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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한미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재확인과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 및 한미원자력협정 준수를 명문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핵우산 제공을 재확약받았고, 미 핵자산에 대한 접근 통로를 확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언의 의의는 작지 않다.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존 볼튼 전 백안관국가안전보좌관이 워싱턴 선언은 불충분한 반쪽 계획들만 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도 있듯이, 미국의 결의(resolve)를 실체화하는 획기적인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나 핵 공유 계획 등에 대
도민시론
김진하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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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일부 언론은 벌써 총선의 승패를 예측하곤 한다. 예를 들어,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현재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이 ‘다이내믹 사회’에서는 1년 동안 별의별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특정 사안 혹은 사건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는 길어야 3주 정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나 핼러윈 참사 같은 대형 사건은 예외지만,
도민시론
신율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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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20세기 초 봉건 조선의 신민으로 태어나 식민지 시대를 살고 근대국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1970년대 중반 돌아가셨다. 한마디로 옛날 사람이었다. 평생 한복을 입고 살면서, 그 한복이 상징하는 세계 바깥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분이었다. 그렇다고 대단한 유교적 교양을 지닌 것도 아니어서 그냥 한문으로 된 글줄을 깨우친 정도의 끄트머리 지방 유생이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예외 없이 그 친구의 집안을 물으며, 양반 출신이 아니니 앞으론 어울리지 말라는 말씀을 하신 적도 있다. 국민학교 학생이었던 나로서는
도민시론
박철화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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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질 줄 모르고 긴 겨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던 날씨가 이제는 조금 풀린 듯합니다. 작업을 하다 산책 겸 밖을 나서 보니 약간 더운 감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따뜻해진 공기가 마냥 반갑기만 합니다.영원할 것만 같았던 방학이 끝나고 요즘은 대학원 생활과 함께 작업을 병행하느라 매일 반복되는 패턴을 살고 있습니다. 아침 토스트를 먹으며 도시락을 싸고, 수업을 듣거나 캔버스 앞에 서서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점심 도시락을 먹고는 오전의 일과를 반복하죠. 그렇게 해가 저물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과 과제를
도민시론
김수영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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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한 책 읽기’라는 운동이 있습니다. 1998년 시애틀 공공도서관 사서였던 낸시 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미국 전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언제였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지요. ‘한 도시 한 책 읽기’는 몇 가지 장점을 지닌다고 합니다. 지역사회가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모두 읽고 토론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화합하여 지역사회 통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과연 한 도시는
도민시론
김희선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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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아이들을 맡고 있을 때였다. 우리 학교는 고학년 아이들만 매년 여름마다 학교에서 하룻밤을 자는 ‘교실 야영’이라는 것을 했다. 5·6학년만 날짜를 잡아 금요일 저녁에 모여서 같이 밥도 지어 먹고, 놀이도 하고 교실에서 이불 깔고 자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교실 야영의 꽃은 단연 ‘공포체험’이었다. 학교의 불을 모두 끄고 2∼3인이 한 조가 된다. 체육관에서 시작해서 급식소까지 엄선된(?) 코스를 손전등 하나만 갖고 가는 것인데 중간중간 선생님들이 준비해 놓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미션을 수행하는 아이들도, 몰래 숨어서 놀라게
도민시론
송정섭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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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와 방콕에 다녀왔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였는데, 하나는 음료·여행자들을 위한 공간·상품을 둘러보기 위해, 다른 하나는 방콕에서 열리는 디자인페어에 참가하는 몇팀을 꼭 만나고 싶어서, 마지막은 휴가였다. 2020년 코로나와 함께 창업한 이후 해외여행은커녕 여유롭게 어딘가를 여행해본 기억이 없었다. 쉴 겸 공부할 겸 일할 겸 둘러볼 겸 다녀오자는 이른바 ‘겸사겸사 워케이션’이었다.3시간 이상 비행할 경우, 나는 보통 소설책 한 권을 챙긴다. 이번에는 선물 받은 책을 한권 챙겼는데, 지역
도민시론
윤한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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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고 국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기부금의 확보와 답례품 선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관계인구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역시 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도입됐다.인구 증가를 위한 그동안의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고향사랑 기부금 법이나 인구감소지역 특별법 시행과 함께 지방소멸을 늦추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관계인구,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관계인구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
도민시론
류시영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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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을 위해 전진하라, 퇴행의 시대를 넘는 거센 연대의 파도’, ‘공정을 포용하라’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코로나로 2년간 열리지 못했던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전국적으로 4일부터 8일까지 여성, 노동단체 주최로 다양하게 열렸다. 그간 ‘여성가족부 폐지’로 수십년간 한발짝씩 어렵게 걸어온 여성운동의 성과가 마치 당겨졌던 고무줄이 오무라들 듯, 순식간에 퇴행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직면해 얼마나 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와, 전국 곳곳에서 열린 크고 작은 집회에서 ‘폐지 철폐’를 한마음으로, 외치고 또 외쳤던가!지난 2월
도민시론
이경순
202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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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새로운 실험 기법이나 최근의 연구 동향을 살피기 위해 일정한 근무 기간이 지나면 신청할 수 있는 연구년 제도가 있다. 대부분 1년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녀오고 나면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몇년은 끄떡없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모아놓았던 통장 곳간은 빈 지 오래다. 외국을 다녀온 후에는 더욱더 그렇다. 최신의 것을 배우기 위해 그동안 애써 저축한 돈과 맞바꾼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공자의 말씀처럼 오도일이관지(吾道一以貫之) 하기로 했으니 연구력이 다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기회를 찾아야 할
도민시론
유기억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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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던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다. “그거 돈이 됩니까?”예술이라는 분야는 활동 자체가 돈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다. 재능이 있거나 순수하게 좋아서 지속하는 것이기에 많은 예술가들이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생업에 뛰어들 것인가. 예술을 지속할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어가는 이들을 우리는 예술가라 부른다.요즘은 예술에도 증명이 필요하다. ‘예술활동증명’. 예술인복지법상 예술을 ‘업’으로 하여 예술활동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제도다. 최근 일정 기간의 공개 발표된 예술활동 혹은 수입 내용으로 신청할 수
도민시론
김소영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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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원주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주차가 힘들다고 한다. 나는 차를 운전하지 않기 때문에 체감할 수 없지만, 다들 그렇게 말한다. 주차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도심의 공원 세곳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두곳엔 지하 주차장을 만들 예정이고, 한곳엔 아예 지상 주차장을 낸다는 것이다.주차장 후보가 된 공원은 모두 원주 시민들이 애용하는 장소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산책하고 운동하며 작은 여유를 즐겨왔다. 그런데 그곳이 주차장이 되고 자동차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된다는 거다. 물론 주차장을 만든다 해도 공원이 통째
도민시론
김희선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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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공장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것을 첫 시론에 강조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휴먼 팩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차 시론에서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자동화가 아닌 ICT와의 결합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3차 산업혁명에서 이미 공장자동화를 통한 대량생산을 일궈 냈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은 제품 단가를 낮추는 요인이 됐고 소비자는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유연한 제품 생산이 요구됐다. 4차 산업혁명은
도민시론
최창혁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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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픈AI’가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챗GPT’가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사람들도 단 몇번의 경험에서 놀라움을 느낀 이유는 챗봇이 내놓은 결과가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도 다르지 않았는데, 취미 활동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기대 이상의 모범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얻었다. 관련 업계의 반응은 더 확실하다. 한걸음 뒤처진 구글은 비상이 걸렸고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했고 100억달러 규모 파트너십을 맺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유가 넘친다. 주
도민시론
송현주
20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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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고향을 오가는 풍경을 보면서 떠오른 기억이다. 나는 40대의 정확히 십년을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교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학생들의 고민을 파악하여 학업에 전념하도록 이끄는 일이다. 그 일을 위해 내가 재직한 대학에서는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개별상담이 의무였다. 할 때는 꽤나 성가신 일이었지만 그 상담 덕에 어린 학생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니 결국 고마운 일이었다.상담하면서 얻었던 인상적인 깨달음 가운데 하나가 지방 소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 문제고. 당시 면담을 한 여학생
도민시론
박철화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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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4대 절세미인으로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손꼽는다. 그중에서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이고, 소군은 그의 자(字)이다. 원제는 시간과 때를 가리지 않고 걸핏하면 쳐들어오는 흉노족을 달래기 위해 흉노의 왕인 호한야선우에게 정략결혼을 제의하게 되었고, 그 희생양이 궁녀였던 왕소군이다. 즉 그녀는 흉노족과 화친정책의 희생물로 흉노왕에게 시집을 갔던 불운의 여인이다. 이런 처지의 왕소군을 두고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지은 시가 ‘소군원(昭君怨)’이다.이 시의 내용은 ‘호지무
도민시론
심은섭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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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약칭 고향사랑 기부금법)의 지난 해 국회 통과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개인이 본인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하고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에 연간 500만원 한도로 기부하면 지자체는 세액공제와 답례품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부자는 기부금액의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고, 10만원 초과분부터는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지방자치단체는 기부받은 금액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품이나 지역사랑상품권
도민시론
김규호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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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스타그램을 본다. 그곳은 사람들이 선택한 사진들로 편집된 새로운 세계다. 사용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들은 사진으로 고정되면서 기억으로 고착된다. 휴대폰에서 선택받지 못한 사진들은 버려진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서 빛이 바랜다. 그래서 ‘선택’은 버리는 것과 동일하다. 무엇을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를 버린 것이다. 선택된 것이 빛날수록 나머지는 그 그림자에 갇힌다. 정보는 이렇게 사용자의 주의에 따라 편집상태로 남겨진다.사적 영역은 주관적 편집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 기업과 정부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정보에 편
도민시론
박응석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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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곳 바로 옆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아침이면 교문 앞 저마다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바글거리는 아이들, 등굣길에 뒷짐을 지고 서 있는 문방구 할아버지와 떡볶이 육수를 내는 분식집 이모. 이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가만히 보면, 마음속 한편에 언젠가 죽어버린 듯한 무언가가 일렁입니다.언젠가 친구가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동생의 체온이 급격하게 올라 37도를 훌쩍 넘어버린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한참 퍼지기 시작하던 때라 동생은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누워 있는데 문득 죽을지
도민시론
김수영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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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지사가 1월 13일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주정부 청사를 떠났다. 메릴랜드주에서 주지사로 출마하겠다고 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에서 공화당 주지사로 당선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건 주지사는 특유의 뚝심과 비전으로 정치적인 편견과 역경을 극복하고 당선되었고, 재선에 성공하여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냈다. 금년초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퇴임하는 주지사의 지지도는 74%에 육박할 정도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민주당원의 지
도민시론
권세중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