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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 앞에 솟대 하나 높직이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솟대 위에 날개 튼튼한 새 한마리 얹어 놓으면 멋질 것이다. 그 새가 철새면 더욱 좋고. 국회와 국회의원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가당치 않다고 할지도 모른다. 옛날 우리 선인들이 신성한 영역에 세웠던 솟대를 세워줄만큼 지금 우리 국회가 신성한 민의의 전당 구실을 하고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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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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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없는 인간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불가능하다. 욕망이 사라진 인간이란 삶을 포기한 사람일 뿐이다. 그렇다 하여 욕망 그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인간 실존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끊임없이 생명의 본질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그것을 억제하려는 반성 사이의 갈등이 인간의 본질일지 모른다. 최근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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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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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산군도 24개 섬 중 가장 큰 섬, 신라시대 청어 잡이 김해 김씨가 처음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는 역사의 섬, 전북 군산시 옥도면의 신시도(新侍島)는 '새만금'의 배꼽에 해당하는 섬이다. 그 섬에 갔을 때, 모두들 "뱃길로 50분을 자동차로 10분에 가게 됐으니 우리도 뭍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새만금'은 계속돼야 하고, 환경단체는 새만금 반대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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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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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IOC위원은 국내외 스포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거물이다.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태권도협회회장 대한체육회장을 역임했고 국기원 원장으로 태권도의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세계태권도연맹회장에도 취임했다. 18년간 IOC위원을 지내는 동안 IOC부위원장에 당선돼 4년 임기를 마쳤고 이번에 또 부위원장 감투를 썼으니 한국 체육계의 대부요 지구촌 스포츠계의 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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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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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지원 군, 나는 그대처럼 어둠 속에서 밀담을 나누진 않았네. 나는 그저 울었을 따름이지. 그대처럼 중국에 갔을 때 말이야. 요동벌판을 보았을 때, 나는 그 엄청난 스케일에 압도당하여 소리쳤지. "아, 참 좋은 울음터로다. 가히 한번 울 만하구나" 하고. 훗날 학자들은 내 이 감탄을 '호곡장론(好哭場論)'이라 이른다지? "사람들이 칠정(七情)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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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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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30일, 여덟 달 전 오늘, 파리 몽마르트 언덕의 모가도르 극장에서는 한국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가 올려지고 있었다. 한국 뮤지컬이 개관식 때 미국 대통령 윌슨이 참석했을 만큼 유서 깊은 그 극장에서 올려진다는 것부터가 파격이었을 것이다. 들끓던 해적을 궤멸시키고 황해에 동아시아권의 평화 무역 상로(商路)를 구축한 장보고의 활약상은 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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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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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 좋은 오후 네 사람이 정자에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눈다. 행색이 남루하지 않은걸 보면 그럭 저럭 먹고사는 사람들 같고 입에 올리는 말투로 보아 글줄이나 읽은 식자층인 것 같다. "벼락 출세길이라도 잡아서 양주자사나 한 번 해먹었으면…"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마주 앉은 사람이 받는다. "그까짓 벼슬이 뭐 그리 중한가. 나는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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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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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한(漢)나라 때 애중(哀仲)이라는 사람의 집에 크고 맛이 좋은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러나 배나무 주인 애씨는 안타깝게도 그 맛난 배를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깊은 고민에 빠졌것다. 그러다 어느 날 기막힌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저 맛있는 배를 쪄먹는다면 맛이 얼마나 더 좋을꼬.' 궁리 끝에 나온 이 기발한 생각 그대로 애씨는 드디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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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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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주일전 월요일 오후 서울 조계사 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환경운동가 최열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정계 노동계 시민단체 대표 등과 여럿이 함께 있었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등이 벌인 '3보(步)1배(拜)'에 대한 경과보고를 막 마친 뒤였다. 그는 "과거 시화호 간척사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처럼 새만금 간척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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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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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다스리는 일, 즉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등의 역할을 함'이 정치의 사전적 의미이다. 그러니까 국가 권력을 획득한 사람이 '정치를 잘 한다'면 국민들이 인간답게 살고 사회 질서가 바로잡힌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정치를 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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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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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인 5월. 요즘 도처에서 동창회 모임이 활발하다. 동창회원들이 모교의 교정에 모여 체육대회를 열며 친목과 모교 발전을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한동안 못 만나던 때에 한 입 가득 괴어 놓았던, 저마다 생긴 얼굴대로의 갖가지 소리와 의견과 주장들을 쏟아내느라 모교 운동장은 그야말로 음식이 흔전만전한 잔칫집 마당 모양 흥겨움으로 가득 찼다. 공교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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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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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이는 5거리 돼지갈비집 어두컴컴한 목로에 앉아있었다. 헐렁한 티셔츠에 구깃구깃 구겨진 통 넓은 바지 차림, 늘 그런 모습이었다. 벙거지 대신 별로 폼 안 나는 골프 모자를 쓰고 있었다. "요샌 벙거지 안 씁니까?" "머리도 가끔 햇볕을 쐬어야 하니까요." 그의 말투는 언제나 그런 식이다. 그리고 허허 웃었다. 그는 아이 같은 눈과 약간 살집 있는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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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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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결혼을 한 중국인과 미국인의 3대에 걸친 가족의 이산과 인종적 갈등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 미국의 여류 작가 펄벅의 소설 '북경에서 온 편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녀의 문학성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큼 위대하냐의 문제를 다루려는 것도 아니다. '북경에서 온 편지'는 6·25 직후 사랑하는 사람이 남북으로 헤어져 고통 받는 한반도 현실에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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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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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총부리를 마주대고 싸우는 군인들이 화약 냄새에 섞인 피비린내를 맡으며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면 전쟁에 휩쓸린 민간인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두려움과 함께 절망을 느낀다. 지금 60세를 넘어선 사람들은 어린시절 6·25전쟁을 통해 이미 그런 두려움과 절망을 겪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저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 '춘망(春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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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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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으로'라는 소설을 쓴 작가이자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기호학을 대중화시킨 학자 움베르토 에코에게 한 한국인이 질문했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행위로 몰아붙이는 여배우 브리지드 바르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에코가 대답했다. "모든 인간은 보고, 냄새 맡고, 말하고, 먹고, 배설하고, 성행위를 하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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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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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은 경춘선이 개통되기 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다섯째 누이 집에서 병상영춘기(病床迎春記)를 쓰고 안회남에게 절규에 가까운 마지막 편지를 쓸 무렵 일제의 경춘철도주식회사가 벌이는 서울 성동~춘천간의 철도공사가 한창이었을 것이다. 만일 경춘선이 한 8년만 앞당겨 완공되었더라면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쓴 김유정의 작품들은 사뭇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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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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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좋아하는' 링컨이 젊은 시절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이야기다. 합동 정견 발표회에서 라이벌 후보가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한 뒤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들어 보세요."라고 소리치자 모두 손을 들었으나 링컨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라이벌 후보는 "링컨 씨,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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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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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전쟁은 무슨…." 그렇게 말하던 사람도 요즘은 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떡하겠느냐?'는 재미성 설문조사도 있었다. '도망간다'가 1위였고, 대구참사 때 그 전동차에 탔었는지 안탔는지 결정적 단서가 됐던 핸드폰 통화를 생각한 듯 '집으로 연락한다'가 2위였다. 아, 어쩌면 9위를 차지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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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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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조국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간 것은 그의 나이 35세 때였다. 노나라에 정변이 일어나 군주가 망명하고 정치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가 찾아간 제나라 역시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군주인 경공은 정사를 제쳐놓고 총애하는 애첩들과 희희낙락하느라 후계자도 정하지 않았고 그 사이 실력자인 진씨 가문이 호시탐탐 군주의 자리를 엿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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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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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 번씩 사용된 적이 있는 말들의 집합체를 언어라 한다. 이런 점에서 언어란 일종의 동어반복인 셈이다. 그러나 동어반복임에도 어떤 언어를 듣는 순간 기분이 상쾌해지거나 황홀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언어의 질감(質感)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밥 문나?" 하는 말을 들으면 대번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그라자 잉" 하는 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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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