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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어리에 불 붙여불전에 맹세하는 연비 수계야근기 약한 나 같은중생에게 필요한 것이거니거룩한 성전에서의생살 지지는 참회 맹세도돌아서면무너져 내리는 이 한 생에서나아아, 이 아침 그대어쩌자고파랗고 긴 손가락 끝마다 불 붙여훨훨 불 붙여내 얼굴 이리 뜨겁게 화끈 달구시는가
독자시
서옥섭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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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붉게 다녀갔다는빈 세상 그 자리나 피어나푸르게 울다 간다
독자시
김향숙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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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조개를 만나야 진주가 된다지몇 개의 아름다움을 위해그 찬란한 죽음의 채굴을 못 본 체 할 참이야혼잣말이 넘실대는 파도의 결은결국, 내가 흘러갈 곳이므로슬픔이나 눈물은 침묵이어서맑은 것들은 자주 얼룩이 지곤 하지흐른 날에도목에 걸 눈부신 날이 필요해조개 속에 감춰둔 고백들은 유일해 질거야유일해진 바다가 울어야조개도 여분의 상처를 갖게 된다지그 침묵에 갇힌 흉터를누군가는 슬픔의 내공이라 했지쉿,계속 발굴되는 그 슬픔을 어떻게 모른 체해
독자시
김여진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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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나무 한켠을 담으며 아름다운 죽음이 떠올랐다.푸른빛 사이 펄럭이는 큰나무 사랑을 안을 사이도 없이나무는 편하게 새를 부르며 서 있었다.나의 유년의 쓸쓸함이 발아래 있었다바람을 안고 가까이 보이는 버스정류장이 봄꽃 속에 있었는데진부령 언제나 이곳에 오면 불현듯 살아기침같은 시가 엄마의 추억속에 묻혀 있다.사랑은 살아 깊을 수록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독자시
정영희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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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도 없이 건너는검은 강은 하냥 깊어귓가에 스치는바람 소리도 투명한데불 꺼진 창밖별도 없는 밤하늘이낮게 내려와어둠을 밟고 서성인다오리무중 헤매는 길날이 갈수록어머니 가신 발자국에내 발자국 포개지고어디로 갈까태양도 비껴간 골목길홀로 웅크리고 앉아북극성을 기다린다
독자시
심상순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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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겨울도 아닌가을 같고 겨울 같은들꽃들 모두 지고 국향만 오상고절요맘땐꽃 진 자리마다열매가 탐스럽다지는 잎 한 움큼씩 그리움의 시를 쏟고하늘은 높아지고 마음은 깊어져서철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시절 그립다나무들 옷을 벗고길 떠나는 사람들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고여와서그리운먼 친구에게안부편지 써 본다
독자시
이근구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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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온다.가로수 잎들이 우르르왜 이렇게 아프게 몰려다니는지발가벗은 바람은바라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뒤엉킨 나뭇가지들땅으로 잡아당기는 내 옷의 무게겉옷 하나쯤 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바람이 분다.
독자시
이정화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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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도 죽은 척 하는 똥파리 무지근한 담벼락을 서성인다나사 풀린 목을 지나 코르셋 벗은 몸통, 꺾어진 둔부는 정갈하다천국으로 가는 열쇠도 없이 버려져, 큰 발자국들이 얼굴을 짓뭉갰다어디선가 마르고 오그라들어 썩어갈, 영혼들에게 라크리모사*를 바친다텅 빈 진열창 누비는 발칙한 구두소리, 섣부른 소문에 모여든 우울한까치발, 살아남은 혀를 말아 올리는 겹눈이 시퍼렇다*라크리모사-모차르트:레퀴엠
독자시
이현협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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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찬바람 휑한 겨울넌 여전히 가을이구나마른 가지만 남은 떨궈진 가을이구나느티나무 붉은 잎새도 가을이지높푸르게 맑은 하늘도 가을이지난 아직도 청명한 가을떨궈내지만 기다림 주는 가을매정할 수 없는 눈망울이었어그리 보였어
독자시
김기갑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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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새벽밤새 서쪽으로 건너던달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저 새벽달 꼬리를 잡고따라 온 동쪽하늘 끝밤 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온통 얼굴 붉히는 하늘에서가을 냄새가 난다하시동 논둑길 흙냄새가 난다갓피어난 억새꽃 윤기 흐르는열여섯 살 단발머리화장기 없는 해맑은 새벽달이자꾸자꾸 그 들판으로 데리고 간다그리고 파란 바람이 분다
독자시
정원교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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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바심쟁이 시라는 놈곧잘 실랑이를 벌였던 그놈풍덩하고 그놈의 시가 강물에속시원히 빠졌다아주 무심코 던져졌는지작심하고 드리워졌는지시인만이 알고 있는 물속에서시가 해갈을 한다수궁을 지키는 어족인양돌 틈을 누비는 잔고기마냥모래 속 파고드는 날렵함으로시가 유영을 한다강물엔 시인들 나름으로각기 숨겨진 아방궁이 있다그곳엔 뉘의 간섭도 조바심도세월 따위도 없다
독자시
이국남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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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지나가는 구름 속에주사기 바늘을 꽂고하루치 수분을 뽑는절벽 위 소나무하늘과 통하는귀 열고 눈 뜨고마음도 보내놓았다그 바늘귀가그 바늘눈이받아 온 하루치 정수로딱 하루치 말을 전하고 있다.
독자시
김춘만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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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느지막이 산에 올랐다동네 산에 노인 서너 분산에 오셨군요 했더니서슴지 않고 하는 말머지않아 산에 올건데산과 친하려 왔단다나무와 서먹서먹 않으려고
독자시
이원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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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사는 사람이 있다추운 겨울 작은 불씨처럼 피어오른다연락이 끊어진 지 꽤 오래되었어도카톡 즐겨찾기에 너를 넣고 기다린다잊어서는 안 될 사람어떤 이유에서든잊고 살아서는 안 될 사람아픔밖에 준 게 없어서나는 네 이름 부르지 못한다바람이 분다커피 볶는 집, 그 카페에서진한 커피향 사방팔방으로 진동하는데너의 소식 무척이나 궁금한 거다오늘은 그냥네가 보고 싶다커피 한 잔 할래?
독자시
선우미애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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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이게하는 山자 작 나 무, 가 문 비 나 무할머니, 할아버지의 살과 수염天池를 보랴.할머니, 할아버지의 눈물, 눈물나 죽으면 산으로 갈란다그 山!백두산도 아니고장백산도 아니고그냥, 山!우리의 山!
독자시
최현순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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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에철새들이 떼 지어서한 곳을 향해 열심히필체를 나열하네ㄱㄱㄱ ㅅㅅㅅㄱ ㅅㄱ ㅅ하늘을 잡아당겨 펼쳐놓고지우고 쓰고다시 지우고 쓰며서로 머리 맞대고주억주억 의논 하며 쓰는자신들의 필체를‘가갸 거겨 사샤 셔셔’저기 좀 봐
독자시
김순덕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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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낮고 푸른 곳으로 머리를 두는 강인생의 물결처럼 안으로 깊게 출렁인다어디로 간다 눈짓도 없이그곳으로 가는 경계가 여기 있다강으로 향하는 문!안과 밖이 꽃처럼 통하고나와 그대가 차 향기로 섞이는 곳이 문은 희망과 사람이 마주 보는 거울열어도 보이고 닫아도 보이는 문
독자시
김금분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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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네 자매 중셋째의 생일이다값싼 선물도 보석이요주인장이 내어주는 메뉴는모두가 예술.레일 위를 달리는그 스산한 바람도역사를 비추는 별빛도한 폭의 흔들리는 수채화인데내 몸을 채가려고 달려드는 그서슬 퍼런 경적자매들은 까만 점이 되어점점 멀어져가고난시장으로 팔려 가는 소가 되어음 메 음 메깜깜한 춘천으로 달린다.
독자시
김민정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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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옇게 바랜 추억 살며시 들춰 보면시린 가슴 다독거려 풀어헤친 지난 세월먼 하늘 우러러 보며 살아온 날 더듬는다길섶에 피고 지는 잡초 같은 기억들은덧없는 세월 속에 제 풀에 주저앉고애틋한 저녁노을만 산마루에 걸려있다빗장의 문을 열고 못다 한 일 꺼내 본다슬픔도 원망도 사치로운 변명인가간절한 마음을 깨워 살아갈 날 짚어본다.
독자시
김금옥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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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고 진한 마음그에게 전하고파억새 숲 언저리에모올래 숨어들어아껴 둔 마음 한 자락온 하늘에 띄운다.
독자시
원창희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