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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 개의 구슬이 떨어지는 듯세찬 물소리 청량하다세찰수록 눈부신 폭포산은 파란 유화물감을 칠한 듯 색감이 깊다폭포는 할 말이 많은지소실점 방울방울 몸살을 앓고나는 우주 공간에 전하는 경전을 읽는다우리가 보는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고앞날의 일은 볼 수 없다고주춤주춤 뒤로 걷듯이 앞으로 가는 것이 생이라고물줄기에서 강물소리가 들린다나의 뜨거운 영혼을 적시는 구곡폭포절벽 아래로 떨어진 물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듯내가 가야 할 길 같은 하얀 물보라시작도 끝도 없이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 부서진다낡은 옷처럼 헐렁해진내 껍질 하나 벗어 퇴고한다
독자시
현종길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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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햇살보다뜨거운 열정으로가녀린 입을 세워토해 내는 애틋함도사랑꽃 피우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일까인고의 긴 세월어둠에서 숨죽이다불멸의 청(靑),렴(廉),검(儉),신(信)교훈으로 남기고자뙤약볕 모퉁이에서 애달프게 우는 걸까.
독자시
임종길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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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이 있었으니 저렇게 울어 대지누렇게 야윈 나무 위에서 우렁차게뜨거운 땡볕에서도 뉘 그리워 우는가.계절을 맞추어서 찾으니 믿음이요수액을 먹었으니 목소리 청아하다거처가 없어 검소해 텅 빈 가슴 무소유.육 년의 기다려 온 세월이 서러운지무언가 갈구하며 구슬피 울어 대나천지의 기운을 품은 두상 문관 날개요.
독자시
정광옥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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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을 옮기던 소양강 바람이비릿한 손 흔들어새들을 부른다물 때 씻은 몽돌 싣고뱃머리에 앉은 수채화 한 폭포말 속에 오색 무지개로 뜬다청록빛 하늘이송홧가루 떫은 삶을 씻어낸다첩첩산이 둘러선 병풍마다강물 속에 미끄러져자맥질을 한다바람소리 물소리색소폰 하모니카기타줄 타고 오는 새소리높은음자리에 화음을 넣는다봉의산 한 자락이고즈넉한 솔향에 취해산새들의 노래 소리에귀가 젖는다
독자시
최성희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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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굴산사지를 찾아 왔으나 인기척 하나 없다붓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산비둘기의 사투리도 사라지고, 승무를 추던 편서풍도 사라지고, 군선강을 깨우던 목탁소리도 사라지고, 초서체로 흔들리던 수양버드나무도 사라지고, 고승의 헛기침도 사라지고, 정중하게 저녁을 맞이하던 범종도 사라지고, 탁발하러간 동자승도 사라지고, 대웅전 뜰아래 달빛도 사라지고, 문설주에 걸린 연등도 사라지고, 내 가슴을 횡단하던 감로수의 절규도 사라지고 또 사라지고,당간지주만 두 팔을 벌린 채 늦은 오후를 반기고 있다
독자시
정계원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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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감기라도 걸리고 싶을 때가 있다연중무휴 레이더 안테나처럼일상에 지친 몸과 싸우지 않고마냥 쉬고 싶을 때가 있다싫어도 싫다 않고 오라면 가고 가라면 가는 몸,측은하게 생각하며 헛통부 치고집구석 문고리에 수저 걸어놓고한 사나흘만이라도 푹 쉬고 싶을 때가 있다거머리처럼 오지게 달라붙은 그녀와 함께김치, 하며 기념사진 박고치즈, 하며 헛 웃어주고싸움 속의 평화내가 나를 문병한다
독자시
안원찬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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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이다.내가 가진 것은월세 방과 시집 몇 권과 먼지 날개뿐한밤중 더듬더듬 팔을 뻗는다.펜과 노트를 잡고 스탠드 버튼을 누른다.꿈속인 듯시의 뮤즈를 따라 허공을 누빈다.버려라. 버리자.꿈속에서 쓰고 다시 쓴 카오스의 시詩창문이 밝아온다.지난 밤이 산산조각 흩어진다.
독자시
박정완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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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내려고수평선 너머로 아주 떠나보내려고바닷가에 왔다한때 너는 나의 종교여서온갖 말씀과 믿음으로 두툼해진 경전차마, 통째로 던질 수는 없고한 장 한 장 뜯어내어종이배로 띄워 보내야 하는데저 멀리 흘러가다가는 제자리서갈매기 떼처럼 둥둥 떠서 일렁거리고나는 마음 약해질까 애타고 조급하여네가 넘어가야 할 먼 경계선만 바라보는데철-썩, 철-썩띄워 보냈던 것이 언제 밀려와발밑에 축축한 종잇장이 하얗게 깔렸다
독자시
김영삼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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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부표처럼 표류하는 말믿었던 말과 믿을 수 없었던 말그 잘못 삼킨 말들이 숨을 쉬면소문이 되어 반 박자 빠른 담을 넘어갔지믿음에도 구멍 뚫리는 날이 있나보다꼬리를 말고 앉았던 검은 고양이도구름을 반쯤 덮고 눈감은 달을 잡으러 갔다꽃피는 봄밤 집 나간 그녀그녀가 감추고 싶었던 비밀얘기가금이 간 담장 틈사이로 새어 나왔다그 말들의 꼬리가 더욱 길어지더니그 꼬리는 꼬리를 물고 바람을 일으켰다오리털 베개를 지붕으로 가져가칼로 배를 갈라놓은 것처럼깃털은 바람을 타고 눈처럼 날려갔다사람들은 진실보다 기사에 귀를 열었다긴 스카프를 날리며
독자시
현종길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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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울산바위는평생 마주 서 있기로 했다오늘도 수평선이 잘 그려졌는지안개구름에 눈을 비비고초록 치마 늘어뜨린 발꿈치를 들어본다바다는 자주선물처럼 붉은 해를 띄워 보내고설악골 바람 불어 보낸 울산바위밤마다속초바다 자장가로 잠이 들었다
독자시
김향숙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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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방 뺄 생각 없다포토라인 쳐 놓고잠복근무 날 밤 샌다네놈이 땅 주인이냐자릿세 받으려 빗자루 휘휘 둘러도산 입에 거미줄 친 죄열린 입 믿고 지껄인 죄포승줄로 묶느라 밤샘 작업이다언제 주거권 인정했느냐풍찬노숙으로너덜대던 세상 짜깁기로공중 맴돈다
독자시
곽성진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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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언어의 혀가 짧아서저 하늘을 다 그릴수가 없네구름 허리에 요정을 매단 하늘의 표정하늘 음악회에 모인 구름 관중들들판을 건너 지평선에 물린 노을의 붉은 입술내 언어의 혀가 짧아서저 강물을 다 그릴수가 없네바람 체온에 강물의 물주름이 깊어지는 날포플라 나뭇잎에선 강물 소리가 사박거린다새소리 물고 간 하늘의 고요 속으로울음의 어깨를 토닥이는 노을의 따뜻한 품 속내 언어의 혀가 짧아서오늘을 다 그릴수가 없네울움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발걸음 소리지구의 갈라진 골목길마다저녁이 터진 울음을 끌어안는 밤이네
독자시
양현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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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포구집 어무이가 가셨다평생 포구에서 고기 배 따다가 어렵사리 장만한 횟집코로나로 힘든 아들네 도와주며이제는 밥 먹고 살만하다 했는데 췌장암 그거 알자마자 가셨다금진횟집 큰아버지가 조업하다가 그물에 쓸려 바다에서 가셨다문어잡이 배가 들어오다 물속에 뻘건 조끼를 봤으니 망정이지 시신도 찾지 못 할 뻔했단다새로 지은 이층집몇달 못살아보고 그만 바다에 집을 지으셨다누구네 누구누구의 누구바다가 먹여 살리고 바다가 데리고 간다자연산 회 달고 맛난데비싸다고 타박이다그 회가 그리움이고 눈물인데목심값그 정도는 받아야 안되겠나
독자시
고창영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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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도 호수도 마을도숙이고 듣는다천만 개의 첼로가활을 무겁게 내리긋는우울한 연주멀리서 누가길고 아픈 편지를 읽고 있다
독자시
김향숙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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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으로 휘어진 이파리마다어스름이 느릿느릿 반발자국씩 내딛는 저녁각진 운동장이 점점 둥글어지더니검푸른 하늘 들어앉네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치는 아버지얘야 중심을 잡아라세상은 자꾸 출렁인단다치르륵 치르륵하늘에서 구르는 자전거 바퀴 따라교실에 있는 지구본이 도네책갈피 속을 달빛이 자박자박 읽어가네파르르 돋아나는 그대 생각 따라어린 밤은 점점 피어나네어둠이 어둠이 아닐 때까지나는 당신이 밀어주는 그네에 흔들려여름밤으로 망명해 버리네
독자시
김순실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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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만 쳐다보며 걷다가새털구름에 걸려 넘어지고솔바람에도 넘어진다땅만 보며 걷다가빗물에 빠져 넘어지고흩날리는 눈송이를 맞고도 넘어진다동그란 바람과 빗금의 빗물과흰구름과 흰 눈 사이에 갇힌 채끝도 없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오늘도 낯선 길을 미아가 되어 떠돈다
독자시
유금숙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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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은빛 레일 솔향 다리 파도자락대관령 순진무구 골짜기 속 연한 물이서로 몸안고 뒤척이는공존이란 공화국바다의 소금기와 남대천의 온갖 허물그림자로 지우면서 거친 세상 물결 따라물살의이데올로기로생을 섞는 남항진수기역**수기역: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뒤섞이는 수역.
독자시
김기옥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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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짙어지면칠월 숲에 들리는신록의 소리들뻐꾸기 소리 산새 소리칠월이 질러대는산 파도 소리그냥 지나쳐가면볼 수 없고들을 수 없는 것들숲에 들거든그 소리 꼭 듣고 가시라
독자시
송현정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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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숲 연못 가에 몰래 심은 수련 씨앗여름날 맑은 물 위 불쑥 솟은 수련 꽃잎잠 깨어 세상에 비친 제모습을 바라보네물빛에 열린 고요 빛들이 여는 화엄 세상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에 웃음 짓고수련의 영롱한 얼굴 사랑 빚는 물 꽃밭
독자시
이종완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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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생각하면 비가 그칠 것 같다비 내리는 밤에 해가 뜰 수도 있겠지먹구름 속에서 무지개의 아이들 첨벙거린다후회할 짓 쏟아지는 당신의 바깥이쪽으로 흘러오는 질문들아스팔트는 번질거리고 콘크리트 벽은 답변을 거부한다번개와 천둥 사이, 울음의 배낭 메고 서 있는 나무들길 끝에는 어떤 빛깔 노래가 열리고 있을까‘나는 왜 여기 매달려 있나?’ 점멸등이 깜빡거린다젖은 시간이 당신의 부재不在를 더듬고 있다비의 페인트공이 오래된 물음에 울음을 덧칠한다
독자시
김은호
2023.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