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 마지막까지 누가 승리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단지 이번에는 20대가 우리 사회의 지형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정작 투표함을 까고 보니 미세한 차이로 다투던 2022년 한국의 방향을 결정한 집단은 60대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 갑자기 오랫동안 내가 이해하기 무척 힘들었던, 아주 당혹스럽기도 했던 문제의 본질이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2022년 한국사회의 근본 문제는 ‘내로남불’이나 ‘586’, 또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도 아니고, 그 배면에 보이지 않게 깊숙이 도사린 본질적
도민시론
송승철
2022.04.11
-
대선을 이긴 정당의 대표가 연일 장애인 휠체어 시위를 비난한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이준석의 편집증적 대응은 기이하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이준석은 정치 유년기를 넘어서지 못한 아이처럼 곧 여당 대표가 될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다. ‘트릭 미러’(왜곡된 거울)에 갇힌 사내는 ‘펨코’ 같은 나르시시즘 호수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의문이 든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봤을까?이준석의 갈라치기와 낙인찍기 전력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대선기간 내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
도민시론
유승찬
2022.04.08
-
지난 칼럼에서 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문화예술인의 사회적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고 그에 따라 문화예술인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코로나 이전 상황을 보자. 문체부의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얻은 연간 수입은 평균 1281만원에 불과했다. ‘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56.2%에 달했다. 월 평균 40만원 안팎의 수익인데 일상생활은커녕 생존 자체가 위험하다. 그래서 많은 예술인이 ‘비예술’ 혹은 ‘비전공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자기 작업을 하기 위해 다른 작
도민시론
정윤수
2022.04.06
-
태백시 행정상 인구는 2021년 12월 말 기준 4만844명으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소멸위험지역이란 가임여성 인구수가 고령자 수의 절반이 되지 않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사라질 위험이 있는 지역을 의미한다.그런데 태백시의 소멸위험지수는 여타 지역과는 의미가 다르다. 여타 지역의 소멸위험지수가 자연 출산과 사망의 개념이 크다면 태백시는 석탄산업 인구의 유입과 유출 관점이 강하다. 지역내총생산(GRDP)중 석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탄산업의 붕괴는 곧 연관 분야의 해체로 이어지고, 먹고 살거
도민시론
자엄스님
2022.04.05
-
20세기가 문화예술을 ‘창작과 생산의 시대’로 정의한다면 21세기는 ‘문화예술의 경영시대’이다. 과거엔 문화예술 민간단체나 기관의 예술이 행위위주였지만 지금은 예술행위가 관객,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이뤄지도록 공연장·박물관·기념관·미술관·기타 전시장 등의 예술적인 작업에 경영학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럴 때 예술경영은 예술의 품질과 예술기관의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고객의 가치를 창조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민간단체나 공공기관의 예술성과와 관객확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가령 창의적인 프로그램개발과 관람객의
도민시론
심은섭
2022.03.29
-
‘로컬’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지방분권, 지방자치 중심이 지방을 바라보는 정치적 관점이었다면, 최근에는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구하거나, 강원도가 장점을 가지고 있는 로컬의 관광 자원을 활용하는 등 다양성 있는 콘텐츠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이러한 로컬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일까.바로 지역 소상공인과 창업가들이다. 기술이나 제조 기반이 아닌, 소상공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도내 대부분의 도시산업은 바꾸려고 해도 쉽게 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강원도 강릉의 젊은
도민시론
김지우
2022.03.28
-
강원도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신산업기반 확대를 통한 강원도 미래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근 ‘2030 강원 미래자동차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 이번 강원도 미래차동차 발전 전략은 새로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기 위한 큰 결단과 비전 제시라고 생각한다.이러한 노력 속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디지털융합 자동차부품혁신지원센터’ 구축사업 선정은 강원도가 미래자동차 부품 생산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할 좋은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도민시론
서현곤
2022.03.24
-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의 에너지, 곡물 및 광물자원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 기후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 즉 사스, 메르스 등과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 열병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기더니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세계의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 기후변화가 온난화로 인해 급격히 변화되자 여러 경제 문제들이 생겨났습니다.재작년 미국 텍사스에 한파가 몰려와 풍력발전의 터빈까지 얼어버리자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삼성반도체 등 반도
도민시론
신윤근
2022.03.21
-
치열했던 대통령 선거의 막이 내렸습니다. 환호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들도 있고 슬픔과 울분을 삭이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거의 결말과 관계없이 또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꽃은 피고 지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가 뿌려져 대지를 녹음으로 적실 것입니다.우리의 아이들도 투닥대며 자라고 어른으로 성장하여 다시 자신의 아이들을 낳고 키울 것입니다. 저는 지친 마음의 한쪽 끝을 지탱하고 서서 그 마음이 독립하고 어른으로 성장하는 일을 돕는 사람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난한 학습과 연마를 돕고 국가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교육의
도민시론
주진형
2022.03.16
-
이재명은 분전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판 맹추격에도 마의 0.8%를 이겨내지 못했다. 선거기간 내내 강하게 형성된 정권교체 구도는 안철수와의 단일화 역풍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윤석열을 감쌌다. 이로써 우리는 사상 처음 검찰총장 출신의 국회의원 0선 대통령 시대를 맞이했다.그야말로 피말리는 접전이었다. 해가 바뀌고 판세가 기울자 이재명은 정권교체 프레임에 맞설 새로운 전략 기조를 세웠다. 국민통합을 앞세운 정치교체 프레임을 꺼내 든 것이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임박해서는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 안철수를 포함하는
도민시론
유승한
2022.03.11
-
오랜만에 치악예술관 앞을 지나다가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예술관 앞 길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고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해주던 가로수들이 무참한 모습으로 잘려 있더군요. 그냥 가지를 좀 많이 쳐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거대한 이쑤시개들을 땅에 거꾸로 박아놓은 듯, 나무들은 곁가지도 하나 없이 싹둑 잘려 있었습니다.초록의 풍성한 잎들과 짙은 그늘 덕분에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나무들. 그런 나무들이 이렇게 끔찍한 취급을 받아온 것이 비단 이번만은 아닙니다.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전선에 닿아서 위험하다는
도민시론
김희선
2022.03.09
-
드디어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실시된다. 유세기간 동안 후보마다 문화예술의 가치를 강조하고 지원을 약속하였다. 그런데 다소 막연하였다. 문화창달, 한류, k팝, 문화산업 등의 해묵은 언어들이었다. 실상은 좀 더 위협적이고 그런 점에서 아주 실질적인 문화예술인 지원이 필요하다.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이후,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하는 공연예술은 물론이고 대다수 분야에서 문화예술은 위기를 겪고 있다. 2020년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대부분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불안(78.8%)을
도민시론
정윤수
2022.03.08
-
삶은 사는 일 또는 살아 있음이다. 살아 있으니 웃고 울고 슬프고 즐길 수 있다. 살아 있어야 느낀다. 파멸(破滅)은 ‘파괴되어 없어지는 것’이다. 죽음은?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지구 생태계의 안정된 기후 ‘홀로세’가 삶이라면, 이의 파멸은 곧 죽음이라 할 수 있다.최근 지구 파멸의 두려움을 느낀 기사를 소개한다. 2월 4일 자 헤럴드 경제의 “생성까지 2000년 걸린 에베레스트 빙하, 25년 만에 사라져”이다. 이는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NPJ)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된 미국 메인대의 연구논문을 기사화한 것이
도민시론
자엄스님
2022.03.02
-
2019년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정치 대화 상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배우자(연인)였고 가족과 친족, 직장 동료가 그 뒤를 이었다. 관련해서 얼마 전 한 방송사의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가 이성교제와 결혼을 고려할 때 상대의 정치 성향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이상의 조사 결과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첫째는 정치가 대단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라서 가장 친밀한 사람과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극복될 수
도민시론
송현주
2022.02.28
-
우리는 쓰데없는 일도 잘 기억한다. 내 경우,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처음 들은 날을 기억하는데, 무려 오십 년 전 시인 황동규 교수의 수업시간이었다. ‘위선’이라는 고리짝 냄새나는 단어에 비하면 아주 신박한 표현이라 싶었다. 물론 그때는 ‘내로남불’이 이렇게까지 부상해서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될 줄, 그러니까 너도나도 상대방을 내로남불로 비판하는 시대가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위선이든 내로남불이든, 인간의 ‘표리부동’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기이한 사례’(읽고 싶다면 부디 창비 번역본으
도민시론
송승철
2022.02.21
-
대통령을 뽑는지 영부인을 뽑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내놓은 선거 관전평이다. 자세히 쓰기도 민망한 이야기들이 거대 정당 대통령 후보자의 부인들을 둘러싸고 퍼져 나온다. 매일 다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는 그들의 소식은 인터넷 포털을 지배한다. 작년에는 김건희씨의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더니 지난 설부터는 김혜경 씨의 기사가 더 많아졌다. 때론 선정적이고 때론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소식은 비슷비슷하고 건조한 정책 기사들보다 눈에 잘 띄고 쉽게 읽힌다. 사람들은 어느 후보의 무슨 정책보다 그 배우자가 어디서 누구를 만
도민시론
신경아
2022.02.14
-
“용감하면 카지노 손님이 되고, 똑똑하면 카지노 직원이 된다.”이것은 나의 설익은 주장이 아니고 시중에 떠도는 헛된 소리도 아니다. 절박한, 아주 절박한 소설의 한 대목이다.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 ‘무겁고 높은’에 나오는 말이다. 소설가 김기태는 사북과 고한의 차디찬 풍경과 쓰라린 삶을 거의 시적인 수준에서 강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읽는 동안 내내 먹먹해진다.심사를 맡은 오정희와 성석제는 “기울어가는 햇빛 속에서 추위를 견디며 생존을 이어나가야만 한 사람들”을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다시, 인용해본다.“눈
도민시론
정윤수
2022.02.09
-
지난 수년간 ‘로컬’이라는 키워드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 중심이 아닌 변방이라는 관점에서 지방이라는 의미와 차이를 두고 싶어서인지 많은 미디어가 로컬을 이야기한다. 로컬이라는 단어는 리테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골목길 로컬 숍들을 이야기할 때도 쓰이고, 수도권과 지방의 자치분권이나 격차를 이야기할 때도 쓰이고 있다. 또한 로컬은 많은 사람에게 삶과 일의 터전이기도 하다.창업이라는 분야에서 본다면 강원도는 제주와 더불어 로컬 창업의 선진지로 불린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과 지원
도민시론
김지우
2022.02.08
-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세계경제포럼 회장 클라우드 슈밥(창립자)의 주장에 의하면 제4차 혁명의 핵심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공학, 무인 운송수단, 3차원 인쇄, 나노기술과 같은 기술 혁신이다. 부연하면 초지능, 초연결, 초융합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이다.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공유경제, 3D프린팅, 로봇공학, 사이버 안보,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세분화 할 수 있
도민시론
심은섭
2022.01.25
-
코로나가 사회를 아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대면 수업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수업 방식을 익히는 일은 정년을 앞둔 나이든 교수에게는 너무도 쉽지 않습니다.늘 익숙하게 학생들을 대면으로 가르칠 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좀 더 수월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혹 오해가 생기고 생각의 차이가 있어도 서로 얼굴을 마주하면 그 간격을 좁혀갈 수 있습니다. 서로 보지 않는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제 마음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 당혹스럽습니다. 젊으면 젊을수록 온라인 방식에서도 서
도민시론
신윤근
202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