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 뒤이어 탑승한 50대 세 명은 또래들과 어깨를 치며 악수했다. 버스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려 춘천 한 방송국 옆에 섰다. 수다를 떨던 50대 네명이 버스에 오르며 노신사에게 인사를 드렸다.버스는 다시 고속도로를 질주해 점심 무렵 양양의 한 막국숫집에 도착했다. 일행 열두명이
명경대
남궁창성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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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운전을 하다 아빠가 자주 입던 브랜드 옷 가게를 스치듯 보고는 혼잣말로 울 아빠 여름 셔츠 하나 사드려야겠네, 하고는 또 소스라치게 놀라 눈물 바람. 아빠는 없는데 늘 내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도 같고, 꿈에서라도 팔짱 한번 둘러보고 싶은데…” 직장 동료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아빠와 일상을 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다가 퍼뜩 아빠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서 그리움은 더 커질 수밖에.그의 글을 보면서 송영신 시인의 시집 ‘기차는 우리를 같은 곳에 내려놓지 않았다’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사물도 사연
명경대
천남수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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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묵호동에 ‘논골’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논골 담길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더하는 곳이다. 그런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논’이라고는 한뙈기도 찾아볼 수 없다. 관광객들은 묻는다. 논이 없는데 왜 논골이냐고. 답은 마을 앞 묵호항에 있다. 묵호항은 1960~8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다. 오징어·명태가 지천으로 잡히고 바닷가 언덕 위 덕장에서 고기를 말리기 위해 쉴 새 없이 지게와 함지박으로 져 나르던 때, 비포장 마을길은 매일 논바닥처럼 질척거렸고, 맑은 날에도 장화를 신어야 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논골이 탄생한 것이다
명경대
최동열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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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호우가 번갈아 닥치고 있다. 열대야 현상이 일찌감치 찾아오고, ‘곳곳에 따라 비’가 예보되면 소나기 정도가 아닌 무서운 기세의 폭우로 변하는 광경에 놀라는 요즘이다. 며칠간 비정상적인 고온이 이어지면 체감온도가 가파르게 올라 온열질환과 가축·어패류 폐사, 녹조와 적조 현상, 식중독 등의 집단감염을 부르기에 무더위 근심이 크다.여름이 시작되기 전 세계기상기구(WMO) 페테리 탈라스 사무총장은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향후 5년간 지구 기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
명경대
박미현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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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07년 여름. 승복을 입은 스님들과 사제복 차림의 신부님들이 족구로 한판 붙었다.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체육공원에서 공을 넘기며 고민과 번뇌를 땀으로 씻어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4계절 즐겨 신는 털 고무신에 밀짚모자를 쓰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1세트는 신부팀이, 2세트는 승려팀이 이겼으나 마지막 3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6-14로 신부 팀이 승리했다. 이 지역 스님과 신부님들은 오랫동안 족구로 하나가 됐다. 종교를 뛰어넘어 교류하고 인연을 쌓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하지
명경대
이수영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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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는 “삐약”, 송아지는 “음메”, 참새는 “짹짹”, 강아지는 “멍멍”, 오리는 “꽥꽥”이다. 어린이들이 즐겨 입에 올리는 의성어다. 오리의 “꽥”은 영어에서도 “꽥”이다. 오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영어 ‘quack’은 ‘돌팔이’라는 의미도 있다.‘통달한 사람(達士)은 괴이한 것이 없다. 속인(俗人)은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본 것이 적으니 괴이한 것도 많다. 본 것이 적은 사람은 백로를 보고 까마귀를 비웃는다. 사물은 괴이할 것이 없건만 자기가 공연히 화를 내고 한 가지만 같지 않아도 만물을 온통 의심한다. 까마귀를 보면 깃털이
명경대
남궁창성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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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명 중 1명이 다녀간 지방 관광지가 있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전남 순천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다. 개장 84일 만인 6월 23일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만에서 도심을 따라 맨발로 걷는 흙길이 15㎞에 달하고, 교통량이 많았던 아스팔트 도로를 잔디길로 바꾸었으며 지하에 정원을 조성해 선보였으니 놀랄 만할 일이다. 순천만 입구는 원래 갯벌이 발달하고 은빛 갈대가 장관을 이루는 곳이었다. 단순히 낭만적인 장소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변화 시작점은 2005년. 갈대밭 사이에 나무보행로를 놓는 것으로 시작해 습지경관 전체
명경대
박미현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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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이 보수언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이버가 알고리즘 조정을 통해 보수 매체의 노출 순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모 방송사는 이를 인용해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해 MBC의 순위가 오르고 보수언론의 순위는 떨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향후 미디어 시장을 왜곡시키는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위법행위를 엄단해 나가겠다”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기조다. 네이버 관계자는 “언론사 인기도 순위는 뉴스 알고리즘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며 “대형
명경대
천남수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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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마지막 전투로 불리는 1953년 7월 화천군 ‘425고지 전투’를 모티브로 2011년에 개봉한 영화 ‘고지전’에는 남·북한 병사들이 다 함께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른바 합창이다. 곡명은 ‘전선야곡’. 휴전협정 효력이 발효되기까지 남은 12시간 동안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남북은 총공세를 펼친다. 그런데 최종전을 앞둔 전선에 짙은 안개가 깔린다.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싸우지 않아도 되고, 그럼 살아서 고향에 갈 수 있겠지. 병사들의 애타는 마음은 이어지는 선임하사의 명대사에 실려 간절한 기원이 된다.
명경대
최동열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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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8일. 150년 전통의 파리 살가보 홀에서 선을 보인 ‘평창의 사계’는 당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의 이미지를 유럽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밀랭코비치의 연주로 유럽에서 초연된 이 곡은, 현대음악이라는 틀로 아시아의 매력을 응축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콘서트가 끝난 뒤 음악을 감상한 위댕 씨는 “평창의 사계는 밝고 활달하며,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평창을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0일 런던 카도간 홀에서의 연주도 평창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척 아름
명경대
이수영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