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대 중반 파리 행 조선민항 여객기가 순안 공항 이륙직후 추락, 폭파한 사건은 아직도 미스터리다. 그때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타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사건 단초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인들'로 유추하는 경우가 많다. 96년 2월 '서방탈출사건' 보도로 우리에게 알려진 성혜림은 그의 사실상 첫 부인. 그녀는 서울사대부국을 나와 풍문여중을 다니던 48
명경대
2002.10.17
-
어제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이었다. 옛날에 이 날 산에 올라 단풍나무로 비녀를 깎아 아내에게 꽂아 주는 풍류를 풍잠(楓簪)이라 했는데, 이렇게 하면 부녀자들이 우울증을 없앨 수 있다 했다. 누구나 조금씩 우울증에 걸려 있는 현대인들인지라 그렇게 한번 해 보려고 가을 산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으렷다. "꽃 구경할 때는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해야 하고
명경대
2002.10.16
-
'인생은 60부터'라고들 하지만 환갑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이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뿐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50대 중반을 넘겨 환갑이 가까워질수록 귀밑머리 허옇게 세고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며 시력도 예전같지 않다. 다리 힘도 부치고 기억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감당해야 할 일이 생기면 선뜻 팔걷어붙이고 나서기도
명경대
2002.10.15
-
아시안 게임도 다 끝나가는 지금 세상에 재미 있을 것 하나 없을 듯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국인에게 선거라는 흥미로운 일이 아직 남아 있다. 며칠 전 한나라당에 입당함으로써 한승수 의원은 바야흐로 변화 많은 선거철에 드디어 정치인마다 각자 밀어 줄 후보를 선택할 때가 왔음을 알려 주었다. 일반인들로서는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늘 괴로움이지만 동시에 사실 또
명경대
2002.10.14
-
동해선, 즉 금강산 육로관광로는 우선 7번 국도를 복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옛날 길이 아니다. 옛길은 통일전망대, 송현진리, 초구 그리고 나무꾼과 선녀의 호수 감호를 오른쪽으로 돌아 포외진리, 영랑호, 능호, 일암, 적벽산과 남강다리로 이어진다. 새 길은 초구에서 갈라져 강정, 감호를 왼쪽으로 돌아 감월리 그리고 구선봉의 V자 홈을 빠져나가 보호리
명경대
2002.10.12
-
때는 1486년 조선 성종 17년에 임금이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에게 낙타를 사오라고 명령하자 사헌부 대사헌 이경동이 세 가지 이유를 들며 반대한다. 첫째 먼 지역의 기이한 동물을 사오는 것은 임금의 성덕에 누가 되고, 둘째 고려 태조가 거란이 보낸 낙타를 보지도 않고 굶겨 죽인 전례에 비춰 볼 때 임금의 근엄함에 누가 되며, 셋째로 낙타 값 흑마포 60 필
명경대
2002.10.11
-
아프리카 세네갈의 국립공원에는 30년 전만해도 400여마리의 코끼리가 살았는데 지금은 30여마리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코끼리들이 발효된 열매를 찾아 국립공원 여기저기를 헤매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발효된 열매에서 알코올을 섭취한 코끼리들이 취기에 젖어 나무그늘에 누워있거나 비틀거리며 큰 몹집을 흔들어대는 모양
명경대
2002.10.10
-
'나라비'는 '늘어선 줄'을 뜻하는 일본어다. 일본어인 줄도 모르고 우리는 "표를 사려고 나래비로 서 있어" 하고 말하곤 한다. '소라'는 '하늘(空)'이란 뜻의 일본어다. "하늘색"이라 해야 함에도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소라색"이라 한다. '감색(紺色)'을 '곤색(坤色)'이라 하고, '막무가내'를 '무데뽀'라 한다. 찾아 보면 어디 이런 정도이겠는가
명경대
2002.10.09
-
가을은 은행나무의 수난 계절. 또 장대가 등장하고 나무기둥에 태권도식 옆 발 차기도 심심치 않다. 도대체 저 은행과 최근엔 그 추출물 징코우 빌로바(ginkgo biloba)가 잃어버린 기억까지 되살려 내는 효능이 있다고 밝혀진 은행잎은 누가 주인이 길래 저 볼썽사나운 가을 풍경을 방치하는 것일까. 시청이나 군청에 물어보면 "당연히 우리 시 또는 우리 군
명경대
2002.10.08
-
어떤 사건이든 진실은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진실이 깊숙한 구멍 속에 갇혀 있거나 두터운 껍질 속에 감춰져 있을 때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그럴듯하게 윤색된 거짓일수록 표면이 매끄러워 사람들의 눈을 속인다. 갇혀있던 진실이 어느날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때, 껍질에 싸여있던 진실이 알맹이를 보일 때 사람들은 그동안 거짓에 감쪽같이 속았
명경대
2002.10.07
-
허신(許愼)이 펴낸 '설문해자'란 책엔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말인 '동이족(東夷族)'을 "큰 활을 든 족속"이라 설명해 놓고 있다. 이(夷)를 클 대(大)와 활 궁(弓)으로 쪼갤 수 있기 때문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풀이가 옳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즉 갑골문자 시대에 이(夷)는 시(尸)였는데, 이 때 시는 지금처럼 죽을 시가 아니라 '무
명경대
2002.10.05
-
중동에 건설 붐이 일어났던 70년대, 수많은 한국 건설사들과 기술자 근로자들이 중동에 진출해 땀흘려 일하고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막에 길을 내고 송유관을 묻고 물길을 내는 공사판에서 한국의 근로자들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밤에도 불을 밝히고 일했다. 마치 일밖에 모르는 사람들처럼. 한국 근로자들이 그렇게 일하는 모습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공사판 광
명경대
2002.10.04
-
염제 신농씨는 자편이라는 붉은 회초리로 약초를 때려 독이 있는지, 효능이 어떤지를 판별했다고 한다. 한번은 그가 70여종의 독초를 맛보고 그 독성을 하나하나 제거하기도 했는데, 그만 단장초를 먹고 중독 돼 장이 끊어져서 죽고 말았다. 인류를 위해 헌신한 그의 얘기가 '수무편(修務篇)'에 전해 온다. 그 시대에도 쌀은 오곡 중 으뜸이라고 했으니 아마 쌀에도
명경대
2002.10.03
-
남자는 문지방을 넘을 만한 힘만 있어도 성욕을 느낀다고 한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74 세 때 손주 뻘 되는 열아홉 살 처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프랑스의 영화배우 이브 몽탕이나 알랭 드롱도 노년에 아이를 낳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노인들도 예외 없이 이렇게 성 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는데, 우리는 늙은이가 성에 관심을 보이면 주책이라 한다. 우리 사회는
명경대
2002.10.02
-
영국의 한 대학 청소 감독관이 점심시간에 휴게실에서 상사의 흉을 보다 "밖에서 만나면 한 번 때려주고싶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곧 그 말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몇 주 뒤에 경찰에서 출두명령서가 날아들었다.상사에 대한 협박 혐의였다. 휴게실 천장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그가 주먹을 휘두르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찍힌 것이다. 몇년 전 영국의 직업관리연구소 존
명경대
2002.10.01
-
1959년 2월 13일 일본 각의는 '재일 조선인 중 북조선 귀환희망자의 취급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재일교포 북송 사건은 그렇게 시작됐다. 1952년 1월 18일 한국 정부는 60마일 이내를 영해로 하는 이른바 '이승만 라인', 평화선을 선포했다. 평화선 내 어로행위를 하던 일본 어민들이 한국 해군에 체포되자 일본은 재일교포들에게 출입국관리령을 적용해
명경대
2002.09.30
-
전통적인 실재론이나 합리주의와는 서로 통하지만 실증주의나 변증법의 반대 편에 서 있다는 구조주의란 무엇인가? 구조주의란 간단히 말해 우리가 이 세상에서 확인하는 현상이 아무리 다양하고 복잡하더라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어떤 구조가 존재한다고 보는 생각이다. 후기구조주의란 말도 있다. 후기구조주의, 즉 포스트 구조주의는 이 세상이 반드시 일정한 구조, 즉 질서로
명경대
2002.09.28
-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팔도총론 강원도편에서 영동지역 아홉 고을을 맨 먼저 기술한다. 태산 밑이어서 지세가 좁지만 산이 나지막하고 들이 평평해 명랑 수려하다고. 동해엔 조수가 없어서 물이 맑아 벽해(碧海)로 부른다며 "높은데 오르면 푸른 바다가 망망하고 골짜기에 들어가면 물과 돌이 아늑하여 그 경치가 나라 안에서 제일"이라고 찬탄한다. "아홉 고을 서쪽은 금
명경대
2002.09.27
-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사이는 멀지 않다. 이 사이에 초승달 모양의 비옥한 땅이 있다. 이 땅의 끝 부분, 동쪽은 요르단강(江), 남서쪽은 시나이반도, 북쪽은 레바논, 북동쪽은 시리아에 접한 약 2만6,300㎢에 이르는 지역, 지금의 팔레스틴을 성서 속에는 가나안 땅, 약속의 땅이라고 불렀다. 현재 이 지역의 80%는 이스라엘 영토이다. 1948년의 팔레스타
명경대
2002.09.26
-
작년에 우리 나라에서도 사회민주주의를 우리 사회의 이념적 대안으로 표방하는 지식인과 활동가들의 연구 단체인 한국사회민주주의연구회, 곧 사민주의연구회가 출범했다. 사민주의연구회는 우익으로부터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로 규정되고, 좌익으로부터는 수정주의 또는 개량주의로 비난받는 사회민주주의가 우리 나라에서 앞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탄생된 매우 실험주
명경대
200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