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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최고의 음식 대접을 받는다면 송이버섯을 빼놓을 수 없다. 참숯 불판 위에 소고기구이와 함께 등장하는 송이는, 고급스러운 풍미로 식도락가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식사하기 전부터 생 송이를 찢어 먹으며 식욕을 돋운다. 예부터 ‘1능이 2송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거래 가격은 송이가 맨 앞자리다. 1㎏에 100만원 이상을 호가해 넉넉하게 즐기기는 쉽지 않다. 몇몇 고깃집엔 송이와 함께 또 다른 메뉴가 추가된다. 진분홍 구슬을 모아놓은 듯 색감이 영롱하다. 처음 접하는 손님들은 어찌 먹어야 하는지 주인을 불러야 한다. 식탁에서
명경대
이수영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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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1999년 장이머우 감독, 장쯔이 주연의 중국 영화다. 원제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我的父親母親).’ 가난한 시골 학교로 부임한 총각 선생님과 마을 처녀의 사랑 이야기가 모티브다. 평생 교사로 생활하시던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아들은 부랴부랴 고향을 찾았다. 어머니는 병원 영안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며 상여를 이용한 귀가를 고집했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 텅 빈 농촌은 운구할 사람이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 백발이 성성한
명경대
남궁창성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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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는 국제조약에 의해 무장이 금지된 지대(Demilitarized Zone)를 이른다. 우리의 DMZ는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 2km 지점까지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한 지역이다. 전쟁이 멈췄다고는 하지만, 양측이 맞닿아 있으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 이를 완충할 수 있는 공간이 DMZ 역할인 셈이다. 그래서 이곳을 출입하려면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DMZ는 남북 모두에 의해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정전협정으로 군인들은 DMZ를 출입할 수 없기 때
명경대
천남수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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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야화(晝煙夜火).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을 올린다는 뜻이다. 옛 봉수대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말이다. 통신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전근대에 불과 연기는 위급한 소식 등을 빠르게, 널리 알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도 봉화를 사용했고,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아이스킬로스(서기전 525~456년)의 작품인 ‘아가멤논’에 봉화를 올린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이미 봉화가 있었다고 하고,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에도 봉화가 언급되니 가장 오랜 기간, 범세계적으로
명경대
최동열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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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을 예전엔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경제적, 물질적 절대 결핍으로 간주했다면 지금은 다르다. 통장에 꽂히는 소득이나 금융자산 및 부동산 격차만을 뜻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물질적 결핍뿐만 아니라 소비와 여러 생활 영역에서 정상적인 행복을 추구할 수 없도록 배제된 상태를 빈곤으로 설명한다. 거주지와 교육을 비롯해 여가, 문화, 생활양식, 태도, 사회참여, 사회관계, 각종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일상적으로 배제와 박탈, 차별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과거의 빈곤층 개념과는 질적으로 달라졌기에 ‘신빈곤층’으로 부른다.
명경대
박미현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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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후 활동을 중단했던 대중음악 가수들의 재결합 소식은 팬들의 마을을 들뜨게 한다. 왕성하게 활동했던 그 시절 음악을 다시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송골매 재결합 공연이 대표적일 것이다. 팬들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빗물’, ‘모여라’ 등 명곡들을 40여년 만에 콘서트 현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송골매는 깜짝 재결합을 선언하고 전국 투어를 진행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아이돌 그룹이나 해외 팝스타 등이 주로 공연하는 KSPO DOME(구 체조
명경대
이수영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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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에서 템스강을 바라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는 런던 여행의 또 다른 멋이다. 백팩을 메고 밀레니엄 다리를 오가며 인증사진을 찍는 이방인들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일도 재미가 쏠쏠하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강 건너 세인트 폴 대성당의 회색 돔도 눈에 담을 수 있다. 2020년 찾은 테이트 모던은 프랑스 사진작가 도라 마르(1907~1997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영국 비디오 아티스트인 스티브 맥퀸의 작품도 만났지만 약속 시간에 쫓겨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관광 코스지
명경대
남궁창성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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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이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된 셈이다. 실제로 소설이 되면 가을 날씨가 갑자기 겨울로 바뀐 것을 실감하게 된다.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도 급변하는 날씨 때문에 생긴 듯하다.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그렇다고 겨울옷으로 바꿔입기는 애매한 시기이기도 하다.절기로 보면 소설은 스무 번째에 해당한다. 앞으로 24절기 중 대설(大雪)과 동지(冬至)를 지나 한겨울 소한(小寒),
명경대
천남수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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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참모본부의장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여러 문제점이 등장했다. 해군 출신 발탁은 2013년에 이은 두번째여서 더 기대를 모으며 관심이 고조된 상태였기에 개인 차원의 실망을 넘어 군에 대한 신뢰감에도 상처를 내고 있다. 안보 관련 사안이 국민적 관심사였을 때 주식을 거래하고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재산신고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자녀가 집단적인 학교폭력에 가담한 사실도 있었다. 더욱이 근무시간 중에 주식 거래를 해 온 것이 한두번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불신의 결정타가 됐다. 합참의장은 국군 서열 1위
명경대
박미현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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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구군 양구면 정림리 부농가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는 고운 옷에 갓신만 신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내가 일곱 살 되던 해 아버지의 광산 사업이 실패하고 물에 전답이 떠내려가서 우리 집은 그만 가난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론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이 연애편지는 1939년 겨울 춘천에서 고향 양구로 돌아온 그가, 나중에 자신의 아내가 될 김복순 여사
명경대
이수영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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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구파가 있다. 세조의 왕위 찬탈 이후 여러차례 정변이 있었다. 권력에 충성한 신하들이 공신에 책봉됐다. 공신전과 노비들이 하사됐다. 왕실과 혼맥을 이어가며 권귀화됐다. 부패한 고려 귀족사회를 뒤엎고 조선을 창업했던 신진 사대부들이 스스로 권문세가를 이루며 군림했다.한명회(韓明澮·1415~1487년)가 있다. 단종애사 계유정난의 설계자다. 공신에 네 번 책록됐다. 벼슬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이르렀다. 세조와 사돈이요 예종과 성종의 장인이었다. 권력의 정점에서 왕실을 능멸하기도 했다.사관은 이렇게 평했다. “10년 사이 벼슬이 정승에
명경대
남궁창성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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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필자는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었다. 지구상에 몰아닥친 코로나 팬데믹 10개월 전이었다. 당시 파리 외곽지역에 민박을 구해 지냈는데,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을 청하기 위해 불을 끄면 어찌 된 영문인지 온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눈을 붙이더라도 새벽에 일어나면, 몸에는 벌레 물린 상처가 가득했다. 무언가에 물린 것이 분명했다. 가려워 긁었던 부위는 벌겋게 부어있었다.고통의 나날은 계속됐다. 나중에 불을 켜고 침대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스멀스멀 기어가는 납작한 벌레를 잡아보니, 붉은색 액체가 퍼졌
명경대
천남수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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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지폐 가운데 발행 매수와 액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무엇일까. 답은 지난 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이다. 실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고, 오랫동안 손에 익은 1만원권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최고액권인 5만원권이 압도적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발행 매수로는 전체 화폐에서 46.8%, 액수로는 89%에 달한다. 전체 은행권 179조원 가운데 5만원권이 159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고액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일 가장 많이 접하는 역사 인물은 누구일까. 당연히
명경대
최동열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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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에서 경력직 노동자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현상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흔들린다는 우려 보도가 나왔다. 경력직의 수도권 이탈 현상은 충남, 부산, 충북에 이어 강원이 4위로 두드러졌다. 거리가 먼 제주와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경력직 유출인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선호하지 않고 경력직이 외면하는 곳에서 지역경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강원은 이런 사정을 더 악화하는 또 다른 고용 관련 수치가 확인되는데 다름 아닌 신설 및 소멸 사업장 흐름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매월 파악되는 신규 성립 및 소멸 사업장 수치는 매월 고용행정통
명경대
박미현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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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노무현 국회의원 후보는 16대 총선에서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서울시 종로구 공천을 거절했다.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리한 지역을 버리고 험지에 도전해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실천했다. 패배했으나 정치 인생에서 실패는 아니었다. 선거 후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노사모를 조직하였고, 이후 노무현은 ‘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사모는 노무현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돼 훗날 대통
명경대
이수영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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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길이 수학여행처럼 설렜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 정릉에 사시는 누이를 만나러 가는 날은 잠을 설쳤다. 춘천시 근화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한 차가 도농삼거리 검문소를 지나면 눈이 휘둥그레졌다. 망우리 고개를 넘고 중랑천을 건너 서울 마장동터미널에 내리면 나는 작아져 있었다.1985년 9월 상봉터미널이 개장되며 마장동터미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화·철원, 속초, 양구, 춘천·화천, 강릉, 횡성, 홍천 사람들은 상봉동을 통해 서울을 만났다. 터미널은 개장 초 11개 운수업체가 강원도 등에 551대의 버스를 투입해
명경대
남궁창성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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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가 얼마 전 ‘대한민국공간복지대상’에서 우수사례 공모전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20년부터 춘천문화재단이 빈집을 활용해 ‘모두의 살롱’ ‘약사스테이’ ‘괜찮은 작업실’ ‘당신의 들판’과 같은 이름도 예쁜 취미공간, 공방, 가게를 만들어 온 노력이 평가받은 것이다. 춘천처럼 청년과 예술인들이 지자체와 협력한 빈집 활용 성공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시군마다 수십년간 방치되고 근래 더 급격히 늘어난 빈집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빈집은 농촌과 구시가지 불량 주택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인구가 급감하면서 아파트, 다세대주택
명경대
박미현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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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 7일 새벽, 국내 골프팬들은 미국에서 날아든 승전보에 환호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메이저 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인 박세리가 사상 첫 한국 선수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값진 투혼이 더 빛난 우승이었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 드라이브샷이 연못 경사로의 잡초 더미 속에 묻히는 위기에 봉착, 패색이 짙어졌다. 그런데 모두가 졌다고 체념한 생각한 순간에 반전이 일어났다.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맨발로 종아리까지 잠기는 물속에 들어가 절묘하게 공을 빼낸
명경대
최동열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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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어난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전쟁이 격렬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접경지 마을 민간인 공격에 응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 집중공격으로 사상자가 급증하면서 급기야 유엔총회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가 나왔다. 반대 14, 기권 45표에 압도하는 120표 찬성으로 가결됐다. 적어도 물과 에너지를 공급하고 의료용품과 같은 구호물품 전달은 확보돼야 한다는 결의였다. 언론은 ‘이스라엘-하마스’라는 하나의 전쟁을 뉴스로 다루고 있지만, 실상전쟁지대에 놓인 수십만명 수백
명경대
박미현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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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가을에 방영된 한편의 드라마는 여성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술꾼도시여자들’은,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렸다. 매일 매일 술자리는 끊임이 없었고, 그녀들의 술 마시는 모습은 사납기까지 했다. 억센 말투와 과격한 행동은 낯선 풍경이었다. 때론 찰진 욕이 등장하고, 액션도 동반했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여길 만큼 음주 장면이 잦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으로 방송을 탔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에겐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종합유선방송국의 자회사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임에도, 시청률
명경대
이수영
202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