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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하는 예감이당신의 뒤태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겨우내 달고 살았던 영하의 관절은마디마디에 씨눈 같은 근력을 접붙입니다약사 천변엔 해동된 발자국들이 삼삼합니다
독자시
정클잎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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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남도 바닷바람은목숨을 걸고 동백꽃 모가지를 지나간다아! 붉은 피,비린내도 없이 소복하게떨어져 쌓이고저 징하디 징한 몸은 미련 따윈 없어싹둑 배꼽 빠진 자리아물 새도 없이 소금기 많은 바람을꼭지에 모셔 온다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늘 들키기 마련이어서발목을 접고 또 접어 그 앞에 나를 마주앉히며1월 동백이여비명을 틀어막느라전속력으로 자신의 발등을 찧는거기서나는 내 슬픔을 다 쓰고 또누군가의 슬픔을 빌려다 쓴다.
독자시
김창균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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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낮을 빨아들여 암흑에 가두고가면으로 낯을 가린 채 드러눕는다 얼굴 반쪽이 바닥에 닿으면 낮이라는 공장은 시동을 끈다밖으로 밀어내는 소용돌이에 넋을 놓아도 좋을 축제가 기다리는 파란겨울밤,고요를 찾아온 영혼들은스멀스멀 일어나 목을 늘인다공원 의자엔 별들이 내려와 졸고나무는 별꽃을 달고 광대처럼 춤춘다지나가는 바람은 음악이 되고달님이 축포를 터뜨릴 때고요는 실눈을 뜨고 파란 밤을 지킨다빛의 축제가 벌어지는 밤 속의 낮에는떨어지는 별똥별도 꽃처럼 피었다 진다불빛이 별들의 영토에 쳐들어와서 들쥐처럼 고요를 갉아 먹고 있다고요가 하품
독자시
김정서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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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 아래에는 낙엽이 살고 있었다 염색체도 국적도 모르는 나뭇잎 하나 이력서도 내지 않고 돌 아래에 주저앉았다 종교도 이념도 뭉개진 주인공이 들숨을 쉬기에 물살은 너무 빨랐다꼬르륵 물을 먹으며 지구가 뒤집혔다 神도 구름을 한 움큼씩 던지며 응원하고 있었다 물장구를 치다 고꾸라진 물방개가 찢겨진 허리를 휘어잡았다 숨을 고르던 나뭇잎 둥실 떠올랐다태평양 행이라는 팻말을 단 물결을 잡고 덤블링을 했다 둥실둥실 뱃노래가 반주를 하고 화석이 되려던 나뭇가지 노가 되어 물살을 갈랐다미끌 미끄러지는 미꾸라지도 은빛 반짝이던 피라미 지느러미도
독자시
이용희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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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가르던 항해선, 적신호에 걸렸다하늘을 본다하얀 허공에 떼구름 흩어지듯현기증이 인다팽팽하게 좁은 문 두드리던 시간들나른한 오후가사선으로 기운다하늘을 본다폭포수 급물살에 반짝이는 연어처럼아득한 중심을 잡는다하얀 낮달을 닮은 내가거기둥실 떠 있다
독자시
박정완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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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텅 빌 때까지호수와 걷다가돌아와 창가에 앉는다서향의 창 밖어느새 하느님이 부쳐 논계란 후라이따끈한 햇반에 비벼 먹으니뱃속에 해가 뜬다불러볼 이름 하나 없는 저녁이환하고 따뜻하다발목도파릇해진다
독자시
백혜자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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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도 요절은 아니잖아!소실점을 향해 가면서도담담하게 안부를 전해오던 사람잡힐 듯 말 듯 손끝에서 흐려지는 무언가등 뒤에서부터 젖는 마음들믿기 힘든 불치의 어둠을 캄캄하다 할 수 없어병든 고독을 누추하다 할 수 없어살아 있는 누구나 시한부라서 아름답다는 관념에라도한 번쯤 기대고 싶은 그날슬픔도 이력이 쌓인다며 웃는 얼굴에게절정의 풍경인 표정에게아직 노을이 남아 있다고 말해 주고 싶었네
독자시
조영란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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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바지에서 아이들 몇이썰매를 탄다볼이 얼얼하도록 추운 날씬데도엎어지며 자빠지며 재잘거리며저희들 세상을 만들고 있다.내 어렸을 적엔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만든 썰매를해 지는 줄도 모르고 타다가할머니가 부르면 집으로 돌아왔다저 아이들처럼 내 세상을 만들며,추위가 무서워서 문을 걸어 잠근 겨울날나도 썰매를 타고 싶다저 아이들처럼 가댁질하며어둠이 슬슬 다가와 그만하라할 때까지눈 위를 뒹굴며 썰매를 타고 싶다.이제는 기억 속에 아슴푸레한내 유년의 썰매마음은 그 시절로 돌아가지만선뜻 문을 열 수가 없어눈 덮인 언덕을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독자시
김선영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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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강이 얼었다썰매를 타던 때로부터 얼마나 멀리미끄러져 왔나가장자리에 들어서니등줄기를 타고 뻗어나가는뼛속 초침 소리
독자시
한승태
20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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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있는 마음을 훌훌 벗어 내 던지고질겨진 내 발바닥이겨울 한복판을 건너고 있다‘뽀드득 뽀드득’흰 눈 밟으며 경적을 울리며 가고 있다출렁이는 눈 위의 햇살음표들동박새 깃털 속 간이역에 잠시 머무르다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러가는 눈의 행로 위에소나무 한 그루 홀로눈 속에서 푸르다
독자시
정호영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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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소리 해송에 머물다 가고문을 열자얼었던 영혼들이와르르 달려오는 바다새벽 별 반짝이던 파도는은비늘 흔적만 남겨둔 채어디로 쓸려가는 걸까흔들림 속에서 만난슬픈 사람초승달 같은 눈썹뚝뚝물방울에 가슴이 젖는겨울바다
독자시
서철수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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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나 나나 나 나 나누구든지 나와 함께 살게 해 주오내 목숨을 저당 잡혀서라도그를 살게 하고 싶소어두운 밤 서러워 그대 눈을 감고흘릴 눈물조차 얼어붙은 날들이여오지 않을 봄처럼거꾸로 치닫는 바람따라하나, 둘하늘에 별이 되누나
독자시
심순덕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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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각 엿듣다가자기도 모르게 죽은 어린 물고기밤새내 초록 꿈 부풀 동안바람처럼 일렁였을 그 주검슬픈 은빛 되었다장미 향 피워지면슬픔에 어울려 흔들리는 것들버찌도 며칠 짙게 내리고물새 떼 눈물 하늘로 차오르다 떨어지고오십천 물빛처럼 누워있는 부교 위에나도 따라 납작 엎드려 울다 보면자그만 위로라도그 주검 속에 얹어지려나
독자시
서순우
20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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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을 내 안에 가두면 미래가 보일까요. 별빛만 흐르던 세월의 측면처럼 어두웠던 과거를 떠나 미래로 갑니다. 강가에 서면 윤슬은 장식이 아니라는 걸 지각하게 되죠.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통로는 투명 같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보내고 누군가는 수취인이 되기도 하지요. 불현듯처럼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시착하면 흥미진진은 저 혼자 생겨난 풍경입니다.화살나무 잎이 붉어지면 미래로 가는 길이 쏜살같기로 바뀌나가요. 의구심이 지나치면 길이 보이지 않아요. 내 안의 울타리를 넘어서면 타인의 바람일까요.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아요
독자시
한길수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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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실린묵직한 어둠이아직둔치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데머리에 가슴에삶의 보따리를무겁게 이고 온 어머니차가운 시장 바닥에밤새 보듬었을 손길을포르스름 풀어놓으신다.한숨의 무게만큼 투박한 손길로한 잎, 한 줄기고옵게 단장해 놓으시고무릎 앞에 놓인 당신의 삶이소리 따라햇살 따라일어나 사라질 때 까지아직 새벽잠 깊이 들어있을자식 생각에사그라지는 목소리를더 힘주어 일으켜본다.
독자시
윤월희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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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도 졸고 있는 애막골 새벽시장길가에 눌러 앉아 생生을 지배하는 주름사람들은 저마다 이른아침 인사를 묻고목마른 눈길을 나눈다묵직한 시간을 들어 올리는 햇살서로의 인생을 펼쳐 놓고 주고받은 흥정은서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지만서로에게 남는 것은 덤이다부지런한 입심으로 채워지는 주머니에서연신 함박웃음 새어나오고새벽시간의 질긴 사람냄새는햇살처럼 달라붙는 인심 때문이다
독자시
이영수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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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에서 송학정* 가려면허공 딛고 뚜벅뚜벅 홍천강을 건너야 한다거기에는 바람, 빗살, 눈, 그늘, 소리, 먼지 밤,벌레, 곤충, 동물, 조류, 낮, 별, 달 그리고 구름발들이제 맘대로 쉬어가는 정자각이 있다아침의 강은 햇귀처럼 막 씻은 민낯이고한낮의 강은 국수 가락처럼 풀어진 낯이고이른 저녁의 강은 수묵화처럼 고요의 낯이다물이 강을 돌보고달빛이 강을 파고든다신선과 영감이 통하듯 우려내어양수 없이 꺽꺽 토해내는 푸른 예언들허공 같은 지면에서 시 한 수 흘려 쓰고 지운다천 개의 하늘에 천 개의 눈동자 풀어놓고겨울밤처럼 차갑게 껄껄껄 웃
독자시
안원찬
20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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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만큼의 거리에서바라보는 달빛가슴 열어 담지 못하고바라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기다림도 행복이라는거짓말쟁이 노란 꽃이슬에 젖는다
독자시
정명숙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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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선짓국을 먹는다뚝배기 속 우거지가 속을 풀어 주는데숟가락에 뭐가 걸린다. 못이다벽에 시래기를 걸어 놓았던 못이국그릇까지 따라왔다끓는 물에서 시래기가 우거지로변신할 때까지 견뎌온 모진 집착겨울바람이 시래기 타래를 흔들며벽을 때릴 때 머리채와 어깨 잡아 주던 못서로 힘들었던 날들을 기억하며집착이 상처인 줄 알면서도뚝배기 속 선짓국까지 따라와우거지가 된 시래기 손을 붙잡고놓질 못하고 있다.
독자시
. 권정남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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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바람이 운다몸이 아픈지마음이 추운지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겨져세상을 깨우는 새벽을 향해윙윙거리며 징징거리며달려가며 운다동지 무렵이다
독자시
송현정
202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