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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연휴 기간 내내 음식점들은 북새통을 이뤘다. 명절이면 대부분 식당이 휴업했던 예전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이번 추석 연휴는 비교적 여유가 있어 부모님과 일가친척, 친구들과 두루 만날 기회가 많았다. 만나면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얘깃거리는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까지 무궁무진하다. 추석 민심이 형성되는 현장이다. 이번 추석 민심에서 확인된 것은 유례없는 ‘물가고’를 비롯한 한층 어려워진 경제 사정이었다. 당장 추석 장을 보면서 엄청나
명경대
천남수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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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의 문호 소식(蘇軾·1036~1101년)은 서른여섯이 되던 1071년 8월 항주(杭州) 통판으로 부임했다. 당쟁으로 소용돌이치는 중앙무대를 떠난 것이다. 그렇게 4년 동안 항주 태수였던 진양(陳襄)을 도와 백성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고 밭농사와 논농사를 도왔다.복숭아 나뭇가지 인형처럼 1074년 9월에는 산둥성 청도(靑島) 근처의 밀주(密州) 태수로 발령을 받았다. 한 가지에서 나고도 7년 동안 보지 못한 동생 소철(蘇轍)이 있던 제남(濟南) 가까이 가길 원했던 것이다. 밀주는 궁핍했다. 주산물은 삼, 대추, 뽕나무가 고작이었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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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다. 이번 추석 연휴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8일부터 개천절인 다음 달 3일까지 내리 6일간 이어진다. 추석 연휴가 끝나더라도 4일부터 6일까지 연차 등을 활용하면, 주말과 9일 한글날 공휴일까지 이어져 무려 12일간의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이 정도의 휴가는 유럽이나 미주 대륙 같은 장거리 해외여행도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이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야 하겠지만. 여행업계에서도 추석 황금연휴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았다. 공항도 해외 여행객으로 북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
명경대
천남수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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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악산국립공원이 출입금지구역 내 안내판에 추락사한 등산객의 시신 사진을 적나라하게 썼다가 논란이 일자 안내판을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토왕성폭포 인근 산길에 ‘잠깐, 이래도 가셔야겠습니까’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추락사 현장 사진 2장을 그대로 게시한 것이다. 팔다리가 꺾이고, 주변에 피가 흥건한 참혹한 시신의 모습이 모자이크 없이 사용되자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했다.“유족의 동의는 구한 것이냐”, “수위를 넘어선 사진이다” 등의 비판적 반응과 함께 “오죽 말을 안 들으면 저렇게까지 하겠냐”,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극약처
명경대
최동열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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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9월 21일 의결 소식은 ‘헌정사상 최초’라는 타이틀로 도배됐다. 현직 국무총리로는 첫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이어 최초로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전해졌다. 이 두 건의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화제성에서는 밀렸지만, 마찬가지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검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검사 안동완 탄핵소추안’은 총투표수 287표 중 찬성 180표로 가결됐다. 사법적 의미가 남달라 앞의 두 건이 주는 파문과 견주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대통령 탄핵을 겪기는 했어도 ‘검사 탄핵
명경대
박미현
20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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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사람은 없어?’ ‘취업은 했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친지들은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궁금해서 건네는 말들이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여러 매체에선 이런 불편한 대화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모인 명절에 괜히 기분을 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윗세대로서는 난감하다. 요즘 젊은 층에는 ‘예쁘다’는 말조차 칭찬이 아닌 평가로 들린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냐고 되묻는다. 전
명경대
이수영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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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4일 청와대 충무실. 정부 이양을 엿새 앞두고 문재인 정부 백서 발간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이 있었다. 행사장 테이블에는 위풍당당 국정백서 스물두 권이 폼나게 전시됐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라는 명문과 함께.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조대엽 정책기획위원장,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등이 자리했다.조대엽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348명이 참여했습니다. 역대 정부 백서들을 봤는데 우리 정부가 압도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기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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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이를 무던히 여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시간을 잡겠다는 생각을 접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오래된 얘기지만, ‘국방부 시계’를 운운했던 군대 시절은 말할 것도 없다. 피 끓었던 청춘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도 똑같은 사람들과 함께 반복적인 생활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시간이 느리게 갔을까.시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인류의 의문은 2500년 이상 지속됐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경대
천남수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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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주문진 해전’이 세인들 입에 올랐다. 최근 북한이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며 진수식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잠수함 명칭으로 이름을 올린 ‘김군옥’이 한국전쟁 때 미군과 북한군이 벌인 첫 해전인 주문진 해전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김군옥영웅함 건조를 ‘주체적 해군 무력 강화의 새시대’라고 선전했다. 그럼 김군옥은 누구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에 이름을 올린 것일까. 북한 측 선전자료에 따르면 김군옥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2일 강릉 주문진 앞바
명경대
최동열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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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누런 벼 물결이 넘실댔던 논을 억울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토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가 장려한 ‘전략작물’인 논콩을 심었다가 된통 당한 이들이다. 전남 보성에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벼 대신 논콩 등 전략작물을 심었던 농지 3000여㎡를 끝내 갈아엎으며 분노를 터뜨렸다. 강원지역에서는 논콩을 갈아엎는 시위는 없었지만, 농심을 달래기 위해 몇몇 시군에서는 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올해 도입된 ‘전략작물 직불제’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주 취지로 수립됐다. 쌀농사 대신 논에 호밀, 귀
명경대
박미현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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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가요왕에 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최곤은, 대마초와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삼류 가수로 전락한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과 비교해 초라해진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낀다. 욱하는 성격에 과격한 모습도 보인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 손님하고 시비가 붙게 되는데, 급기야는 카페 사장한테 행패를 부리다 졸지에 범죄자가 되고 만다. 최곤을 발굴해 가수로 성장시킨 매니저 박민수는, 최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MBS 방송국 영월지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제안한다. 아직 철이 없는 최곤은 지역 방송국 DJ가 마음에 들지 않
명경대
이수영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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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년(선조 27년) 7월1일. 원주목사의 임시 거소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목사 한준겸과 창원 황씨의 2남4녀 중 막내였다. 하지만 산모는 출산 후 4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성한 여인은 1610년(광해군 2년) 9월 선조 아들 정원군의 장남인 능양군과 혼례를 올리고 청성현부인(淸城縣夫人)에 봉해졌다. 부인은 아들 세 명을 낳았다. 13년 뒤 1623년(광해군 15년) 인조반정으로 능양군이 왕위에 즉위하자 한씨 부인도 왕비로 책봉됐다. 반정 후 광해군 시절 궁인 한보향(韓保香)이 옛 임금을 잊지 못해 때때로 울었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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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가을바람/솔솔 불어오니/푸른 잎은 붉은 치마/갈아입고서” 현제명 작곡, 백남석 작사 ‘가을’이라는 동요의 첫 소절이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고 느끼던 차에 문득 가을의 시작은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다. 입추가 지나고 곧바로 다가오는 삼복더위 중 마지막인 말복(末伏)이 있다. 말복이 지나면 비로소 여름철 화(火)의 기운이 가고, 가을철 금(金)의 기운으로 바뀌니 가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복이 지났다고 가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럼,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
명경대
천남수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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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86년에 군함을 타고 전남 목포항에 입항한 적이 있다. ‘광주 시민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땅끝 남도의 물길 관문을 찾은 것이다. 당시 해군에 복무하던 필자는 ‘광주함’ 승조원이었다. 비록 미(美) 해군이 사용하다가 우리에게 인도한 노후 군함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군함이었다. 그때 우리 구축함들은 예외 없이 도청 소재지 등 큰 도시 이름을 따 함명으로 사용했고, 필자가 탄 광주함은 광주시(현재의 광주광역시)와 자매결연한 군함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시민의 날에 초청돼 아름다운 남도의 협수로를 헤치고 목포
명경대
최동열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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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육 관련 강원특별자치도 조례에 ‘노동 인권’ ‘평화’라는 단어가 삭제된다는 뉴스가 강원도민일보 9월 7일 자에 실렸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지원조례를 ‘근로 권리 보호’로,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조례는 ‘평화’를 뺀 통일교육으로 명칭을 바꿨다는 것이다. ‘노동 인권’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와닿는다, 사주와 대립적인 어감이 있다는 이유였다. ‘평화’를 거세한 것은 안보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언제부터 강원인이 평화를 원하지 않게 됐는지, 평화와 안보가 대립적인 단어가 됐는지 모르겠다.많은 청소년의 첫
명경대
박미현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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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랜드마크인 공지천. 지역을 찾는 외지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 곳이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사계절 절경을 자랑하는 공지천은, 수변 산책로와 자전거 길로 유명하다. 특히 강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봄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1970년대엔 ‘공지천 특설링크’가 조성돼, 전국단위 빙상경기가 자주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공지교 옆, 강으로 접어드는 첫머리엔 오래된 커피집이 있다. ‘이디오피아의 집’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강풍경이 어우러져 묘한 운치를 풍긴다. 중년의 부부나 중절모를 쓴 어르신들
명경대
이수영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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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유쾌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이다.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시사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주인공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쥐락펴락하는 광대패 5인방이다. 어느 날 노회한 조선의 최고 권력자 한명회가 나타나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신화를 만들어 내라고 사주한다. 집권은 물론 통치의 정당성이 없었던 세조의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는 음흉한 계략이었다. 세조실록에 나오는 이적(異蹟) 40여 건을 모티브로 극적 상상력이 가미됐다.영화에는 지방 행차에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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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고 치러진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영삼 후보의 슬로건은 ‘군정종식’이었다. 군정(軍政)은 군이 직접 통치행위를 하는 것을 이른다. 역사적으로도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군이 직접 통치한 사례는 많다.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있었고, 고려 말에는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장군 출신이다. 1945년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남쪽에는 미군정이 통치했다.정부 수립된 후에는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군정의 시초였다. 2년 후 박정희는 군복을 벗고 선거에
명경대
천남수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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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저승을 지난 농부가 팔월 신선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백로로 이어지는 딱 이맘때를 일컫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이때가 되면 호미를 씻어 헛간에 갈무리했다.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만큼 바빴던 농사일이 거의 마침표를 찍고, 이제 수확을 기다리면 되니 김매기에 필요한 호미는 용처가 없어지고, 농부가 비로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된 것이다.그래서 생겨난 말이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다. 음력 칠월은 작물 생육기여서 농사일에 여유를 부리며 어정거리는 사이에 지나가고, 팔월은 고추를 말리거
명경대
최동열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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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오징어와 명태의 보고였다. 11월부터 석 달은 명태철이고, 오징어는 봄과 가을 그리고 음력 동짓달 연중 세 번 찾아왔다. 가을 접어들면 강원도에선 “고기떼들아 월남하라”라며 노래를 불렀다. 대개 10월 말쯤이면 북쪽 명태떼가 남하하기 시작하는데 1967년은 달랐다. 12월이 돼도 명태어장은 여전히 북강원도 장전 앞바다에 머물러있어 애를 태웠다. 명태어장이 늦게 형성되는 사정은 북측도 마찬가지여서 올라오는 남측 어선을 막느라 경계태세였다. 1967년 11월 3일 오전 어로저지선 근해에서 남측 200여척을 향한 발포 사건이 일어
명경대
박미현
2023.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