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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으로 막 들어섰는데, 전광판에 ‘고3, 이과 쏠림 현상 심화’라는 제목이 떴다. 고3 학생 70%가 이과를 지망했다는 내용인데, 우수한 학생들이 이과를 선호하는 경향은 오래 전 일이니 새로울 것도 없었다. 오죽하면 ‘문송’이란 자기비하성 용어까지 생겨났을까. 그러다 전북 익산의 유서 깊은 원광대가 철학과를 폐지했다는 며칠 전 어느 필자의 애끊는 글과 겹치니 인문학 위기가 실감나지 않을 수 없다.그런데, 나 자신 인문학 전공자였으니 불편하지만 오늘은 딴지를 걸어볼 참이다. 인문학 위기라 말하는데, 과연 무엇이 위기
도민시론
송승철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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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는 어디에 가 닿을까/ 집으로?/ 오동잎같이 넓고 고요한 집으로? -문태준, 〈바깥〉에서까치를 만난 건 5월의 어느 일요일 저녁이다. 집 앞 공원을 산책하는데 “까아, 까아”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잔디밭을 살피니 새끼 까치 한 마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만약 그곳이 길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이란 걸 몰랐다면, 그냥 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소 자주 찾는 공원이기에, 그 부근에 고양이 여러 마리가 산다는 걸 알고 있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까치를 지켜보았지만, 암만 기다려도 엄마 까치는 오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도민시론
김희선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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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공약은 이번에도 난무했다. 항공교통의 중심인 김포공항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자는 공약까지 나왔다. 공약이 빈번히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좋은 뜻에 따라주지 않는 현실이 문제인가.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경영의 원리를 제대로 알고 약속해야 훌륭한 정책이 된다.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갖고 내리는 수많은 의사결정. 그게 잘되면 사업이 성공하고 기업은 장수하지만, 그걸 잘못하면 언제든지 망한다. 지자체도 다르지 않다.경영은 매력적이지만 실제는 간단치 않다. 수많은 이론과 기법, 경험이 있어도 변
도민시론
허희영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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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진출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1995년 첫 선거 이후 27년째 이어지는 불변의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17개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없다는 것입니다. 유일한 여성이었던 김은혜 후보가 낙선하면서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한명도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기초단체장 후보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후보 568명 중 여성은 33명(5.8%), 당선인은 7명뿐입니다. 교육감 17명 중 여성 당선자는 단 2명(11.8%), 전국 시·도의원 당선자 779명 중 여성은 110명(1
도민시론
이경순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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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어 16년 만에 두번째 특별자치도가 생겨난다. 강원도라는 지명이 628년만에 ‘강원특별자치도’로 바뀌고, 단계적으로 행·재정적인 특례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원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의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에 대한 정책 접근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그동안 도는 관광산업을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각종 시책을 추진해 왔으며 관광거점도시 사업, 계획공모형 지역관광개발사업, 지역관광 추진조직(DMO)육성 지원사업 등 중앙부처의 공모사업을 유치해 곳곳에서 다양한 관광정책을 펼쳐
도민시론
류시영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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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e economy, stupid(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제42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선거에 내건 슬로건이었다. 당시 미국은 오랜 앙숙인 소련을 붕괴시켰다고 미국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갖도록 선전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팍팍해진 삶이 소련과 경쟁하느라 첨단무기 개발에 어마무시한 자금이 투입된 결과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집권여당 부시대통령은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소련의 붕괴라는 치적을 자랑하기 바빴다. 그런 부시에게 한방 먹인 선거 구
도민시론
최창혁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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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골목 산책을 좋아합니다. 아직은 건조하지만 따뜻을 넘어 조금 뜨거운 햇볕 아래 걷다 보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조금은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설레기 시작합니다. 서울에 갈 때는 크게 바쁘지만 않다면 ITX보다 경춘선 전철을 애용하는 편입니다. 매일 출퇴근을 ITX로 하게 되면 제 통장을 지킬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주말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소파에 누워 보내기를 희망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만요. 이처럼 크게 특별할 것 없이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저는 그림 그리는 작가입니다.처음 만나는
도민시론
김수영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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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스테이 열풍이다. 최근 2년 사이 강릉시 홍제동 인근에만 스테이 목적으로 수리된 공유 숙박 집이 여섯 채가 넘는다. 공유 숙박 집과 그 집을 빌려 머무는 것을 ‘스테이’라 말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스테이, 공유 숙박 자체는 합법이 아니다. 서울과 제주에서는 제한적으로 시범 운영을 한다고 하는데 어쨌든 현재 국내법상 외국인 대상의 관광도시민박업, 농어촌 민박업, 한옥 체험업만 허용하는 상태다.요즘은 국내 여행 수요가 많아 공유 숙소 사이트에서 다양하고 특별한 숙소를 손쉽게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는데 기존
도민시론
김소영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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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로어노크대학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독립운동가인 우사 김규식 선생의 공적을 기념하는 표지판이 대학 교정에 설치된 것이다. 버지니아주 컴벌랜드중학교 학생들이 현지에서 공부한 아시아태평양계 인물을 연구하다가 김규식 선생의 행적에 주목하고 로어노크대학에 추천하여 기념 표지판 인물로 선정되었다. 김규식 선생은 1897년 우리의 고교과정과 유사한 로어노크대학 예과에서 1년 수학 후 이듬해 정식 입학했고 1903년 우등으로 졸업했다. 김규식 선생은 이후 1919년 파리강화회의 대표로 참석하여 일본을 규탄하고 임시정부에 참
도민시론
권세중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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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아우라’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후광’이 비친다고도 한다. 스스로는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 태양처럼 ‘배우’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다.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상징으로 우리 곁에 머물다 인간의 모습으로 끝내 고고하게 퇴장하는 한 사람! 그래서 우리의 마음에 깊이 흔적을 남긴다. 2022년 5월 7일 나의 영화적 뮤즈 강수연 배우가 그렇게 사라졌다.그는 동아시아 최초로 세계적인 국제 영화제 본상을 수상한 월드 스타이기 이전에 이미 하이틴 스타였고 아역 배우였다. 그리고 이후 당당히 영화로 성인식을 치른 그에게 뜬
도민시론
홍지영
20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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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영국 노포크 노리츠에 있는 이스트앵글리아대 MBA 첫 수업시간. 자기소개 순서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북한이냐? 남한이냐?를 묻는 질문이 바로 이어졌다. 20여명 남짓한 학생들 중에서 필자는 유일한 동양인이자 외국인이었다. 잠시 후 누군가가 노랫가락을 흥얼거렸다. 처음 듣는 노래여서 옆자리에 앉은 영국 학생에게 물었더니 ‘매쉬’의 OST라고 했다. 매쉬가 뭐지? 확인해보니 MASH(Mobile ArmySurgery Hospital)는 6·25 때 의정부 소재 미 육군 이동외과병원을 무대로 한 풍자코미디 드라마로 19
도민시론
김세원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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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가 끝난 후 쉬는시간, ‘땡’하고 종을 울리자 아이들이 ‘ㄷ’자 책상배치가 되어 있는 교실 중앙에 모여 앉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보드게임 이름을 외치며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골똘히 집중하며 친구와 함께 큐브를 맞추고,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체스판을 펼치는 아이들… 마치 아이들마다 전자석이 붙어있어 쉬는시간 종소리와 함께 그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다. 코로나를 점점 극복해가는 요즘 교실 풍경.2020년 시작된 코로나19라는 재앙, 모두가 처음 맞는 ‘거리를 둔’ 학교에서 아이들은 더욱 교실이 낯설었을 것이다. 얼마나
도민시론
송정섭
2022.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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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계절이다. 봄이 익어 간다는 말도 된다. 5월을 기다리는 주변은 온통 봄꽃으로 물들어가고 있고 지루했던 겨울을 보상이라도 하듯 올해는 더 다양한 색깔의 꽃이 피는 것 같아 기쁨이 두 배다.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산과 들의 모습들은 마치 잘 기획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듯 알차고 신비롭기만 하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2년여 동안은 세상 모두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정적인 시간이었다. 일상의 모든 것에 대한 제한과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몸을 움츠리게 했다. 문 닫은 식당, 불 꺼진 거리, 학생 없는 캠퍼스 등 모든 것이
도민시론
유기억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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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6년 넘게 유럽에서 지냈다. 전공이 프랑스 문학이라 공부하겠다고 간 거였지만, 사실은 다른 삶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1980년대 대학 생활을 한 속칭 ‘586세대’로서 청춘이 암울했다. 죽고 다치는 일이 낯설지 않았고 강의를 제대로 들을 기회도 드물었다. 5공화국 내내 대학의 휴강은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는 공부를 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부끄러울 때도 많았다.그런 게 청년의 보편적인 삶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전공이 외국어다 보니 어쩌다 외국의 신문이나 잡지라도 읽으면 우리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도민시론
박철화
2022.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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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문제가 가속화됨에 따라, 소멸위험 지역 수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소멸위험지역이 34곳이었다면 지난 해는 110곳으로 무려 3.2배 가량 증가했다. 그 중 소멸고위험지역이 42곳(38%)이나 된다는 점은 강원도에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통계청의 인구이동통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은 2010년대 중반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순이동 비율은 전체 수도권 유입을 초과한 상태다. 이렇게 청년인구 유출이 가속화된 데에는 지역일자리 부족, 교육·복지·의료
도민시론
윤한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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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대상을 두고 너와 내가 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오해가 생기고 싸움이 일어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는 말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하고 아예 말을 바꾸며 이름과 실제가 부합하도록 조정하기도 합니다.얼마 전 강원도가 춘천과 홍천에 ‘한중문화타운’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55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한 편은 ‘한중문화타운’이라고 말하고 다른 편은 ‘차이나타운’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전자는 이름에 한국과 중국이 모두 있고 후자는 중국
도민시론
박응석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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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전의원이 컷오프 되면서 황상무 후보가 경선 없이 공천됐다. 2022년에, 그것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큰 선거에서 컷오프의 칼날이 너무나 쉽게 휘둘러지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통상적으로 컷오프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잠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경쟁의 효율이나 흥미를 위해 일부 후순위자들을 배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에서는 부적격자를 지목해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그래서 컷오프 판단의 사유가 중요해져버리는데 그 명분이 김 전의원의 언행이라는 점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른쪽
도민시론
송현주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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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길은 주로 공원을 따라 이어집니다. 하지만 중간에 8차선 대로 옆 인도를 지나가기도 하지요. 한 달 전쯤부터, 그 대로변 건물들 사이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크게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아, 이런 곳에도 새들이 사는가 보다.’라고만 생각하며 지나쳐 갔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주 같은 길을 걸을 때 또 새들이 수십마리는 모여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그땐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 찾아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건물과 건물 사이에 그리 크지 않은 잡목 두어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도민시론
김희선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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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마지막까지 누가 승리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단지 이번에는 20대가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정작 투표함을 까고 보니 미세한 차이로 다투던 2022년 한국의 방향을 결정한 집단은 60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 갑자기 오랫동안 내가 이해하기 무척 힘들었던, 아주 당혹스럽기도 했던 문제의 본질이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2022년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는 ‘내로남불’이나 ‘586’, 또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아니고, 그 배면에 보이지 않게 깊숙이 도사린 본질적
도민시론
송승철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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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이긴 정당의 대표가 연일 장애인 휠체어 시위를 비난한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이준석의 편집증적 대응은 기이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이준석은 정치 유년기를 넘어서지 못한 아이처럼 곧 여당 대표가 될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다. ‘트릭 미러’(왜곡된 거울)에 갇힌 사내는 ‘펨코’ 같은 나르시시즘 호수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의문이 든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이준석의 갈라치기와 낙인찍기 전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대선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
도민시론
유승찬
2022.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