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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 거니. 사귀는 사람은 없어?’ ‘취업은 했니’.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친지들은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다. 궁금해서 건네는 말들이지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잔소리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턴가 여러 매체에선 이런 불편한 대화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모인 명절에 괜히 기분을 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하는 윗세대로서는 난감하다. 요즘 젊은 층에는 ‘예쁘다’는 말조차 칭찬이 아닌 평가로 들린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냐고 되묻는다. 전
명경대
이수영
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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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4일 청와대 충무실. 정부 이양을 엿새 앞두고 문재인 정부 백서 발간기념 국정과제위원회 초청 오찬이 있었다. 행사장 테이블에는 위풍당당 국정백서 스물두 권이 폼나게 전시됐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라는 명문과 함께.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조대엽 정책기획위원장, 김유선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등이 자리했다.조대엽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348명이 참여했습니다. 역대 정부 백서들을 봤는데 우리 정부가 압도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기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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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이를 무던히 여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시간을 잡겠다는 생각을 접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처한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오래된 얘기지만, ‘국방부 시계’를 운운했던 군대 시절은 말할 것도 없다. 피 끓었던 청춘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그것도 똑같은 사람들과 함께 반복적인 생활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시간이 느리게 갔을까.시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인류의 의문은 2500년 이상 지속됐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명경대
천남수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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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주문진 해전’이 세인들 입에 올랐다. 최근 북한이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며 진수식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잠수함 명칭으로 이름을 올린 ‘김군옥’이 한국전쟁 때 미군과 북한군이 벌인 첫 해전인 주문진 해전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북한은 김군옥영웅함 건조를 ‘주체적 해군 무력 강화의 새시대’라고 선전했다. 그럼 김군옥은 누구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길래 첫 전술핵공격 잠수함에 이름을 올린 것일까. 북한 측 선전자료에 따르면 김군옥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2일 강릉 주문진 앞바
명경대
최동열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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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누런 벼 물결이 넘실댔던 논을 억울한 심경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토하는 이들이 있다. 정부가 장려한 ‘전략작물’인 논콩을 심었다가 된통 당한 이들이다. 전남 보성에서는 정부 정책에 호응해 벼 대신 논콩 등 전략작물을 심었던 농지 3000여㎡를 끝내 갈아엎으며 분노를 터뜨렸다. 강원지역에서는 논콩을 갈아엎는 시위는 없었지만, 농심을 달래기 위해 몇몇 시군에서는 지원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올해 도입된 ‘전략작물 직불제’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려는 주 취지로 수립됐다. 쌀농사 대신 논에 호밀, 귀
명경대
박미현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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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가요왕에 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최곤은, 대마초와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삼류 가수로 전락한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과 비교해 초라해진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낀다. 욱하는 성격에 과격한 모습도 보인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 손님하고 시비가 붙게 되는데, 급기야는 카페 사장한테 행패를 부리다 졸지에 범죄자가 되고 만다. 최곤을 발굴해 가수로 성장시킨 매니저 박민수는, 최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MBS 방송국 영월지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제안한다. 아직 철이 없는 최곤은 지역 방송국 DJ가 마음에 들지 않
명경대
이수영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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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년(선조 27년) 7월1일. 원주목사의 임시 거소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목사 한준겸과 창원 황씨의 2남4녀 중 막내였다. 하지만 산모는 출산 후 40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성한 여인은 1610년(광해군 2년) 9월 선조 아들 정원군의 장남인 능양군과 혼례를 올리고 청성현부인(淸城縣夫人)에 봉해졌다. 부인은 아들 세 명을 낳았다. 13년 뒤 1623년(광해군 15년) 인조반정으로 능양군이 왕위에 즉위하자 한씨 부인도 왕비로 책봉됐다. 반정 후 광해군 시절 궁인 한보향(韓保香)이 옛 임금을 잊지 못해 때때로 울었다.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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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가을바람/솔솔 불어오니/푸른 잎은 붉은 치마/갈아입고서” 현제명 작곡, 백남석 작사 ‘가을’이라는 동요의 첫 소절이다.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고 느끼던 차에 문득 가을의 시작은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가을에 들어선다는 입추(立秋)다. 입추가 지나고 곧바로 다가오는 삼복더위 중 마지막인 말복(末伏)이 있다. 말복이 지나면 비로소 여름철 화(火)의 기운이 가고, 가을철 금(金)의 기운으로 바뀌니 가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말복이 지났다고 가을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럼,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
명경대
천남수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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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986년에 군함을 타고 전남 목포항에 입항한 적이 있다. ‘광주 시민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땅끝 남도의 물길 관문을 찾은 것이다. 당시 해군에 복무하던 필자는 ‘광주함’ 승조원이었다. 비록 미(美) 해군이 사용하다가 우리에게 인도한 노후 군함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군함이었다. 그때 우리 구축함들은 예외 없이 도청 소재지 등 큰 도시 이름을 따 함명으로 사용했고, 필자가 탄 광주함은 광주시(현재의 광주광역시)와 자매결연한 군함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시민의 날에 초청돼 아름다운 남도의 협수로를 헤치고 목포
명경대
최동열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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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교육 관련 강원특별자치도 조례에 ‘노동 인권’ ‘평화’라는 단어가 삭제된다는 뉴스가 강원도민일보 9월 7일 자에 실렸다.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지원조례를 ‘근로 권리 보호’로,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조례는 ‘평화’를 뺀 통일교육으로 명칭을 바꿨다는 것이다. ‘노동 인권’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와닿는다, 사주와 대립적인 어감이 있다는 이유였다. ‘평화’를 거세한 것은 안보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언제부터 강원인이 평화를 원하지 않게 됐는지, 평화와 안보가 대립적인 단어가 됐는지 모르겠다.많은 청소년의 첫
명경대
박미현
20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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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랜드마크인 공지천. 지역을 찾는 외지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렀을 곳이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사계절 절경을 자랑하는 공지천은, 수변 산책로와 자전거 길로 유명하다. 특히 강변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봄엔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1970년대엔 ‘공지천 특설링크’가 조성돼, 전국단위 빙상경기가 자주 열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공지교 옆, 강으로 접어드는 첫머리엔 오래된 커피집이 있다. ‘이디오피아의 집’이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강풍경이 어우러져 묘한 운치를 풍긴다. 중년의 부부나 중절모를 쓴 어르신들
명경대
이수영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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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유쾌한 영화 한 편이 개봉됐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이다.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시사하는 것이 적지 않았다.주인공들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쥐락펴락하는 광대패 5인방이다. 어느 날 노회한 조선의 최고 권력자 한명회가 나타나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신화를 만들어 내라고 사주한다. 집권은 물론 통치의 정당성이 없었던 세조의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는 음흉한 계략이었다. 세조실록에 나오는 이적(異蹟) 40여 건을 모티브로 극적 상상력이 가미됐다.영화에는 지방 행차에
명경대
남궁창성
2023.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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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하고 치러진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영삼 후보의 슬로건은 ‘군정종식’이었다. 군정(軍政)은 군이 직접 통치행위를 하는 것을 이른다. 역사적으로도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군이 직접 통치한 사례는 많다. 고려시대 무신정권이 있었고, 고려 말에는 위화도 회군으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장군 출신이다. 1945년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후 남쪽에는 미군정이 통치했다.정부 수립된 후에는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군정의 시초였다. 2년 후 박정희는 군복을 벗고 선거에
명경대
천남수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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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저승을 지난 농부가 팔월 신선이 된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멈춘다’는 처서를 지나 백로로 이어지는 딱 이맘때를 일컫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이때가 되면 호미를 씻어 헛간에 갈무리했다.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만큼 바빴던 농사일이 거의 마침표를 찍고, 이제 수확을 기다리면 되니 김매기에 필요한 호미는 용처가 없어지고, 농부가 비로소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된 것이다.그래서 생겨난 말이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다. 음력 칠월은 작물 생육기여서 농사일에 여유를 부리며 어정거리는 사이에 지나가고, 팔월은 고추를 말리거
명경대
최동열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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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오징어와 명태의 보고였다. 11월부터 석 달은 명태철이고, 오징어는 봄과 가을 그리고 음력 동짓달 연중 세 번 찾아왔다. 가을 접어들면 강원도에선 “고기떼들아 월남하라”라며 노래를 불렀다. 대개 10월 말쯤이면 북쪽 명태떼가 남하하기 시작하는데 1967년은 달랐다. 12월이 돼도 명태어장은 여전히 북강원도 장전 앞바다에 머물러있어 애를 태웠다. 명태어장이 늦게 형성되는 사정은 북측도 마찬가지여서 올라오는 남측 어선을 막느라 경계태세였다. 1967년 11월 3일 오전 어로저지선 근해에서 남측 200여척을 향한 발포 사건이 일어
명경대
박미현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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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북부 지역에서 유래한 증류주인 위스키는, 오래전부터 양주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적어도 수년 동안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해 생산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가격도 높은 편이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관세와 주세, 교육세가 붙어 더 비싸진다. 주로 부자들이 마셨던 위스키는, 해외여행이 본격화하면서 만날 기회가 늘었다. 해외 출장과 여행 후 직장에 복귀할 땐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잔씩 나눠 먹기도 했다. 요즘은 음주 문화가 바뀌어 와인과 위스키, 코냑, 맥주 등으로 해외 주류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위스키의 수입 비중도 자연스럽게 낮
명경대
이수영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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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삼성창조캠퍼스에는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1910~1987년)의 전신상이 서 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2010년 이병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일모직 공장 터인 창조캠퍼스에 청동 입상을 세웠다. 이곳은 벤처창업과 문화 공간으로서 삼성상회와 별표국수에서 출발해 삼성전자라는 초일류 기업을 창조한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울산대 본관에는 현대그룹 창업자인 정주영(1915~2001년)의 흉상이 있다. 2003년 2주기를 맞아 울산대가 학교 설립자인 정주영의 흉상을 만들어 모셨다. 노타이에 점퍼를 입고 있는 반신상이다. 몸
명경대
남궁창성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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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8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른바 ‘친일파 논란’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돌이켜 보면, 1970년대만 해도 친일행각에 대해 그 책임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이 일본 앞잡이가 되어 위세를 부렸다는 등의 동네 소문만 무성했을 뿐이다. 반면 죽을 고비를 넘겼다거나 피난 때 고생했다는 6·25 때의 얘기는 많이 들었다. 실제로 친일파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친일 논란은 금기시되어 왔던 사회 이슈였다. 1948년 일제 강
명경대
천남수
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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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군·구에는 모두 231곳의 지역 문화원이 있다. 향토 문화의 보존·발굴과 창조적 전승을 위한 다양한 진흥사업을 전개한다. 그런데 한 해 사업비는 한곳 당 보통 10억원 내외, 많아야 20억~30억원이 고작이다. 풀뿌리 문화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그런데 올해 사업비가 처음 100억원을 넘긴 지역 문화원이 탄생했다. 강릉문화원이다. 사업비와 인력 측면에서 전국적으로 거의 독보적 존재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업비의 절대다수인 90억원이 주로 정부가 시행하는 공모사업 등에 응모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확보하
명경대
최동열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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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딴 제목의 영화는 여럿 있다. 밀양(이창동, 2007) 해운대(윤제균, 2009) 파주(박찬옥, 2009) 부산행(연상호, 2016) 그리고 장률 감독의 이리(2008) 두만강(2011) 경주(2014) 군산:거위를 노래하다(2018)은 지명 시리즈로 유명한 작품이다. 강원지역으로는 21년 개봉된 청소년관람불가 범죄액션물 ‘강릉(윤영빈)’과 같은 해에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받은 장편 독립영화 ‘요선(장권호)’이 있다.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등장하는 ‘요선’은 춘천 요선시장을
명경대
박미현
2023.08.28