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12월 14일, 남북한군이 함께 DMZ를 무장해제 시켰다. 옛 동해선 철도 자국을 따라 지뢰가 제거됐다. DMZ 속에 폭 100m의 '금강산 회랑'이 생겼다. 2003년 1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군사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 문성묵 대령과 북남 군사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 류영철 대좌가 '임시도로 통행 군사보장 잠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군사분계
세상보기
2003.02.17
-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다. 김대통령의 동교동 집이 새단장을 끝내고 주인 내외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199평을 깔고 앉은 저택의 위용이 어마어마해서 이웃사람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신문에 난 사진으로는 말처럼 으리으리한 호화주택이 아니라 그냥 부잣집처럼 보이는데 주변 도로포장도 새로 하고 여기저기 감시용 폐쇄회로
세상보기
2003.02.10
-
중국 진(晋)나라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재미있는 유기(游記)가 하나 있다. 그것은 두루 잘 알다시피 무릉도원(武陵桃源)이란 어휘를 만들어낸 '도화원기(桃花源記)'다. 동진(東晋) 때 무릉(武陵)에 사는 한 사람이 도화림(桃花林)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는 동굴을 따라 나아가다가 마침내 어떤 마을에 이르렀다. 그 곳에는 논밭과 연못이 아름답고, 닭소리와 개
세상보기
2003.02.04
-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새로운 계획을 세울 만한 비교적 조용한 신년 벽두 두 번째 토요일, 비관주의자나 회의론자들은 세기 초 바로 이런 때 뭔가 예기치 않은 큰 사건이 터져 인류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지 모른다며 터무니없는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낙관주의자라면 이와 전혀 다른 꿈을 꿀 것이다. 예컨대 북핵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핵폭탄이 어느 한 순
세상보기
2003.01.14
-
'DMZ'라고 하면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녹슨 철조망에다가 구멍 뚫린 철모 위로 피어난 민들레에다가 전쟁에다가 분단에다가 간첩과 공비에다가 산등성이에서 삭풍을 맞으며 M-16을 허리에 세운 초병에다?┗瀏?것이었다. 나에겐 이런 DMZ의 추상과 구체가 한 순간에 시공을 건너 머릿속에서 어둡고 차갑게 튀어나올 따름이었다. 그랬으므로 나에게 DMZ는 결
세상보기
2002.12.16
-
베를린 특파원의 얘기로 독일 베를린은 이념의 멜팅 포트(melting pot), 즉 이념의 용광로 상태라 한다. 그야말로 진짜 '빨갱이'부터 극우 보수 반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력이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사민당 녹색당 기민당 자민당 등 정치 스펙트럼 상 왼쪽의 빨강과 녹색, 오른쪽의 검정과 노랑 색깔의 각 정당들이 정가에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부럽다.
세상보기
2002.11.30
-
일본을 방문하고 돌아 왔다. '북핵(北核)과 귀환 일본인' 문제가 터진 미묘한 시기의 방일(訪日)이어서 이국적 풍광에 취하기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일본 신문과 일본 티브이를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39회 한일 편집 세미나는 본 궤도를 조금씩 이탈해 가기 시작했다. 원래 세미나 주제는 '한일 월드컵 이후의 한일 관계'였는데, 일본
세상보기
2002.11.11
-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 년이 지난 지금 당연한 일이지만 여전히 애국주의가 추모·애도와 함께 미국의 분위기를 압도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미국의 또 다른 힘의 근원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즉 애국주의 말고 또 다른 거대 세력이 있는데, 그걸 필자는 진보주의라 보는 것이고 최근 이 진보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세상보기
2002.10.28
-
세계적으로 가장 큰 건축 행사인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의 2000년도 주제는 '덜 미학적인 것이 더 윤리적인 것이다(the less aesthetic, the more ethic)'였다. 이 주제를 보고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적지 않이 놀랐다. 건축이야말로 예술이라고 단정짓던 전세계 건축가들이 하루 아침에 태도를 바꿔 건축은 미학이 아니라 윤리라고 했으니 놀랄
세상보기
2002.10.03
-
강릉의 전설 속에서 수해의 흔적을 찾기란 별로 어렵지 않다. 이름하여 '병자년(丙子年) 포락(浦落)'이 그것이다. 1936년에 있었던 일로 이보다 앞서 1925년에 발생한 '을축년(乙丑年) 포락'과는 별개의 것으로 강릉을 중심으로 한 영동지역 일대가 물바다로 아수라장이 된 사건이다. 얼마나 심했는지 영동 사람들 디엔에이 속에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면 아마
세상보기
2002.09.10
-
중국 호남성(湖南省) 일대가 지금 비상 사태다. 20 일 동안 계속된 폭우로 그 곳에 있는, 중국에서 둘째로 큰 동정호(洞庭湖)가 범람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 역사 깊고 아름다운 동정호가 어쩌다가 저 꼴이 됐는가? 억만 영겁 세월 속에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한갓 자연 현상일 따름인가, 아니면 자연 위에서 벌이는 영악한 인간들의 절제 없는 분탕질 때
세상보기
2002.08.24
-
서울대 정운창 총장이 '신입생 지역 할당제' 도입을 꺼낸 이후 다시 이를 재차 확인하자 얼른 떠오른 생각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였다. 이 말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일정한 조건이 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은 찬성하고 싶지 않은데,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가? 지난 두어 세대 동안 서울대의 화려하고
세상보기
2002.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