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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벌판홀로 졸고 있는 將軍像 칼자루에밤 비둘기 나래를 접는다.비둘기 언 발에 눈물 맺히는 밤그리움에 취하고 지친 나도 졸리던지난겨울 문자메시지에 또 한숨 보태는시험감독시간은 언제나 내서정시의 옥토
독자시
함영기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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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아나키스트*라 하시던선생은 며칠 전 백수(白壽)를 앞두고마차를 갈아타고저 하늘로 번개처럼 떠나셨다때로시대의 모멸과개인의 아픔을 누구보다 더깊이 흐느꼈을 것이다또한 시대의 진실을간곡히 사랑하셨을,초겨울 비가사정없이 몰아치던 날홀연먼 길을 떠나신 것이다심지어는귀한 보물들을 땅에 파묻어먼 훗날의 유물로남겼다는 깊고 깊은 속마음또 심지어는한자와 일어에 능통하여일제 강점기의 책까지도구순(九旬)에 번역을 마쳤다는놀라운 사실이제 그 모든 것을숙제로 남겨두시고마른 낙엽의 숲으로 쓸쓸히 떠나셨다쓸쓸히……*무정부주의자
독자시
조성림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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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니오겠지피겠지 하던 설화심지도뿌리지도가꾸지도 않은 설화장독대대관령가슴 그득 꽂혔네설화가 펄펄 날리면집 없는 들새옷 없는 나무 어이 살라고설화 즐펀하면아이는 웃고어른은 수심이 가득
독자시
최동희
202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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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볕 속으로 날아가는철새들의 날갯짓에얇아진 어깨를 턴다새벽의 손등을 건너는맨발에 신발을 신겨주던단 한 번의 떨림으로은사시나무에 둥지 틀었다계절풍을 받아내며 꽃자리 만들고퍼즐 같은 삶의 문법을 맞추며뛰어다니던 회색 들판에삐걱거리는 날개 죽지 기대고 있다만년설처럼 엎드려생면부지 눈송이들의 속삭임목관 악기 노랫소리 듣는 텃새
독자시
유지숙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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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이 누워있는 새벽참나무 장작지고오십천 자갈길 따라삼척 오일장 가신 아버지 오지 않는다검은 연기 뿜어내며도계, 영주, 서울 가는 기차의 기적소리또, 한번 지나도아버지, 아버지는수구 재 넘어 외나무다리 건너오지 않는다어스름 길 수놓는 풀 벌레소리에가슴을 쓸어안다가소나무 위로 날아오르는황새의 날 선 외침에 파랗게 떨다가……등불 아래 조는 내게가만히 장화를 안기시던 아버지아버지와 어린 웃음이보름달로 부푸는 사랑방아버지 품에서별밤을 날아가던 아이는아직도검은색 말 표 장화를 신고 잠든다
독자시
심동석
202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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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은 공복이다바람이 손가락을 깊숙이 밀어 넣어마른 잎들을 토해 놓으면 나무들은 비문이 된다무엇을 먹어도, 먹지 않아도소화되지 않는 문장들아름다운 잎과 꽃을 달고도 열매가 되지 못하는문장들이 나무에게도 있다왕성했던 식욕을 접고나무는 몇 달째 속을 비우고 있는 중이다선 자세로, 밤낮없이비어 있는 속을 들여다보거나두 손을 들고 통성의 기도를 올리는 일이이 계절의 나무가 할 일이다시집 한 권 세상에 내놓았다가 회수해서모두 불태워버렸다는 시인도이 계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바늘 끝 같은 소나무 잎들로 채운 등산로소나무가
독자시
송연숙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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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로 가는 아침 산책길물큰한 풀 비린내 깔려있다어제까지만 해도 풋풋하게 풍성한 풀들이누군가의 손길로 베어진 흔적잡초라는 이름으로길섶에 나앉은 죄목으로참수형을 당하며날카로운 쇳소리의 비명을 묻었다몇 날 몇 달그 생을 닫기까지잎 잎에 새겨진 마지막 열정은붉은빛이었으리
독자시
송현정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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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마음동글동글 사랑스러움이화려한 빛으로 유혹하던 상점의 이름들도하나둘 불 꺼진 거리흐릿한 하늘 눈이라도 올 듯하지만좀처럼 열리지 않는 하늘꽉 찬 생각들가슴 속엔 따뜻함이 차오르지만사랑은 마스크로 가려진 미소그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던 머리카락마저도추위를 막아 내기 위해 덮어쓴 모자누구인지 알 수 없다더 침묵 해야 하는 입휘어진 긴 골목길저문 저녁집을 찾지 못한 새 한 마리허공을 배회한다.
독자시
전영순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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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얼얼합니다밥을 먹을 때도 얼얼하고물장화를 신고 물질을 할 때도 얼얼하고건봉사 산 벚나무 마중 가는 차 속에서도 얼얼하고길 떠나는 노랑딱새 울음소리에도 얼얼하고꿈속까지 따라와 얼얼합니다밥이나 먹고 똥이나 싸는부산스런 갈매기처럼석가도 될 수 없고부처도 될 수 없는 게얼빠지게 살고 있다고정신이 몸을 얼얼하게두들기며 지나 갑니다날마다 사는 게 얼얼합니다
독자시
황영순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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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초롱하던눈동자는 어디 가고어쩌다 말라비틀어진 몸뚱아리용대리 모진 바람을온몸으로 받아내고얼고 녹기가 몇 번이던가인고의 한파를 버틴 끝에뜨거운 무쇠솥에서남은 시간 마감하며뽀얀 국물로 환생한 너구수함과 깔끔한 맛은너의 눈물인지마지막 자존심인지어찌 잊을 수 있을까한파에 쪼그라진 내 마음 달래주는 너를.
독자시
장봉희
202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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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추리 굽고 있는 젓가락질보다 더 바쁜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여자들의 수다를 뚫고 내 귀를 때린 휴대폰 벨소리 낯선 번호 타고 흘러오는 목소리 “정OO 할머니 204호에 사시나요?” 저 깊은 바닥으로 가슴이 쿵 떨어진다 매일 열던 현관문 비밀 번호 일곱 개 다 놓아 버린 어머니, 구두시험 준비하듯 수백 번 앵무새처럼 숫자 외운 어머니 콘크리트 벽 앞에서 일곱 개의 숫자 텅 빈 자막이 된 이 겨울, 귀도 눈도 입도 꽁꽁 얼어 붙은 내 어머니, 북극에서 떠내려 온 얼음덩이 같은 어머니의 검은 바다,결빙이다.
독자시
송경애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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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두물머리두 개의 거센 주류 여기서 합친 건가그 이름 아우라지 역 탈바꿈한 여량역남한강 물길 따라 서울로 보낸 목재옛날의 뗏목들이 꿈꾸듯 떠나가고떼꾼들 아라리 가락 역사 되어 흐른다봇짐과 행상 매고 객지 간 장돌뱅이를애달피 기다리는 간절한 맘 키우며지금은 정선아리랑 가사 속에 꽃 피었다. 김시화
독자시
김시화
20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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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비로소 시간을 보고 말았네흐르는 시간이 모래였다는 것을평생 모래밥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그래서 한 사람의 생이 고비라는 것을시간 속에 손을 넣으면상처와 후회가 사금파리로 반짝거린다는 것을수없이 긁힌 시간들 거꾸로 되돌려보아도시간은 다시 꽃으로 피지 않고스윽 당신을 스치고 지나간다는 것을삼십 년이 3분처럼 흘러간 자리에 서서시간은 금이라는 말 다시 고쳐 쓰네시간은 당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어떻게 살아도 시간은 끝내 우리를 버린다는 거나 비로소 시간을 보고 말았네
독자시
정영애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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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가을 미련 버리지 못한반쯤 벗은 나무어깨에하얀 눈꽃송이 나풀나풀 거리며앉았습니다더듬더듬붉게 물들이던 대관령서둘러 귀한 손님맞이 하셨네요하늘 아래 첫눈 맞으며나도 모르게 오래 묵혀두었던행복의 타래들을 꺼내봅니다하염없이 내리는 눈꽃송이쉼 없는 춤사위에 절로 행복해집니다어릴 적 대관령에 세 번 눈이 오면강릉에 눈이 온다는 전설이 아직 살아있어이 땅에 온갖 더러움 다 덮어주고모두의 가슴에 새 하얀 꽃으로피어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독자시
심재칠
202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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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대로 저문 가을을 지나면서차창 밖으로 아름드리 느티나무 보이는산 아래 마을에 눈길 오래 머무는데기다렸다는 듯 화르르 붉은 나뭇잎들 떨어지고때 이른 눈이라도 내릴 듯 낮아지는 하늘저녁연기 오르는 집 근처에당신이 나와 있을까 두리번거리며바람결에 몰려오는 밥 냄새에스며드는 설움을 떨쳐내느라 해 지는줄 모르고이번엔 집 채만한 그리움만 담아간다고편지를 쓰는 속절없는 가을저녁
독자시
채재순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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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부부 방앗간 쥐똥나무 울타리에 파도처럼 너울처럼내렸다 날았다 종일 먹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참새들아내가 동네 사람들에게 신신당부하고자 하는 것은무슨 일이 있어도 부부 방앗간이 문을 닫아서는 안되므로명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떡을 주문하고 기름도 짜야하고생일 떡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시
이상국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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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숲에 아름다운 길이 보였습니다그 길로 끌리어 들어갔습니다길섶은 축축한 갈색 낙엽이 밟히었습니다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들이가지를 늘어뜨리고,싱그런 초록의 들판엔 살진 까치와 청설모들이개들도 주인과 같이 산책하는 평화로운 정경들숲속은 조용하였습니다날씨가 흐려서인지 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아름드리나무에 기대어그의 숨결에 나의 숨결을 보태어 보았습니다안온했습니다모든걸 다 받아주는 넉넉함이나를 꼬옥 품어주는 듯 했습니다나뭇잎들 속살거림새들 지저귐 속에소우주 안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그의 몸을 껴안아 보려했으나겨우 삼분의 일밖에,그런
독자시
김령숙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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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네 생각이 날 때가 있다.그럴 때면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보지 못하지만마주하고 있음을 느낀다.털썩갑자기 발걸음을 멈춘다.
독자시
한상훈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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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하나오늘도 하나새주둥이에 집힌나뭇가지로 집을 짓고아까도 하나지금도 하나헌 깃털을 털어옷매무새를 바꾸면,허물 벗는 오늘알을 깨는 지금새 집을 짓고새 단장을 하고파란 둥지 햇살푸른 발돋음으로앎으로 영글어가는통로를 걷는다.
독자시
한효실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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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가지마다홍시가 주렁주렁울 엄마 좋아하는노오란 과일이다.한 입 쏙입안이 텁텁이런 것을 왜 먹어,감 따다 혼이 나고감보면 할배 생각잘 익은 홍시 몇 개까치밥 남겨주고상점의노란 감 보면성난 얼굴 떠올라.
독자시
이형식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