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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올 2월 26일자로 배포한 보도자료는 임금 체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고용노동부, 부처 협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167억 원 체불 청산, 756억원 지원’ 제목으로 설 명절을 앞두고 체불 예방과 청산 집중 지도기간을 운영해 설 명절 역대급으로 청산액이 증가했다는 자랑이었다. 임금체불이 크게 증가한 건설업에 초점을 두고 운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용노동부의 실적 홍보로 내놓은 문서였으나, 불과 한 페이지도 넘기기도 전에 제 눈을 찌른 내용임을 드러냈다.곧 건설업계 임금 체불 규모가 근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압
명경대
박미현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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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은 ‘바닷속 유령’으로 불린다.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라는 뜻이다. 그 유령이 동해바다의 불안과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이다. 1998년 6월 22일 새벽, 속초 동쪽 11마일 해상에서는 북한 잠수정이 우리 어선의 그물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한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해군 특수전 요원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동해항으로 예인된 잠수정 안에서는 9명의 북한 승조원이 시신 상태로 떠올랐다. 이어 20여일 뒤인 그해 7월 12일 동해시 어달동 바닷가에는 잠수복 차림에 기관총 등을 소지한 북한의 무장간
명경대
최동열
202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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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전인 2월 15일 경기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피고인 2명에게 각기 징역 1년6월과 징역 1년에 처하고 법정구속한 2023고단1760 사건이 있었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어서 최종 판결이 남았기는 하나, 1심에서 국립기관 공무원과 교수가 공모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이 사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곤충인 ‘장수하늘소’라는 점에서 희대의 사건으로 꼽힐만하다. 자연상태로 극히 발견이 어려운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가 춘천 북산면에 다시 나타난 기념비적 희소식으로 기억하는 현지 사람들에겐 4년여 만에 거짓으로 판명난 것어서 더 충격
명경대
박미현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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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의 대표적인 특산물을 꼽으라면 고포 미역을 빼놓을 수 없다. 청정 해안에서 채취되는 이 돌미역은 동해안의 한류를 견디며 한겨울을 지내 잎의 주름 수가 많다. 5~6월 제철이 아니면 얻기 힘들어 예로부터 전국 제일로 여겼다. 이 지역 자연산 미역은 임금에게 올린 진상품으로도 이름을 떨쳤다. 요즘에도 고포 미역은 정성이 돋보이는 선물로 친다. 맑은 바닷물과 해풍이 만들어낸 명품이기 때문이다.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으로 떠나는 외지인들은 미역을 사기 위해 일부러 고포를 여행지로 삼기도 한다.고포 미역으로 소문난 삼척에서, 그 사촌쯤
명경대
이수영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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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재킷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웅~웅~” 울었다. “아빠! 모모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말을 잇지 못하는 둘째 딸 전화 너머로 진한 슬픔이 전해졌다.모모는 내 생애 첫 고양이다. 2005년 중학교를 다니던 큰 딸의 간청으로 만났다. 낯설던 손님은 시간이 흐르며 마음 속으로 들어와 가족이 됐다. 단 둘이 있는 날, 모모는 소파에 앉아 있는 내 곁으로 살며시 다가온다. 그리고 양반다리 한 가운데 앉아 “가릉가릉” 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홀로 지내는 고양이의 외로움을 걱정하던 두 딸의 성화에 2008년 작고 하얀 가야가 왔다. 모모는
명경대
남궁창성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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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모래의 저장고’이자 ‘지하수 저장고’로 불리는 해안사구. 바다모래가 바람이나 파도에 의해 뒤로 쓸려 내륙 쪽으로 운반돼 해안선을 따라 쌓인 모래언덕이다. 짙은 농도의 염분을 머금은 바람, 과도한 햇빛과 바람으로 수분이 결핍된 상황, 파도로 인한 서식지 불안 등 열악한 조건에서 수천년 형성된 독특한 자연이다. 폭풍으로부터 해안지대를 보호하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한다.동해안 대부분 해안사구는 해변 관광지, 농경지, 해안도로, 골재 채취 등 개발과 군사시설 주둔 등으로 인해 훼손된 데다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자연 침식까지 보태져
명경대
박미현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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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2명에 그쳤다는 ‘태풍급 쇼크’로 인해 국가 존립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0.65명까지 더 추락했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지난해 4분기 기준을 적용하면 부부 100쌍(200명)에 자녀 수가 65명에 불과한 것이 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3년부터 11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꼴찌다. OECD 회원국(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명경대
최동열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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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일언기출 사마난추(一言旣出 駟馬難追)’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미 내뱉은 한마디는 말 네 마리가 끄는 마차로도 쫓아갈 수가 없다는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네 마리 말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라는 사불급서(駟不及舌)에서 유래된 말인 듯하다. 당나라 재상 풍도(馮道)도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이라고 했다. 예로부터 모든 화근(禍根)은 ‘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여겼다. 입조심, 말조심하라는 숱한 경구가 전해지는 이유다. 그중에서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와 혀는 칼보다 날카롭다
명경대
천남수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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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둣가엔 사람들이 줄은 서 있었다. 한 커플이 가게 입구 키오스크로 순번을 예약하고 바닷가로 산책하러 간다. 125번이다. 빨라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차를 몰고 와 겨우 주차를 한 손님이 가게로 갔다. 일단 핸드폰 번호를 입력했지만, 기다릴 자신이 없었다.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1시간 30여 분을 지나 고속도로 춘천 요금소를 통과할 때쯤, 문자가 왔다. “순서가 됐습니다. 지금 주문하세요.” 헛웃음을 지으며 춘천의 맛집을 찾아 나섰다. 이 음식점은 동해안에서 흔한 횟집이나 매운탕 식당이 아니다. 양양의 어느 항구에서
명경대
이수영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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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유라시아 친선 특급 사절단의 일원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올라 수도 모스크바까지 9288㎞를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 중간 기착지에 내려 1박2일이나 2박3일씩 양국 문화의 공통 분모를 찾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수린 박사의 ‘코리아 선언’이 주목을 받았다. 이 선언은 2005년 러시아 정치 논평지 ‘폴리트클라스’에 발표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구감소로 생존 위기에 직면한 러시아가 살아남으려면
명경대
남궁창성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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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일) 봄비가 내렸다.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하략)” 김소월의 시 ‘봄비’의 앞 소절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어룰’은 얼굴의 평안도 방언이라고 하니까, ‘얼굴없이 지는 꽃과 얼굴없이 오는 비에 봄이 가는 것’이 서럽다는 것이다. 시인은 봄비로 인해 세상은 온통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여긴 듯하다. 김소월이 평안도 출신이라면, 호남 출신 시인으로 이수복이 있다. 그는 봄비가 그치면 더 짙은 봄이 자리할 것임을 예고한다. “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명경대
천남수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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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보리’로 불리는 물고기가 있다. 국민 생선으로 통하는 고등어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에서 두루 잡혔고, 동해안에서도 명태 오징어 꽁치 등과 함께 대표 어종으로 분류됐다. 강릉 출신으로 조선 중기 당대 최고의 문인으로 평가받는 허균이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신다’는 익살스러운 뜻을 담아 펴낸 팔도 음식 품평서∼도문대작(屠門大嚼)에도 ‘동해 고등어의 창자로 담근 젓이 가장 좋다’는 내용이 나온다. 식도락가인 허균이 창자젓을 으뜸으로 친 것은, 많이 잡혔지만, 내륙에서는 그만큼 귀한 생선이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명경대
최동열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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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따라 투표한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한다” 조지 레이코프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유권자가 자신이 속한 사회적 계급에 불리한 정책을 내놓는 정당이나 후보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계급배반투표’라고 한다. 노동자들이 진보정당보다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이에 해당한다.반면 이익투표는 철저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공약을 제시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이른다. TK 지역 못지않게 국민의힘
명경대
천남수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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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학도들이 간호사로서의 윤리와 간호 원칙을 담은 내용을 맹세하는 선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내용을 일부 따른 것이며, 근대 간호의 선구자인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명경대
이수영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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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던 것이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보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살았던 사상가 이탁오(1527~1602년) 선생의 책 ‘속(續) 분서(焚書)’에 나오는 글이다.‘명나라 사람으로 시 짓는 자들은 말하기를 ‘나는 성당(盛唐)이다. 나는 이두(李杜)다. 나는 육조(六朝)다. 나는
명경대
남궁창성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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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UN은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10년 뒤인 1985년에서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 한국여성대회가 처음 열렸는데, 기념일의 역사는 훨씬 오래됐다. 1911년 오스트리아 등 유럽 4개국에서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정치적 평등권과 노동조합 결성,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기리기 시작했으니 100년이 훌쩍 넘는다. 일제강점기 국내에 이 소식이 알려졌음은 물론이다. 당시엔 ‘세계여성의 날’이 아닌 ‘국제무산부인데이’ 곧 국제무산부인의 날로 불렸다
명경대
박미현
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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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청 보름달 아래 등불과 관솔불을 요란하게 밝히고 수백, 수천의 군중이 거대한 줄을 당기며 힘을 쓴다. ‘으쌰, 으쌰∼’. 우레 같은 함성과 함께 징을 치는 타징 소리가 지축을 뒤흔든다. 때는 한밤중, 자시(子時)를 가리키지만, 용호상박 대결과 놀이의 흥에 취한 남녀노소는 지칠 줄 모른다.1934년 일제에 의해 중단될 때까지 야간에 행해지던 ‘삼척 기줄다리기(강원도 무형문화재 제2호)’의 축제 현장 모습을 옛 고증 자료를 토대로 그려보니 대체로 이러했다. ‘대동(大同) 놀이의 백미’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명경대
최동열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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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을 앞둔 2월 29일자 강원도민일보 5면에 신재훈 기자가 취재한 ‘친일인사 비석·교량명 버젓이…더디기만 한 청산 작업’ 기사가 실렸다. 일제 잔재 조사 및 청산에 관한 강원도조례가 있긴 하나 실질 성과는 거의 없으며, 일제잔재 청산위원회 역시 비슷하다는 지적이었다. 쉬운 일인데도 청산하지 못한 대표 사례로 항일세력을 탄압한 일제 간도특설대 김찬규(일본식 이름 金澤俊男)의 개명 후 이름 김백일을 딴 강릉의 ‘백일교’와 춘천향교의 ‘장헌근 모성비’를 지목했다.춘천향교 안내판에는 ‘일제강점기 춘천군수로 재직하며 유학을 발전시키고,
명경대
박미현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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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張德)은 치충(齒蟲)을 없애고 코와 눈 치료에 탁월했다. 죽을 무렵 의술을 여종 귀금(貴今)에게 전수했다. 나라에서는 그를 면천시켜 의녀로 삼고 두 명의 여의에게 의술을 전하게 했다. 하지만 비방(秘方)을 숨긴다는 고발이 접수됐다. 조정은 “의술을 전하지 않고 그 이익을 독차지하고자 함이 아니냐? 국문하겠다”고 했다. 귀금은 ”일곱 살부터 배워 열여섯살이 되어 익혔습니다. 그들이 익히지 못할 뿐입니다”라고 항변했다. 성종실록 1492년 6월 기록이다.조광일(趙光一)은 침술이 뛰어났다. 의술을 베푸는 것만으로 즐거워했다. 언제나
명경대
남궁창성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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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오늘(28일), 대구의 수성천변에서 장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 선거 연설이 있었다. 당시 대구는 서울과 함께 야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마침 유세가 열리는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이승만 정권은 대구지역 학생들이 유세장에 몰려갈 것을 우려해 등교할 것을 지시했다. 학교측에서는 임시 시험을 치른다고도 하거나, 영화 관람이나 토끼 사냥을 해야 한다면서 학교에 나오도록 강요했다.이승만 정권의 등교 강요에 학생들은 “학원을 정치도구화 하지 말라”면서 항의했다. 유세날인 28일, 학교에 모인 학생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명경대
천남수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