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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이 이렇게 재배되는구나.” 알알이 굵고 윤기가 흐르는 춘천 팥을 세어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지역 재료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 때면 오래 전 특별한 경험이 떠오른다. 이만큼이나 모르고 있었고, 이만큼만 알고 있었다. 우리는 지역재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그러니까 7년 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문학예술 강사로 활동하던 시절이었다. 경기 S시의 가장 큰 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문학과 놀이융합 수업을 했다. 신도시 지구를 끼고 있는 도시였기에 근교 농촌체험학습장을 가게 되었다. 옆에는 작은 농촌 체험장이 있어 감자, 고구마
도민시론
윤한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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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론에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의 핵심은 분명한 가치추구와 함께 디지털전환(Digitalization)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디지털전환이 이루어질 때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모델링 가능하다는 것이 공장자동화와의 차이점이다. 성공적인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서는 도메인지식과 IT의 융합이 얼마나 조화롭게 이뤄지느냐에 달렸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이다.이번 칼럼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최근까지 디지털 기술의 한계와 엄청난 컴퓨팅, 스토리지 비용 때문에 스마트팩토리
도민시론
최창혁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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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버지니아주를 연결하는 루스벨트교를 건너 66번 고속도로를 가다 보면 두 가지에 놀라게 된다.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고속도로 중앙부에 설치되는 급행 고속도로의 위용과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 경관에 놀라게 된다. 수도에서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267번 도로 역시 건물의 외양과 조명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첨단기술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돼 덜레스 기술회랑(DullesTechnology Corridor)이라 불리는 이
도민시론
권세중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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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해쯤 전 일이다. 첫 아이가 태어나서 한 학기를 마치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방학을 하고 휴직에 들어가기 일주일 전 쯤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단다. 한해를 끝까지 함께 보내지 못해 아쉽구나. 미안하고.” 평소에 적극적으로 감정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들이라 그런건지, 휴직 이야기를 듣고도 놀라는 표정만 꿈뻑꿈뻑 보일뿐 몇몇 아이만 “안돼요~”하며 조용히 하교 인사를 했다.인사 후 자리에 앉으려는데 정은이가 와서 물었다. “선생님, 선물해도 돼요?” 선물? 갑자기 와서 선물이라
도민시론
송정섭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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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먹을래요? 짬뽕 먹을래요?”라고 물으면 저는 볶음밥을 먹겠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렇게 물으면 특별히 먹고 싶던 메뉴가 없거나 그 자리의 분위기를 고려해 둘 중 하나를 고릅니다. 하지만 저는 약간의 눈치를 보며 ‘제3의 메뉴’ 볶음밥을 고르는 것으로 선택의문문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납니다. 상대방이 그렇게 질문한 것이 의도적인지 무의식에서 그런 것인지는 알기 어렵고, 그 질문의 구성과정과 효과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재밌고 유익할 것 같습니다.일단 질문한 사람은 사회적 상식이나 개인적 경험에 의해 짜장면과 짬뽕
도민시론
박응석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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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자신이 책임지고 성과는 타인의 공으로 돌리는 지도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하지만 비현실적인 기대일 뿐이고 정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요 사안의 책임소재에 대한 인식에 따라 투표결과도 달라지고 권력도 달라진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하루도 책임 공방이 끊이지 않고 모두들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는 각오로 사활을 건 전투에 몰입한다. 온갖 억측과 왜곡, 거짓이 동원되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다. 그런데 이런 이전투구에 뛰어 들어서는 안 되는 공직자가 있다. 바로 대통령이다.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손쉬운 책임 추궁 대상이다. 삶이 고단
도민시론
송현주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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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으로 항공에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토끼가 방아 찧던 보름달로 우주선을 보내고 지표면을 탐사하는 시대로 오래전에 변했는데, 이번엔 하늘 높이 날던 비행기가 지표면으로 내려온다. 하늘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기술의 진화가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 혁신이 빠르게 진행 중인 항공교통 얘기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조적 파괴. 그 혁신이 가져오는 변화는 놀랍다.역사적으로 봐도 항공은 출발부터가 달랐다. 라이트형제가 동력을 이용해 최초로 날았던 1903년 그날의 기록은 불과 12초 동안 36m의 지상 이탈
도민시론
허희영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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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색 고무신이 고인 섬돌 엷은 그늘에선/ 질질 계절을 뽑아내는/ 작은 실솔이여”실솔(실솔)은 귀뚜라미를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옥편을 찾아보면 참 기이하게 생긴 글자라는 생각이 들지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귀뚜라미의 생김새를 닮은 듯도 여겨집니다.이수복 시인(1924∼1986)의 ‘실솔’이란 시에서 귀뚜라미는 섬돌 옆 그늘에 숨어 노래합니다. 그것을 ‘계절을 뽑아낸다’고 하였으니 참 아름다운 표현입니다.엊그제 환기를 한 뒤 깜빡 잊고 방충망을 닫지 않았더니 그 틈을 타서 귀뚜라미 한 마리가 들어왔나 봅니다. 전등 스위
도민시론
김희선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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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얘기 해보려 합니다.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전, 한 신문보도에 살짝 놀랐던 얘기입니다. 도 여협이 도지사 후보 초청 자리에서 도 여성특보에 이임 도 여협 회장을 당연직으로 선임해달라고 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단체가 자리 로비를 해도 되나?’ 순간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14개 도 단위 여성단체와 18개 시·군 여성단체협의회가 모인 단체이긴 하지만 도내 모든 여성단체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당장 여성경제인단체도 빠져있습니다) 그간 여러 번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성주류화에 바탕해야 할 여
도민시론
이경순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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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성수기를 지나면서 바가지요금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많은 관광지의 휴가철 바가지요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관광객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이며 매년 언론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는 사안이다. 그래서 바가지요금을 잡기 위해 어떤 지자체에서는 단속을 벌이기도 하고 지역상인을 대상으로 캠페인이나 서비스 교육을 전개하기도 한다.바가지.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니 ‘파는 사람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세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제공해 사는 사람을 속이는 행위. 또는 그 가격’을 가리킨다고 나와 있다. 분명히 좋지 않은
도민시론
류시영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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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불편해도 편한 척, 싫어도 좋은 척. 진심이 아닌 것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지만 으레 ‘척하는 것’을 미덕이라 여기던 시절이다. 하지만 참는 사람을 아름답고 갸륵하게 봐주는 것은 그야말로 쌍팔년도 클리셰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구시대의 고리타분한 사라져야할 관습이다. 참고 넘긴 문제들은 결국 다른 곳에서 엉뚱하게 삐져나오게 되어있다. 여기서 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부당함에 대한 것들이다. 부당한 것들은 불편하다. 불편함은 지속될수록 부정적 감정으로 발전한다.
도민시론
김소영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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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출근하는 버스, 재료 구매를 위해 화방 가는 길의 지하철. 요즘, 같은 시간대, 같은 교통수단으로 이동 중인 주변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직업이나 목적지를 종종 떠올려봅니다. 워낙 그 순간에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생긴 대중교통 이용 루틴 중 하나입니다. 긴 이동 시간 동안 주변을 관찰하고, 그들로부터 다양한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즐기죠. 최근에는 그 대상이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이고요. 그들의 목적지나 직업, 일과를 상상해봅니다. 이런 상상을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술계 이외의 다른
도민시론
김수영
20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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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과 복합성의 시대가 오면서 국가정책연구 환경에서도 지식의 융합이 필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서로 다른 학문, 기술, 산업 영역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융합(convergence)의 바람이 이미 거세게 불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융합의 바람이 대학과 연구소를 넘어 산업계를 비롯하여 심지어 문화예술계 등 사회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융합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전통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융합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것은 기술, 제품, 콘텐츠, 서비스가 상호
도민시론
심은섭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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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반 전 강원 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첫발을 내딛던 날 ITX를 타고 춘천을 오던 그날의 기분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다시 강원’이라는 설렘 반, ‘다른 감독’의 일을 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 반, 그리고 묘한 도전 의식이 아직 남은 마음의 빈자리를 빼곡히 채웠었다.그렇게 나와 강원도의 두 번째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천둥벌거숭이로 강원도를 그저 운명으로 맞았던 유년시절과 달리 지금의 강원도는 성년을 넘어 이미 장년이 된 나만큼이나 훌쩍 변해있었다.가장 크게 느낀 물리적 변화는 더 이상 산 넘고 물 건너 굽이굽이를 지날
도민시론
홍지영
202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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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에게서 3·1 독립선언서가 새겨진 기념품 넥타이를 선물받았다. 7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국어시간에 ‘오등은 자에…’로 시작하는 기미 독립선언문을 외웠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넥타이를 선물받은 것을 계기로 독립선언서 내용에 주목하게 됐다.원래는 청원서 형식으로 발표하기로 하였으나 청원서는 일본 정부에 독립을 요청하는 것이라 민족 자결의 의미가 없고, 강력한 독립의 의지와 당위성을 표명하는데는 선언서 형식이 적합하다는 의견에 따라 독립선언서로 작성되었다.“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도민시론
김세원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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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수학시간, 조용한 적막 가운데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휴우…”, “하…” 몇분 간격으로 또 들려오는 한숨소리. 사실 이쯤되면 한숨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단번에 안다. 지난번 수학시간도 그랬고 지지난번 수학시간도 그랬다. 수학시간마다 한숨을 쉬며 괴로워하는 아이는 바로 우리반 철민이다. 잘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모르고 막막해서 그런 거다. 4학년 수학은 1~3학년에 비해 아이들 체감상 난이도가 훌쩍 뛴다. 더군다나 철민이는 학습을 어려워하는 정도가 좀 더 심한 아이였다.“철민아 세자리 수에 곱할 때는 먼저 일의 자리부터 곱하
도민시론
송정섭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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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가을 프랑스로 가서 IMF 구제금융 시기에 귀국했다. 젊어서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꼭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은 않다. 당시만 해도 유학생들 대부분이 겪었을 가난과 차별의 경험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 몇천 달러에 불과하던 1990년대만 하더라도 서양인들에게 한국은 아시아의 작은나라에 불과했다. 당나라 때부터 세계와 교역하던 동방 문명의 발상지 중국이나, 근대문명의 우등생 일본이 일찍 유럽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한국은 그 둘 사이 어디쯤 있는 존재감 약한 나라였다. 그러니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도민시론
박철화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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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즐겨찾는 OTT 사이트에서 SF 드라마 한 시리즈를 보았다. 모처럼 쉬어가던 일요일을 달래기에 스토리가 꽤 흥미로워 보였다. 호텔 방의 문을 열고 닫으면 리셋이 되고 방 안에 있던 사물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어떻게 보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미스터리물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인물들이 가진 오브제에 특별한 초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이야기가 고조될수록 느낀 점은 지금의 내 상황, 문을 열고 나가면 새로운 (난관의) 세계가 펼쳐지는 지역의 청년창업가 일상과 닮았다는 것이었다.“왜?”라고 혼잣말을 하면 팀원들은 “왜왜, 뭐
도민시론
윤한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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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은 은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은유가 우리의 일상적 삶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와 인지철학자 마크 존슨이 ‘삶으로서의 은유’에서 한 말이다. 인지언어학의 은유 이론가들은 우리 머릿속 생각이 언어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은유 표현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들이 강조한 은유의 일상성은 필자가 보기에 최소한 두 가지 중요성을 갖는다. 첫째, 은유는 일상적이므로 무의식적으로 수용된다. 예를 들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
도민시론
박응석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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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프리카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총회(ANOCA)에 참석한 나는 개막연설을 통해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아프리카 54개 국가 체육계 인사들의 관심은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 아니라 88서울하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대한민국이었다. 그들은 먼 나라 대한민국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듯 했지만 두번의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세번째 올림픽을 유치한 나라라는 점과,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눈 없는 나라
도민시론
김경성
202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