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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묵직한 검은 전화기 선에서하얀 그물이 쏟아진다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해서거미줄처럼 맑고 투명한 말言들이 쉽게 그물을 통과한다그물에 걸리지 않는 말들은빠른 속도로 너에게 달려간다두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으며 걷기도 하고이불속에서 핸드폰을 들고 속삭이기도 하고침묵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순간의 사진을 전송하기도 한다꽃다발처럼오랜 시간을 우려낸 詩처럼전송된 말들은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아도그물은 그물이어서 잠잠하게 그 말들을 놓아 준다간혹, 나비의 날개 같은 말 하나그물에 걸려 허둥거리기도 한다너의 잘못이 아니다나의 잘못도
독자시
송연숙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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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변위가 아닌 거리성과가 없더라도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면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인생은 일률(J/s)이 아닌 일(J)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순간순간 의미 있게 사는 것순간 느꼈던 안 좋았던 하루도긴 세월 지나 생각하면 꼭 필요했던 하루불량이 아닌가 생각하며 집어 든 까만 퍼즐 조각도완성되어 가는 작품 속에 맞춰보니 예쁜 눈망울이었네그렇게 삶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 채울 때관성(m)은 더욱 커져 사랑의 힘(F)은 점점 커지고인생의 가속도(a)는 점점 늦춰진다.
독자시
김민식
20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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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에 혼자 서 있는 민들레오늘도 우산이 없다이른 봄언 땅을 들추고 싹을 틔우고보도블럭 틈에서 짓밟히면서도꼿꼿이 허리를 세우고기어이 꽃을 피웠다꾀꼬리의 노란 날갯짓을 따라비누방울처럼 홀씨를 날리면밭두렁 냉이와 꽃다지는고개를 하늘로 젖히고 팔을 흔들었다서리꽃 반짝이는 가을 날낙엽이불 속에 숨어 안간힘을 썼다발끝에 힘을 주고 머리 위로 밀어 올렸다마지막 한 송이를쇠기러기 그믐달을 쪼아 먹는겨울의 문턱에서
독자시
이은숙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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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결실보다더 많은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빈 들은 뒤적이던 철새들도겨울 바람을 앞질러 길을 잡으면억새풀처럼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빈 손에가장 어린 별의 눈물을 받아물결 잠든 어느 해안선에도 햇살이 닿기 전마지막 촛불을 들고이별을 기다리는 목숨들 앞에 무릎을 꿇고차례차례 발을 씻겨야 한다.
독자시
정진윤
202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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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장독대에서 어딘지 낯익은 항아리 하나가만히 들여다보니 자글자글한 실금에서나비가 날개를 접었다 편다첫 객짓밥을 뜨게 한 오지항아리다포기들을 던져 넣어야할 만큼 속 깊은,언 김치들에게 계절을 빌렸던 맛처마 밑 겨우 자리 잡은 김칫독,바람막이로 헌옷 껴입고 박스 한 겹 더 둘렀던가품고 엉겨 붙은 그 시절도 발효되어왔는지나 또한 이제 곰삭을 나이항아리를 쓸어본다반들거리는 표면에서 얼고 녹았던 꽃잠이 만져진다굴뚝은 어느새 동치미 한 사발 같은 연기를 흘리고허기를 몰아온다상상 그 이상의 추위 속에서칼끝으로 툭툭 쳐야 썰리는 김치가왜 또
독자시
엄세원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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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궈가 잡고 있는 피한 점 없는 낙엽초겨울 날씨 앞에 파르르 떨고 있다끝까지 놓지 못하는 눈물 고인 마른 생앙상한 나무가지 얼마나 잡고 있을까앙크란 물관 속으로 스며드는 돌기바람한 생을 남기고 가는 눈꺼풀이 떨린다아직도 생생한 날들 그 푸른 추억들이낙엽과 떨궈 사이 무겁게 남아 있어찬바람 그도 못 떨구고 돌아서서 지난다
독자시
박순자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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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두하는 눈이 있다접시를 탐색하던 얼굴은 도너츠를 놓고 달콤해진다마스크 속의 침묵을 상상한다한 입 베어 문 도너츠는 어떻게 변주될까도너츠의 달달한 주기는 힘이 세서몇몇의 얼굴에서 보쉬의 낙원을 떠올렸다구스타프 모로처럼 랭보가 감각이란 시를 새롭게 들고 나와생각 속을 굴러간다마스크 쓴 얼굴은 도너츠를 증명한다도너츠를 오브제로 놓고 세상을 앞에 놓고
독자시
김정미
20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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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훤하다.오늘이 발인이라지…차를 끓여야겠다.어느 부부가 구순 노모를 여의고장지로 모시는 이 새벽잠은 한잠이라도 잤을까?시린 아침이다.대추 10알과꿀 듬뿍계피 반스푼보온병에 담았다.대추차의 따스한 온기는 노모를 잃은 부부의시린 아침을 녹일 수 있으려나?
독자시
이경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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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 다거둬들인벌판이 허허 웃네어깨가가볍다며홀가분하다면서두 다리쭈욱 뻗고서깊은 잠에 드시네.
독자시
이향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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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너무 아파서내 생각 한 조각을 꺼냈습니다.가슴이 너무 아파서내 마음 한 조각을 꺼냈습니다.눈이 너무 아파서내 눈물 한 조각을 꺼냈습니다.목이 너무 아파서내 소리 한 조각을 꺼냈습니다.이뤄질 수 없는 조각조각들인데맞추고 나니 어느덧 네 얼굴이 되었습니다.이미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난 아직 네 조각들을 다 지우지 못했나 봅니다.아직 내몸 구석구석에 네 흔적들이작고 작은 조각 조각이 되어 네가 남아 있나 봅니다.
독자시
이현석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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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글프지만은 않아.이름 모를 들꽃들을 보며‘이렇게 예쁜 꽃이 있었나?’하며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거든.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무심코 지나쳤던 하늘빛과산과 들의 풍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돼.시끄럽게 떠들고 소란 피우는아이들의 모습에도짜증내지 않고 웃으며 넘길 수 있고,한 번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진심이 담긴 선행을 베풀기도 해.나이 들어간다는 것은,나만의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 같아.쓸모없는 것들은 몽땅 빼 버리고,하고 싶은 건 좋은 사람들과 마음껏 나누기도 하며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 수 있잖아!그러니,늘어가
독자시
조민정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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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정이만 남은 어머니 도리깨질하러 간다털어도 털어도 화수분처럼 나오는가슴에 먹장구름을 들어앉히고 뼛속까지 숭숭 바람길을 낸허리를 접어 흰 빠마머리 바닥과 가까워진 등골 휜 보살 만나러 간다콩대, 팥대, 흐드러진 나물 꽃, 푸성귀에 누런 호박덩이까지 빼꼼한 땅자리 하나 놀리는 게 없어 바퀴에 다칠라 조심스런 골목열 시간을 달린 트럭도 고롱고롱 괭이 목울대 소리 내는 걸 보니 도착이 반가운 모양이다딸이 하나밖에 없어서 올매나 다행이고, 둘만 됐어도 클 날 뻔했네옆집 아지매 웃음으로 죽비를 엮으시고바리바리 택배도 끊일 날 없는데무거운 된
독자시
이진여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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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몰려오는 아침 햇살온 세상 눈 비비면사시절 꽃을 피워가지마다 달아 놓고꽃무덤 향기에 취해 얼굴 붉은 화부산솔향기 앞세워줄달음친 솔바람에등 굽은 천년 노송(老松)시퍼렇게 날 세우고줄타던 청설모 한 쌍 까치발로 키 높인다영욕(榮辱)의 긴 세월(歲月)을임영(臨瀛)터 굽어보며힘들고 어려울 때말없이 지켜주던해 저문 붉은 저녁놀 품고 앉은 화부산아.* 임영: 강릉의 옛 지명 * 화부산: 강릉시 교동에 위치한 산
독자시
임종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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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에 스며들 듯 내게로 다가와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웃고 이별하고아침 해 잠을 깨우면 홀연 듯 사라지네.먼 옛날 추억 속의 그 사람이 그리워서꿈결에 다시 만나 얼굴을 되새긴다.당신을 잊지 않도록 오늘 밤도 내게 와요.
독자시
정유주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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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귀퉁이 감나무 뿌리에는외할매 사랑 숨어있지외손주가 집 주변을 서성일 때항아리에 침 담갔던 푸른 감 깎아입에 넣어주고얼른 등 다독여 주었지삼척읍 사직리 태고적 깊은 도랑을 지나일제 적산가옥 긴 복도 끝 방에서태어난 나는,외가댁에 얹혀살았고여동생은 외할매가 맡아 기르는 동안얼굴을 잊었지.홍시 익어갈 무렵 만난 낯선 여자아이는외할머니 뒤만 따라다니고바람피우는 아버지와끈을 놓지 않는 어머니푸른 감은 떨어지고감잎이 보라색으로 바뀔 때까지마른 잎에는 숨 돋지 않았지세월은 아무리 따져 물어도참 야무지게 등 돌리고나도 달동네 여러 언덕집을
독자시
김홍주
202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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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파도소리가아름다운 소린가 했더니오늘에야 들렸네적막한 새벽길귀가 종긋 서는 소리는할머니 빗자루 소리라는 것을종착역 다다를때 오니여태까지 느끼지 못한 감동사는 동안 없었던 기이한 진동이제서야 아름다운 소리를 들었네비틀비틀 마당쓰는백발노인의 빗자루 소리를
독자시
이청계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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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버지와 함께바닷가 망상리조트로여행을 온 아이,휴대폰을 뚫어져라 보던 눈으로파도치는 밤바다를 본다.밤하늘 반짝이는 별들을 본다.아침 바닷가 모래톱에 서서떠오르는 눈부신 해를 본다.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을 본다.리조트 옆 한옥마을,커다란 물레방아 있는해당화 꽃 활짝 핀 연못에서붕어들, 잉어들을 본다.휴대폰에 갇힌 사각 세상이 아닌크고 깊고 넓고 둥근 지구를 본다.
독자시
이경모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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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 달래주는은은한 녹차 한잔구르는 이슬 모아천년을 우린 물빛청산을 펼치던 기억 풀물처럼 스미고.내려온 하늘빛이어찌 이리 고울까?따라온 하얀 구름솜사탕 녹이는데마시면 사라질까 봐 비우지를 못하네.
독자시
김숙희
202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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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저편 노을이 가을 강에 뿌리를 심는다가을 호숫가,한 줌 흙을 쥔 갈대의 흔들림에산모퉁이 돌아 가을 강을 돌아엄마 살던 옛집 뒤란에 발길 멈춘 내 발자국빈 장독대 홀로 외롭다장항아리 마냥 옹기종이 살라 하시던엄마의 목소리바람처럼 빈 항아리에서 윙윙 귓볼을 스친다바싹 마른 발뒤꿈치 맨종아리로홀로 가난을 이고 가신 엄마소슬한 엄마의 굽은 등이 눈시울 속에소낙비 오듯 어린다나는 빈 장독대에 혼자 서서달그림자 밀고 가듯구름 밖으로 흘러가는그믐달 같은 얼굴을 만난다
독자시
김선경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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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가을 가뭄 그 끝에 겨울 재촉하는 비 내리고 늙은 단풍나무 젖은 보도블록 위 가을의 종말을 알리는 무수한 손도장 붉게 찍히는데 사랑도 이번 생도 정말 마지막이란 듯이 쏟아지는 단풍잎과 함께 그는 갔다 먼 길을 돌아 알을 까고 모천의 돌이 된 연어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뛰어들다 아스팔트의 까마귀밥이 된 고양이를 생각하며 그는 갔다 내를 거슬러 오르는 둑길 위로 모든 나약한 위로를 뿌리치며 장자의 진인(眞人)과 니체의 초인(超人)을 새기며 껍데기의 이름과 얼굴과 또 그 위의 가면과 무 수한 옷들을 단풍잎처럼 떨어뜨리며 홀연히 그
독자시
우상범
2022.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