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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0대 남성은 경로당의 막내다. 형들이 술 담배와 라면 심부름을 시켜 짜증이 난다. 한두 번이 아니다. 쉬러 경로당에 갔는데, 잡다한 일만 하고 돌아온다. 결국 발길을 끊었다. 시골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60대 후반 남성은 경로당을 찾았다. 안에 있던 90대 할머니가 묻는다. “어머니 보러 오셨나요” 그는 이후로 다시는 경로당을 가지 않았다. 요즘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경로당 에피소드다.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고령화 시대의 현주소를 확인하게 한다. 유머로 넘기기엔 현실과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강원도는 고령화의 그늘이 더
명경대
이수영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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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대하소설 ‘토지’ 원고를 마무리 한 박경리 작가(1926~2008)의 ‘일본산고(日本散考)’가 다시 읽히고 있다. 국민적 정서와 국익에 폐를 끼치는 일본발 첨예한 사안이 10년 만에 ‘일본산고’(다산책방)를 재출간의 장으로 부른 것이다. 148장 분량의 ‘일본산고’ 연재작 육필원고가 처음 공개된 것은 박경리가 세상을 떠난 지 두달여 뒤였다. 딸 김영주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미완성 원고도 있었다는 사실이 2008년 7월 21일자 강원도민일보에 보도됐다. 당시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은 “어머니는 생전 지인들과 일
명경대
박미현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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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강남축구공원에서 열린 2018 금강대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결승전. 2004년 9회 대회 이후 14년만에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강릉중앙고는 축구 명문 영등포공고와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던 중 전반 추가시간 1분 영등포공고의 오성주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잡았다. 중앙고의 승리 전망이 어두워지는 분위기였다. 후반전에도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다. 종료 휘슬을 6분 가량 남긴 시점에서 반전이 시작됐다. 교체 선수로 출전한 중앙고 유준하가 상대팀 수비 실수로 얻은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했다. 중앙고의 기세가
명경대
이수영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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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요즘 세상에도 간첩이 있어요? 큭큭.”지난 23일 점심식사를 하는데 앞에 앉은 후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마침 보도전문 채널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전교조를 압수 수색중이라는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반공과 방첩시대에는 간첩 식별요령이 있었다. 새벽녘 바짓가랑이에 이슬을 묻히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 소득이 없는데 돈을 펑펑 쓰는 사람, 버스요금이나 연탄값 등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 그 시절 삐라를 주워 파출소에 갖다주면 연필이나 공책을 상으로 받았다.‘손자병법’에서는 간첩을 다섯 종류로 분류한다. 인간(因間), 내
명경대
남궁창성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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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이게 진정한 지지율이구나”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34회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이 말이 논란이 됐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중소·벤처기업 관계자, 소상공인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최 측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 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가 77%를 넘었다”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감사하다며 이렇게 답했던 것이다. 예상대로 이날 윤 대통령의 ‘진정한 지지율’ 발언은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근로시
명경대
천남수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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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단오제는 제의와 민속놀이 등의 행사가 대대적인 만큼 진행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된다. 옛날에는 관급(官給)에 의해 제전이 마련됐으며, (강릉)읍민들도 자진해서 기꺼이 전곡을 기부했다고 한다. 제사 때에는 유지로부터 전곡의 기부가 있었다. 상인들도 자진해서 상운(商運) 번창을 위해 기부를 한다. 또 농악대가 마을 가가호호를 찾아 다니며 걸립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1세대 민속학자로 강릉 단오제가 중요무형문화재로 거듭나게 한 주인공인 고(故) 임동권 전 중앙대 교수는 1966년에 낸 강릉 단오제 조사자료 보고서에서 단오제의 소
명경대
최동열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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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은 라면을 먹었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진짜 구멍 난 신발을 신는 사람은 구멍 난 신발을 신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진짜 청렴한 사람은 청렴이라는 말을 들먹이지 않는다. 이웃의 가난과 지사의 청렴을 훔쳐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사는 자는 탐욕한 자다.을사오적 이완용이 1926년 2월11일 죽었다. 동아일보가 이틀 후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일제는 불온하다며 그 글을 들어내는 조건으로 윤전기를 돌리게 했다. “누가 일대의 영화(榮華)로 능히 만고의 적막을 면(免)한 자
명경대
남궁창성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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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사람이 자기의 생을 귀하게 여기고 자기의 몸을 사랑하여 죽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타당한 일이겠습니까?” 이에 스승은 “사람이 한 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죽지 않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타당하겠는가. 사람이 오래 사는 이치가 없으니, 사람의 생은 그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보존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래 산들 무엇하겠느냐”라고 대답했다. 제자는 다시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것이 오래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면, 빨리 죽는 것이 뜻한 바를 이루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묻자 스승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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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남수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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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동해(環東海)’라는 말이 있다. 남·북한과 서일본, 극동 러시아, 중국 동북부 지역이 둘러싸고 있는 동해권역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이다. 동해 바다를 공간적 연결고리로 보면서 활용과 교류·협력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들어보지 못한 용어였으나, 동해를 공유하고 있는 국가 간의 물류·관광 등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동해권역을 아우르는 보편적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동해안권인 강원도와 경상북도에서는 아예 공공 행정조직의 이름으로도 자리 잡았다. 강원도는 지난 2012년부터 ‘환동해본부’를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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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열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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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7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유서 깊은 사찰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 대부분은 관람료를 받아왔는데 법 개정으로 5월 4일부터 더 이상 징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재 소유자나 관리자가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2022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이 막 시행됐다. 사찰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데도 비용을 치러야 했던 등산객이나 문화재로 수익을 올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썼던 사찰 양측 모두 홀가분하게 됐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진 후에도 17년간 계속해 문화
명경대
박미현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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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나무 숲에 서 있었다/소나무는 하나같이 허리가 굽었다/당신이 그러하였다/굽은 소나무 허리를 쓰다듬을 때/어부바 어부바 당신 목소리가 나무에서도 흘러나왔다/이젠 내 차례에요 해와 달이 모셔간 어머니/나는 눈부신 수평성처럼 등을 내밀어/당신 이제 파도처럼 제게 업히세요/어부바’(유종인 ‘어부바’ 중, 제12회 백교효문학상 대상작) 시인은 마치 어머니의 허리처럼 굽어진 바닷가 소나무를 쓰다듬으며 ‘제게 업히세요’라는 감동적인 시문을 남겼다는 평이다.이전 세대에겐 당연하게 여겨졌던 ‘효’라는 개념이 언제부턴가 생소한 단어가 되어
명경대
이수영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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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모스크바에서 대륙열차를 타고 바르샤바로 이동했다. 폴란드와 벨라루스가 국경을 마주한 브레스트를 경유하며 잠시 열차에서 내렸다. 동행했던 러시아 전문가는 손을 들어 대평원 넘어 남쪽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알려줬다.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우크라이나는 ‘블러드랜드’, 피에 젖은 땅이었다. 스탈린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을 구축하던 1932년부터 2년간 기아를 통한 대규모 살인으로 우크라이나 국민 300만명 이상이 죽어 나갔다. 농장 집단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식량 곳간을 수탈하면서 빚어진 정치적 살인이었다.우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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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창성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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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자정이 되기도 전에 공수부대들로 구성된 계엄군이 학교를 봉쇄한 가운데 계엄사 합동수사본부 요원들이 교내로 진입해 학생들을 연행하기 시작했다.(중략) 5월 18일 0시부터 새벽 사이에 100여 명의 학생이 영장없이 불법으로 연행돼 춘천경찰서를 거쳐 춘천보안대 지하실에 구금됐다.(중략) 보안대 지하실에는 전방 15사단 헌병을 배치해 연행된 학생들을 감시하며 폭력을 행사했고, 보안대 요원들은 고문과 취조를 담당했다.”지난해 말 펴낸 ‘강원도민주화운동사’의 1980년 춘천의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기록이다. 춘천시 소양
명경대
천남수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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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라는 일본 용어는 생소했다. 적어도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전까지는 그러했다. 그러나 그해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 센다이시 동쪽 70㎞ 해역에서 규모 9.1의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쓰나미는 ‘지진해일’이라는 우리말보다 더 익숙한 용어가 됐다. 당시 해일은 최대 파고가 38.9m에 달했다. 아파트 12~13층에 달하는 높이다. 지진 발생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거대한 산을 연상케 하는 지진 해일이 집과 건물을 거침없이 집어삼키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무시무시한 재앙을 현실 세계에서 목도하게 되자, 사람
명경대
최동열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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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이 태어나 살았고 아들과 딸을 낳은 장소인 오죽헌은 1970년대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이전까지 안동권씨가 주인이었다. 본래는 최응현의 딸 강릉최씨 소유였다. 최씨는 자녀를 외동딸만 두었는데, 바로 사임당의 어머니 용인이씨(1480~1569)였다. 이씨는 결혼하면서 서울로 갔으나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다시 오죽헌 본가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모셨다. 이씨는 딸 다섯을 낳았다. 오죽헌은 넷째에게 조상 묘소를 돌보는 조건으로 상속했다. 둘째 사임당에게는 제사 주재를 조건으로 서울 수진방의 집과 논밭 따위를 물려줬다. 이씨는 딸들에게
명경대
박미현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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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8월 일본인 형사들이 개벽사(開闢社)로 들이닥쳤다. 일본 경찰은 인쇄된 잡지를 모두 수거해 수레에 싣고 종로경찰서 뒷마당으로 갔다. 그곳에서 작두로 잡지를 썰어서 폐지로 내다 버렸다. ‘개벽’지의 슬픈 종말이었다. 일제강점기 발행된 월간 잡지 ‘개벽’은 일제에 대한 항쟁을 기본 노선으로 삼았고, 투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평등주의에 입각한 사회개조와 민족문화의 창달을 표방했다. 이 때문에 창간호에서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1920년 6월 25일에 발행된 창간호가 일제 총독의 비위에 거슬린다고 하여 압수되는 등 모
명경대
이수영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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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17일 용산 국방부 청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일주일 만에 국방부를 찾았다. 새 대통령이 1층 현관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쏟아져 나와 환호와 박수로 반겼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반갑게 응했다. 나선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이동하는 긴 행렬 끝에 굳은 표정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고개를 숙이고 따르고 있었다. 2013년 12월24일 양구 을지전망대. 박근혜 대통령이 성탄절을 계기로 인제 12사단 신병교육대대를 방문했다. 새내기 장병들과 만나 사병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며 엄마의 마음으로 격려했다. 이어
명경대
남궁창성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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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 총리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 의회에서 연설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표해 영원한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라면서 “나는 젊은 미국인들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수 없지만,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한동안 묵념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일본의 태평양침략 전쟁 당시 피해를 당한 미군과 미국인에 대해 강도 높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과와 반성을 한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연설에서 일본에 의해 피해를 당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
명경대
천남수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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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신문에서 ‘강릉 단오제’ 기사를 발췌하다 보면, ‘환호·갈채, 공전의 대성황’ 등의 제목으로 여러 신문이 일관되게 축구 경기 소식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룬 것을 발견케 된다. 당시 강릉을 비롯한 관동지역에서 축구가 얼마나 대중적인 스포츠였는지를 옛 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근대 축구가 첫선을 보인 것은 고종 19년, 1882년 6월(음력) 임오군란 때의 일이다. 영국 군함 플라잉피시호 승무원들이 부둣가에서 공을 차다가 군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공을 그대로 둔 채 황급히 떠난 것이 효시라고 전해진다
명경대
최동열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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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유치와 거대한 시설 조성 또는 초대형 이벤트를 열면서 지역경제에서 흔히 기대하는 것이 ‘낙수효과’이다. 강원도에서 추진한 춘천 레고랜드 민자사업이 대표적이고 속초에 이은 양양에서의 설악산 케이블카 시설사업을 두고도 지역경제 낙수효과가 언급됐다. 대형 브랜드시설에 인파가 몰리면 그 지역 골목상권과 동네 점포로 발길이 이어져 덩달아 지역경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시군 정책 입안자는 이런 점을 열심히 강조하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으나, 대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낙수효과’란 물이 위에 가득 차
명경대
박미현
2023.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