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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하나 찌익, 브레이크를 밟는다얼레지꽃이 비엘만스핀으로 온 몸을 휘감아 올릴 때섬광처럼 퍼져나가는 보랏빛 광채눈 덮인 너덜겅에 달빛이 펄럭이면돌도 무거운 몸을 내려놓고 화들짝, 날아오르고 싶은 것이다끓어오르던 열기 어쩌지 못해온몸 솟구쳤던 육모기둥은이제 꽃 한 송이 품지 못하는 폐허로 변했지만화강암을 뚫고 솟아오르던 태초의 융기는빙하의 거대한 뿌리와 맞닿아 있으니찰싹찰싹 검은 동해가 꼬드기는 밤이면애추의 돌비탈은식지 않는 불의 뼈를다그락다그락 흔들어도 보는 것이다발버둥도 쳐 보는 것이다* 강원 고성군에 있는 산으로 골짜기 하나
독자시
송병숙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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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는 성화에도모른 척잠만 자던 놈일상이 게으르니제 밥벌이나 제대로 하려나늘 걱정거리였다.이른 추석이라과일이 귀하다는데늦게 철 난 놈들이 먼저 인사한다.
독자시
정재황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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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으로부터 온 편지는당신 손을 놓쳐버린 그리움으로부터입니다오지 못할 거리에 서 계신 당신은가을바람에 박힌 몽근 별입니다세월의 강 너머 굽이굽이 꽃길 따라한 점 흔적도 없이 사라지셨어도내 기억 곳곳마다 켜켜이 쌓인 당신은멈출 듯 멈추지 않게 흔들리는 바람꽃입니다막새바람 부는 날,가을호수에 절여진 달처럼아득히 먼 능선을 맨발로 넘었을 당신 생각에얼룩진 상처로 말더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당신 떠나던 그날은 여우비 내렸습니다겨우 봄꽃만큼 머물다 가신 당신으로 인하여애물단지 그리움의 독毒은 깊어만 가고아스라이 먼 길 바라보며 차라리 병
독자시
선우미애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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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때로 의미 없는 균열을 만든다종일 비가 시간을 파먹고 제습기는 비를 파먹고 선풍기는 공기를 파먹고 있다손 하나 까닥하기 싫은 살벌하고 더운 날리모컨 속으로 그가 빨려 들어간다파리 한 마리 윙윙거리고 어느 노동자의 고독사도 윙윙 거린다가난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 17살 소년의 나이로 상경해 안 해본일 없이빽빽한 이력에 54세의 나이로 생을 놓아버린그가 발견되기까지 그의 문은 사립문처럼 열려 있었다한 사람이 사라진 후 마지막은 생명부지의 장례업자였다죽음보다 더 힘들었을 외로움사라지면서 전부가 된 그의 생혼자라는 것
독자시
김빈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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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니 금방 그립다다시 또다시 그립다봄과 여름의 자잘한 골목길더 오래 묵은 시간들까지 채워져속이 울렁거린다 어지럽다가을도 하늘도 강물도깊어갈수록 깊이 배는 것인데갓 비벼 낸 들깨 향처럼 솟아노오란 취기가 끓어오른다눈 내리는 계절이 오기까지열꽃이 식지 않으리라 예감하며싸늘한 거리에 뜨겁게 서서무턱대고 견디는 나무들 본다이제, 붉어질 날만 남았겠다
독자시
제갈양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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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하루는저수지와 고래실을 짚어보시는 일로 시작되었다눈대중과 손대중으로 아스라이 하루를 재보며 꼬박꼬박 삼시 세끼를 지켜온 것은 다 할아버지의 대중법 때문이었다어느 맘 때였는지,새벽 저수지의 물을 대중해보고 할아버지는 그 저수지에 뛰어든 익사자를 알아맞히기도 했는데물의 것이 아닌 물체를 알아맞히는 대중법,그렇다면 익사의 수위란사람을 이해하는 대중과 동량이 아닐까혹자는 능통한 대중의 초과를 경고했지만 할아버지 손등에서 찰박거리는 시간의 흘수선은 부실한 치아와 까칠한 입맛으로도 호락호락 가늠되지 않았던 것 같다최첨단 IT산업이
독자시
금시아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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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마을허기진 가슴 앓이가달그리매 불러내어황망히 빈잔 마주앉으니시린발 적시면서 수초품이 그립다고풋서리 바람굽이 억새풀옷 걸쳐입고상사화로 허리굽은 사나이 거룻배두견화 꽃물같은 그리움이가슴기슭 켜켜이 쌓이는 날이면묻어 둔 정 하나 울컥 쏟아 놓는다.
독자시
박지은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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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탈 엎드린 집들은수거를 기다리는 연탄재처럼 푸석푸석하다더께 낀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늘어지고,덧칠한 페인트는 각질처럼 일어났다울 없는 집섭돌에는 젖은 장화 한 켤레 목을 꺾고문밖에 널린소맷단이 나긋나긋해진 빨간 점퍼는 고드름이 눈물처럼 맺혔다
독자시
임인숙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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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털고 난늦장마 추녀 끝의 낙숫물하염없이 댓돌 뚫는속절없는 그 소리소르르 눈이 감기는고즈넉한흰 여백
독자시
박영권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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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150㎖오렌지주스 한 팩이 있다그것은세 살까지 먹던 일용할 양식,내가 믿고 따르던 종교다봄날 같은 밥솥이고무상의 밥이다외상으로 훔쳐먹은 삼세끼다계산할 수 없는 한 여인의 눈물지금은 갚을 수 없는 빚이다잠자리에 드려는 순간식탁에 어떤 한 촌로가 단아하게앉아 있었다
독자시
허자경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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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꿈은 얼마나 지난 것일까빈 바람 되어 초록색 대문을철거덕,붉은 녹물이 사자 코뚜레를 붙잡고검푸른 이끼 사이로하얀 개망초* 가 해마다 피고 진다녹슨 세월 앞에손 때 묻은 명당 자리는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살아서 좋은 곳에 가자죽어서 가지 말고*개망초 꽃말: 가까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은 가까이 다가오게 해준다.
독자시
이정화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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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발끝에서 끌어 올리는소리헤아릴 수 없는 깊음물의 세상을 건너온 아가가문자나 기호로표현할 수 없는 언어그 말의 파동에서부레 속 공기에 숨은고단함이 보인다종일 외치는아가의 옹알이나를 찾는소릿길이여
독자시
방순미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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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을 마주 놓고서로를 나눕니다행여나 속마음이홍시처럼 배어날까황급히녹차 향으로달뜬 마음 감춥니다
독자시
신준철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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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날아왔을까우듬지에 앉은 새 한마리운무 휩싸인 치악산을 배경으로산과 나 사이우뚝 솟은 솟대 하나,청아한 울음소리 잎잎마다새기고 있다풍경 소리 울리면 날아오르리정제된 울음 하나, 입에 물고서
독자시
최영옥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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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몇 마리잔잔한 저수지 수면을 헤엄쳐 간다물결도 깨우듯앞서가는꼭짓점을 따라가다 이내수면은 삼각으로 벌어진다마치 보습을 끌고앞으로 밭을 갈며 가는소의 일처럼오리들, 물을 갈며 간다처음부터 무엇을 심거나씨를 뿌리자고 한 일은 아니어서아무리 열심히 물을 갈아도그 뒷일은 감감하기만 하다하릴없는 물의 소작농처럼갈자마자 작파다사라진 고랑을 찾듯가장자리에서 다시 물을 갈고 있다
독자시
이서화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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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여름, 노랑 장미의 숨겨진 꽃술 위로 뜨거운 햇살이 끌려들어간다. 갑자기 꽃무더기 속으로 확 잡아끄는 즐거운 완력처럼 못 이기는 척, 아니 못 이기고 이끄는 대로 넘어질 때그곳,노을이 만 송이쯤 피어있었네.서늘해진 바람이라고 초가을 햇살에 꽃술 머리 감고 있는 구절초에게로 낮고 느릿한 옛 노랫말이 흐를 때 한 줄기에 한 송이 만 피운다는 구절초의 고집이 콧속을 찌를 때그곳,오래 묵은 잼 병같이 달콤한 두 귀가 있네.내 마음의 풍금 위에 희고 검은건반을 딛고 가는 바람의 발자국마다 울리는 음률과 음률아, 나는어느새 속으로 우는
독자시
안연옥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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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위에서 깃발 같은 날개로 울던 매미빈 껍질을 바람에 날려 보내고죽지 않은 영혼은,불멸의 별 나뭇가지에 앉아찰나의 생에 젖은 껍데기로 가슴 터지게 울어야만 했던지상에 울음의 내력들을 해독하며천 년을, 천 년을 또다시 운다
독자시
이봉주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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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웅큼의 고집과 고집이 있어야 한다열흘 동안 땀을 짜내야 한다때로는먼 산기슭의 노루에게 손 내미는 날도,구름이 내 발밑에서 쓰러지는날도, 말매미의 이마에 어둠이 내려도8월을 통과해야 한다가뭄에 들판의 등뼈가 드러나도갈대처럼 흔들려서는 안된다소리없이 담장을 걷는 고양이보다더 숨을 죽여,욕망의 내장을 비워야 한다장미가 도끼눈으로 바라보아도상강 전에 피워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안된다동백꽃이 어머니의 눈시울 보다 붉은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독자시
허자경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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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달비 그치자 골 물소리 무럭무럭 여물어진다내 속 뜰도 야무지게 텅 비워진다햇살 맛있게 비벼 먹던 버들개지 슬렁슬렁 걷기 시작한다릴레이 하듯 피는 꽃들,꽃은 향기로운 눈물이다
독자시
안원찬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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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서 닭을 잡는 김 영감은반야심경 한 구절도 외우질 못하지만죽여야살 수 있다는그 이치는 깨달았네.
독자시
김선영
2023.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